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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러

나로호의 눈물, 난 블도저가 아니에요!




나로호가 또 실패 했습니다.
 
어제 낮에 속보로 하루만에 재발사를 감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날의 문제점이 별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안심과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교차하더군요. 
그리고 땀흘려 일하고 밤에 들어와서 마감뉴스를 보고 실패 소식을 알았습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얼마짜리 인데 하늘에서 밝은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고 하네요

                                          
발사대로 이동하는 나로호 [사진 출처 : 뉴시스]

저는 잘 모릅니다. 항공우주산업에 대해서.. 
특정 방송국이 우주산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인기몰이를 하는 것을 보며 약간의 거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은 국토'를 가진 나라가 우주로 무한의 영토를 확장해 간다는 것은 박수와 성원을 보내야 한다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든 것은 발사 전부터 계속 하여 발사에 문제가 생길만한 이상신호들이 나타났음에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라는 발표가 나면서 였습니다.그리고 1차 발사 실패 당일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다음날 갑작스러운 재발사 시도라는 무리수를 두었다는 것은 단지 '실패' 하였기 때문에 비판하는 결과주의 비난이 아니라 뭔가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중에 경제효과를 돈으로 계산한 지표들 입니다. 올초 한국이 거두었던 동계 올림픽 쾌거를 논하며 한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몇조원이다, G20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되면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며 누리게 되는 경제효과가 얼마다 이런 식이죠.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 실생활에 그 경제효과가 정말로 다가왔는지 의문입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월드컵 최다 우승국 브라질은 4년마다 몇조원씩의 경제효과를 누렸어야 하는데 '브라질'경제 '글쎄요' 입니다. 


나로호 일단 돈이 아깝습니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나로호 가격이 5000억 정도가 들었다고 하는데 보험도 들었을 것이고 이거저거 아직은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것도 위에서 말한 경제 효과로 계산해 본다면 실제 투입되었던 금액보다 몇배는 나오겠지요. 성공했을 때의 경제효과는 엄청 선전해 대더니 언론 침묵하고 있습니다. 경제지표의 왜곡현상이 심하게 느껴지는 요즘의 분위기로 이런 우울한 경제지표를 대대적으로 기사화할 베짱 있는 언론은 없겠지요 

나로호는 비행기가 아닙니다.
비행기 하나 만드는 데도 3만여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나로호는 우주로 날라가는 우주선이었으니 더 많은 기술과 부품이 들어가겠지요. 그러니 더 많은 주의와 노력이 필요한 기술집약적 산업이기에 어느부품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봅니다. 발사전에 이상 신호가 나왔다면 그것은 국소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원인규명과 충분한 시간을 가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무 서두른 것 같습니다. 무엇에 쫓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나호로는 블도저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주 업종을 바꿀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유통업으로 간다면 처음에는 고생이 많고 시행착오를 많이 하겠지요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고 잘 다듬어 질 것입니다. 건설의 마인드로 항공우주산업을 바라본다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 집니다. 
물론 건설업을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건설업은 약간의 오차가 허용되는 업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를 보아도 같은 집을 짓는다 해도 층간 소음, 천장 높이, 바닥 넓이 등 몇mm, cm의 오차는 허용됩니다. 아직까지 우리집이 옆집보다 1 cm 작으니 하자라고 항의한 입주자가 없습니다. 
그런데 항공우주산업은 몇mm가 아니라 더 작은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하기에 '블도저' 정신으로는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기술분야인 것 같습니다. 
건설업은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세워 일하고 인력이 모자라면 다른 인력 가져다 쓰고 얼마든지 융통성이 발휘되지만 우주선 만드는 엔지니어한테 밤세워 일하고, 못하겠다고 하면 잠시 그 일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그런 분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장난감 불도저 (사진 : 리틀타익스)

우리사회에 떠도는 블도저라는 유령
'안되면 되게 하라' 역사가 판단을 내리겠지만 국가 발전에 공을 세웠다는 전직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자주 섰던 구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군대 안에서는 일상화되었던 표어에 불과합니다.
저런 구호가 통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기술도 없고 자본도 없이 달랑 몸 밖에 없으면 당연히 땅 파고, 삽질하고, 연구하여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기술과 자본이 어느정도 갖추어진 나라나 사회에서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경우는 편법과 무리수를 두게 하는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구호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금 블도저 정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집단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정신으로 정치, 경제, 문화 , 자연을 대하고 있었고 이제 '하늘(우주)'에 까지 그 불도저 정신을 들이댔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나로호는 폭파되었습니다. 
이것은 이제 그런 블도저 정신이 통하는 곳과 통하지 않는 곳을 분별하라는 하늘의 메세지는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예전 바벨탑이 그랬던 것처럼 탐욕의 끝에는 재앙과 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벌을 받는 대상이 그것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몇몇사람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공동체 전체한테 내려졌다는 점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함께 지켜봐야 하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로호가 폭파되면서 섬광과 함께 흘러내린 파편은 사람으로 따지면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나는 블도저가 아니에요 라고 소리쳤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예전부터 들려온 그 외침을 듣지 못했거나 듣고도 못 들은 척 했던 것 같습니다. 

나호로의 눈물이 헛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음에는 꼭 우주로 올라가서 지구를 지켜주기를... 

                                                     (출처 : 오마이뉴스 @화면캡처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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