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KBS 아나운서 프리선언,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

KBS 전현무 아나운서가 며칠 전 프리선언을 하더니, 김경란 아나운서 역시 퇴사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예상했던 전현무 아나운서의 프리선언은 별다른 느낌을 주지 않았습니다. 평소 언론인으로서의 점잖은 이미지보다는 웃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전현무씨가 왜 아나운서 역할을 맡고 있는지 평소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더랬습니다. 


늦게나마 자신의 적성과 꿈을 찾아가는 전현무 아나운서가 대박나길 기원해 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전현무, 김경란 아나운서 , 출처 : 리뷰스타 캡처, KBS 디비]



김경란 아나운서도 퇴사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평소 상냥한 이미지와 매끄러운 프로그램 진행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방송인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 때, KBS 9시 뉴스도 진행했던 터라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KBS 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로 인식되고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김경란 아나운서는 퇴사와 동시에 프리선언을 하지 않고 당분간은 '봉사 활동'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삶의 방향이 바뀌어 봉사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은 참으로 존경스럽고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 KBS 아나운서들이 너무나 많이 퇴사하고 바로 프리랜서 선언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잠시 휴식기를 두기 위한 방편이라는 추측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경란 (35) 아나운서의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아직 그녀의 나이가 봉사 활동에 모든 것을 걸만한 나이는 아니라는 생각에서 일 것입니다. 


열심히 자신의 임기까지 일하고, 정년 퇴직 후의 감회를 물을 때, "남은 여생은 남을 위한 봉사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소회와는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 아나운서 프리선언이 출연료 차이에 따른 박탈감


조금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에 대해 언론에서는 수당 차이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이라고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8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사내 직원인 KBS 아나운서는 1회당 2만원의 열악한 출연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하여 인기 연예인의 경우 10분당 14만 6770원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출연료가 심하게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송 출연료의 현격한 차이가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을 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저는 이런 시각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KBS 직급별 인건비성 경비 출처 : 미디어오늘]




▲ 아나운서는 연봉제 사원


왜냐하면 아나운서는 KBS라는 공기업의 직원으로 연봉을 받으며, 퇴사 때 퇴직금을 받고 기타 복리후생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2011년 KBS 직급별 인건비성 경비 내용을 보면 5년차 4직급이 6천여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봉이라는 것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KBS의 경우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같습니다. 이에 비하여 연예인들은 KBS 로부터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더더욱 노후를 위한 퇴직금 또한 없습니다. 그래서 연예인들에게 더 높은 출연료가 지급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연예인 몸값에 대해서는 저 역시 지나치게 과장되고 부풀려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내 직원인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출연료의 차이는 어느정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을 단지 출연료 차이로만 이해하는 것은 언론의 잘못된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프리 선언을 하는 아나운서들이 출연료가 작다는 이유 때문이라면 애시당초 그들은 아나운서 시험을 볼 것이 아니라 탈렌트나 가수, 개그맨 시험을 보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아나운서는 예능인이 아니라 언론인이다


그들이 선택한 직업은 아나운서 이전에 언론인 입니다. 그래서 연예기획사에서 훈련을 한 것이 아니라 언론고시반에 들어가 공부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인이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인기를 얻기 위해, 직업을 선택하고 준비하여 입사를 했다면 그것은 잘못된 직업 선택이라고 봅니다.


유독 KBS는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이 많은 방송국이 되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현무, 김경란 아나운서 전까지 7년 동안 모두 18명의 아나운서가 프리선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을 포함 한다면 그 기간 동안 20명의 아나운서가 자유 방송인이 된 것입니다. 


이쯤되면 KBS 아나운서가 언론인을 뽑는 곳인지, 프리랜서 방송인이 되기 위한 등용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를 단지 출연료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방송 문화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KBS 면접 문항 중 일부 출처 : KBS 새노조]



저는 얼마전 KBS 신입사원 면접 질문에 위와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취업 대상자를 상대로 '파업'에 대한 질문을 했을 경우 그 대답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와 같이 파업이라는 기본적인 노동의 권리를 불온 시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 위의 질문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 것입니다. 


저는 이런 질문에 대해 '저는 파업이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이고 회사가 부당한 일을 저지를 경우 언제든지 노조에 가입하여 회사와 맞서 싸우겠다'고 대답할 용기 있는 취업생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질문은 취업 희망자를 굴복시키거나 스스로 자괴감을 갖게 많드는 아주 질 나쁜 면접이라고 생각합니다.




▲ KBS 채용 방식은 제대로인가?


최소한 방송사 면접이라면 언론인으로서 책임감, 사명감이 얼마나 투철하며 소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논리 정연하게 주장하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지 그런 점을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수준 낮은 사상 검증이나 하고 있으니 사원 채용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는 KBS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이 언론인으로서 사명감과 관계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은 돈을 쫓는 사람이 아니고, 인기를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진실의 추구, 비판 정신, 우리 글을 사랑하고 언론인으로서 명예를 먹고 사는 직업인 것입니다. 그런데 단지 출연료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프리랜서를 선언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언론인으로 직업 정신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아나운서 시험에 붙어 회사에 들어가 보았더니 나의 재능은 '진실' 이 아니라 '예능'이었다 그래서 프리를 선언한다"


차라리 이런 진솔한 고백이 더 타당성 있고 듣기에도 좋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아나운서의 현실이라면 분명 KBS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는 헛점이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7년간 20명이나 프리선언을 했다는 숫자는 공부만 열심히 하고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뚜렷히 모르는 사람을 아나운서로 채용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 KBS 국민의 방송


돈과 인기를 원하는 방송 지망생은 아나운서나 기자 시험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찌감치 탈렌트, 가수, MC, 개그맨 시험을 보아 연예인으로 바로 직행하길 바랍니다. 그래야 언론인과 예능인이 구분이 되지, 지금 같으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KBS는 국민의 방송입니다. 시청료로 운영되고,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방송사입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에 방송인은 참다운 언론인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