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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기자의 생명은 비판정신, 그러나 돌아온 것은 징계였다?

비난과 비판은 다름니다. 비난은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이고 비판은 나름대로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따지는 것입니다. 기자의 역할은 비난이 아니라 비판입니다. 그러하기에 비판하지 못하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고 비난만 하는 기자는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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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진 김재우 이사장 자진사퇴, 다음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김재우 이사장이 사퇴하였습니다. MB정권에서 선임되어 뚜렷하게 잘 한 일 없이 연임되는 영광을 안았지만 논물 표절이 밝혀지고 박사학위가 취소되는 창피함을 당하고서야 그만두었습니다. 본인은 알았을 것인데 표절했다면 처음부터 이사장 자리를 꿰차지 말거나 의혹이 생겼을 때 물러날 일이지 단국대에서 박사학위를 취소하자 마치 몰랐다는 듯이 자진 사퇴하였습니다. (관련기사)






그리고 문제는 방문진 이사장만은 아닙니다. 현재 MBC 파국의 주된 원인은 김재철 사장인 것이고 그 역시 어제 국회 증인 불출석으로 벌금형 8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어떻게 국가 공영방송의 사장과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장이 이처럼 부적격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들을 그 자리에 앉히고 모든 의혹과 잘못에도 불구하고 비호하고 연임시킨 MB의 사람보는 눈과 인사 방식은 우리나라 방송 역사에 길히 남을 것입니다. 대통령 한명 잘못 만나서 철저히 망가져버린 MBC는 어디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구요.




[오른쪽 이용주 기자, 출처 : MBC뉴스데스크]



▲ 여전히 징계가 난무하는 MBC

이 와중에도 MBC에는 또하나의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사내 게시판에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에 대한 비판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이용주 기자에게 정직 7개월과 교육 2개월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이 기자가 징계를 받게된 구체적 이유는 '사내 질서 문란 행위'라고 합니다. MBC 안팎으로 문란하게 만든 장본인은 김재철 사장 본인이면서 직원에게 이와같은 항목으로 중징계를 내린다는 것이 참으로 의아할 뿐입니다 .


MBC에는 개인평가에 있어서 '조직 발전 저해 인력'에 해당되는 R등급을 부서별로 강제할당해 물의를 빚었는데 이용주 기자는 무려 3차례에 걸쳐 R등급을 받아서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증징계를 받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관련기사)


그럼 이용주 기자가 그토록 질서를 교란시키는 나쁜 직원이었을까요? 이용주 기자는 한마디로 기자 정신이 투철한 기자다운 기자였습니다. 




[이용주 기자, 출처 : MBC뉴스데스크]




이용주 기자는 2011년 6월, 육군 훈련 현장을 리포트하면서 본인이 실제로 화생방 제독 훈련을 체험하고 팬티바람으로 뉴스에 등장해 화제를 낳았던 인물이었습니다. 기자가 말로만 뉴스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체험해보고 그 내용을 전달했다는 것이 높이 평가할만합니다. 


그리고 처음에 언급했듯이 기자는 비판 정신을 가져야 '기자' 입니다. 그리고 그 비판의 화살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 뿐만 아니라 본인의 회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기자가 사회 현상에 대해서는 비판 정신을 보이다가 갑자기 본인 회사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진다면 그는 언론인이 아니라 한명의 회사원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2010년 파업 당시 이용주 기자, 그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파업에 참여'했다는 것 뿐이다 ⓒ권순택]




▲ 뒷담화와 비판도 구분 못하나? MBC

이용주 기자의 MBC 사장과 경영진에 대한 비판은 회사 앞 식당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자기 사장 뒷담화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 안에 있는 의미있는 비판이었을 것입니다. MBC 경영진이 진정한 언론인 출신 임원들이라면, 당당하고 용감하게 비판하고 날을 세우는 이용주 기자의 주장을 듣고 함께 해결해 나갔어야 옳습니다.

하지만 도리어 인사등급을 최하위로 주고 정직 처분을 내리는 처사는 제대로된 언론사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비판 능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아야 유효합니다. 밖에 나가서는 싸움닭처럼 무섭게 취재하고 비판하다가 회사에 돌아와서는 꿀먹은 벙어리 마냥 눈 감고 입 닥치고 있다면 그의 비판 능력은 퇴화하고 사라질 것은 당연합니다. 






▲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자 

우리 사회는 그런 기자는 필요치 않습니다. 그런 기자의 리포트를 듣느니 차라리 재미있는 연속극 한편을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유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용주 기자는 이미 보도국 기자실에 전출되어 MBC '미래전략실' 이라는 곳에서 근무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작년 MBC  파업 참가자였던 허일후, 김완태 아나운서, 송일준 피디(PD수첩) 등이 전출되어 근무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용주 기자 트위터]




기자를 꿈꾸었고, 취재를 하고 싶고, 글쓰기를 원하는 기자에게 일반 부서로 전출도 모자라 정직 7개월과 교육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MBC의 이번 처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김재철 사장 본인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 증인 출석도 거부하며 뻔뻔한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임무에 충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후배 기자에게 가혹한 징계를 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오늘 떠나는 김재우 이사장을 따라서 떠나야할 사람들은 부디 공영방송 MBC에서 떠나주었으면 합니다. 제발... 부디....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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