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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조선일보 오보, 성폭행범으로 생사람 잡았다

언론은 진실이 생명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사실에 근거한 보도 자료를 만들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기사에 단어 하나하나, 전체적인 문장에 잘못이 없는지,  첨부되는 사진이 올바른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이렇게 작성된 기사는 담당 기자가 최종 확인을 하는 것은 물론 편집장과 교정을 보는 작업까지 몇 단계를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면 실수가 용납될 수 없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언론사의 기본 시스템인 것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 보도는 대강 대충, 정정보도는 안 보이게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언론을 보면 대강 대충, 당나라도 이런 당나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출연자의 이름 석자 틀리게 표기하는 것은 애교스러운 실수이고, 미국 그랜드캐년 사진을 화성 사진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어처구니 없는 대형 오보도 얼마 전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규모가 작은 중소언론사에서 터져나오는 일이 아니라 공영 방송사와 메이저 신문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그랜드캐년을 화성 샤프산이라고 보도한 MBC 출처 : 뉴스엔, 뉴스데스크 캡처]



▲ MBC의 지구와 별나라를 오고가는 오보

 

MBC 뉴스데스크는 우주를 오고가며 화려한 오보를 날렸습니다. 미국 그랜드캐년 사진을 방송에서 보여주며 화성 샤프산이라고 보도를 한 것입니다. 그것도 MBC 메인 뉴스인 9시 뉴스데스크에서 말입니다. 방송국내 기강이 문란해져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생기는 것인지 언론인으로서 함량 미달인 사람들이 뉴스를 맡고 있어서인지, 매우 의심스러운 오보 사건이었습니다. 


얼마 전 런던 올림픽 중계 있어서도 잦은 실수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샀었는데 잘못한 일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핑계와 발뺌으로 자화자찬하는 MBC 경영진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위로부터의 기강 해이가 방송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뉴스에서 지구와 별나라 이야기를 구분 못하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나주 성폭행범 사진을 게시했지만 오보로 밝혀진 1면 첫 페이지 출처 : 한겨레, 조선일보 캡처]




▲ 신문 1면에 성폭행범 사진, 오보 


그런데 어제는 뉴스데스크 화성이야기는 댈 것도 안되는 최대의 오보 사건이 있었으니 조선일보가 게시한 나주 성폭행범  용의자 얼굴 사진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신문 첫장을 참으로 잘 만드는 신문사로 유명하였습니다. 


자극적이고 인상 깊은 문구로 세상을 나무라하고 본인들이 마치 진실의 척도인 것 마냥 굴림해 왔던 것입니다. 올해 총선에서 막말 파문으로 야권을 몰아붙이고 나꼼수의 김용민을 골로 보내는 데 매우 유효했던 것도 조선일보 신문의 첫 페이지였습니다.   

 


[호외까지 내놓으면서 김용민 막발 파문에 열 올렸던 조선일보  출처 : 조선일보 캡처]




▲ 병든 사회를 논하고 싶었지만 정작 병든 것은 조선일보의 보도 시스템


그러던 조선일보가 전 국민의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주 성폭행범 고종석의 사진을 첫 페이지에 올리면서 또 한번 병들고 잘못된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정작 병들어 있던 것은 자신들의 보도 시스템이었던 것입니다.


조선일보 메인을 장식했던 오보 사진은 지난 31일 오후 조선일보 기자가 전남 나주 경찰서에 찾아와 문제의 사진을 보여주며 "맞느냐"며 확인을 요청했고, 경찰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자 기자는 그냥 돌아갔고, 이 사진을 그대로 1면에 실었다고 합니다. 경찰이 확인도 안 한 사진을 임의적인 정보로 다루었고, 확실하지도 않은 사진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자신들의 신문 1면에 게시했다는 것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관련기사)


현재 관련 뉴스를 보면, 언론사끼리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생겨난 문제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전문가들 덕분에 언론이 전혀 언론스럽지 못하게 오보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언론사 기자들이 경쟁을 벌여야하는 분야는 온전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는 특종을 찾는 것이지 밝혀진 범인의 얼굴 사진을 마음대로 찾아내 온 동네 사람 다 보라고 게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 생사람을 범인으로 


결국 쓸데없는 것에 열 올리며 더욱 자극적으로 언론 상황을 만들어 가려는 조선일보의 헛발질이 생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생쇼를 벌이게 된 것입니다. 멀쩡한 친구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발견한 네티즌이 사실을 알리면서 이것이 오보임이 밝혀졌고, 이미 실물 사진이 인터넷과 신문으로 퍼진 상황에서 당사자는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개그맨 지망생이라는 당사자는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으며 미치는 심경이라고' 친구를 통해 말했다고 합니다. 


기사는 당당하게 내지만 오보나 정정 보도는 매우 소극적인 언론사가 이번 성폭행범 사진 도용으로 피해 입은 당사자에게 정정보도와 몇줄 사과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출처 : 부평신문]




▲ 성폭행범 실사를 1면에 실어서 얻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가?


저는 나주에서 있었던 성폭행범의 잔혹함과 인간 이하의 행동에 대해서는 치가 떨립니다. 하지만 그가 인간 말종이라고 언론이 그의 사진을 1면에 게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현상수배범으로 교묘히 수사망을 피해다녀서 대국민 공개 수배를 위해 그의 사진을 실었다면 모를까, 이미 잡힌 범인의 사진을 1면에 실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엄정한 법 집행, 단호한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해 나쁜 놈들의 인권은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할 수 있으려면 본인들 스스로도 정당하고 똑바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소한 기사를 쓰고, 사람의 실물 사진을 노출시킬 때는 검토의 검토를 거치고 심사숙고한 후에 내놓는 것이 엄정한 보도 지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1면 기사에는 세상에 대한 훈계, 성폭행범의 적나라한 실물 사진만 있었지, 언론인으로의 심사숙고, 엄정한 보도 지침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량한 시민을 천하의 나쁜 성폭행범으로 몰아간 것입니다. 




▲ 조선일보에게 언론사로의 자격 물어야


저는 이번 조선일보 오보 사태는 단순히 당사자에 사과하고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사 형사상의 책임 뿐만 아니라 언론을 관장하고 있는 상급 기관에서 정확하게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여 해당 언론사에 대한 자격 문제를 심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멀쩡한 사람을 성폭행범으로 몰아가는 언론사라면 언론사로서의 자격도 없으려니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 언론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술집에 회사 사장과, 의사와 기자가 세명이 갔는데 술집 주인이 기자한테 가장 잘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힘이 커질수록 거만해지기 보다는 겸손함을 알고, 그 커진 힘으로 자신의 부귀 영달을 구하기보다 진실의 중심을 잡는데 이바지 한다면 존경받는 언론인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많은 데 참 언론인은 찾아보기 매우 힘든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에게 참다운 언론 이런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단지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써준다고 해도 무지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