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문재인 인터뷰 거절, TV조선은 스스로를 인터뷰 하라


언론사 기자를 아름답게 미화한 경우가 많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생명을 걸고 취재하는 기자, 거대한 권력에 맞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찾아내는 기자, 하지만 그런 기자는 정말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있나 봅니다. 왜냐하면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진실이 파묻혀지고, 정의가 패대기쳐지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죠. 
언론의 기능은 사회를 감시하고, 진실을 밝혀 내야 하는데 이 말은 언론이 자기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나꼼수라는 떳다 방송이 조중동의 신뢰도를 넘어서고, 더 많은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고 진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일개 개인의 정보력과 취재 능력이 거대 언론사의 그것보다 휠씬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나꼼수의 능력이 출중하다기 보다는 거대 언론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인도 기자의 날 상징물]
 
모 신문사 편집부에 계신 분과 언론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존경해마지 않은 분께 유리하게 적용시킬까하고 '제목'을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하다 하루 일과 다 보낸 적이 있다며 씁쓸해 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언론사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일과 상관 없는 짓을 하느라 우리 사회의 언론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며 진실이 묻혀진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TV조선기자 트위터]

TV조선의 여기자가 문재인 이사장을 취재하려다가 거절당하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3시간 기다리다가 거절 당했고, 문재인 이사장이 그날 간담회에서 담을 낮춰야 넘어갈수도 있는 거라 하셨는데 정작 언론에 대해서는 담을 안 낮춘다는 비판을 날렸습니다. 

앞에 3시간을 기다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거절했다면 문재인 이사장이 참 매정하고 예의 없는 사람이라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보면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간담회를 갔으면 당연히 간담회를 경청해야 하는 것이 기자의 도리인데 문재인 이사장을 기다린 것인지, 간담회를 들은 것인지 애매합니다. 간담회 다 듣고, 인터뷰를 거절 당했다면 3시간은 기다린 시간이 아니라 간담회 취재를 위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인터뷰가 목적이었다면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간담회 전과 후에 선약을 한 후에 찾아 가야지 무턱대고 간담회 들은 후에 마이크 들이대고 인터뷰 하자는 경우는 또 어느 나라 예법인가요?

이것은 마치 영화 시사회에 주인공과 같은 영화관에서 보고 난 후, 나 당신 영화 2시간 동안 보았으니 싸인해 달라고 조르는 철없는 영화팬과 뭐가 다른 이야기일까요?

그래서 실제로 주변에 있던 다른 매체 기자도  문 이사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조선TV의 그날 행동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고, 신문사가 아닌 방송의 생리인지는 몰라도 카메라 기자가 이미 근접 촬영을 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이사장 측도 이미 전날 인터뷰 할 상황이 아니라서 분명히 거절을 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클릭) 

 [문재인 이사장 출처 : 미디어 오늘]

기자들 수습 시절에 아무 동네나 가서 김서방 찾아오라는 미션도 주고,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기자 정신 훈련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능력도 남다르고 자부심도 출중하겠지요. 그런 분들이 추구하는 것이 프로 정신이고 그날의 문재인 이사장에게 마이크 들이대고 거절 당한 그 기자분도 그런 자부심이 넘치는 분이었겠지요

하지만 프로가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과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응용과 재치와 용기가 나오는 것이지 원칙과 기본이 없는 재치와 용기는 자만이며 만용일 것입니다.

특히 기자들은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입니다. 문장의 주어를 어디에 배치하고 서술어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180도 달라지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트위터에 쓴 글로만 봐서는 문재인 이사장이 말과 실제 행동이 다른 사람, 3시간 정도 기다린 사람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냉정한 사람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TV조선의 야심작 '아버지가 미안하다' 출처 : TVREPORT]

기자에게 인터뷰할 권리가 있다면 상대방은 그것을 거절할 권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요? 도대체 자기가 인터뷰를 원하면 왜 무조건 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분했으면 그것을 자기의 트위터에 다른 사람들 다 보라고 날렸을까요?

어쩌면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다소 의욕이 앞선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TV조선이라는 방송을 보면 그렇게 프로다운 방송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지난 23일 방송된 설특집 드라마 '아버지가 미안하다'(극본 김수현)의 방송사고와 관련 공식 사과했다  (관련기사 클릭)


설특집 드라마를 내보내면서 수십분간 음향이 끊겼다고 합니다. 영화관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면 환불하고 난리가 났을 겁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TV조선이라는 방송사가 사람들의 입에 두번이나 오르내렸습니다. 둘다 유쾌한 일이 아니었죠. 이쯤되면 남을 인터뷰하러 다닐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인터뷰 해보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