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자주'입니다. 종교인도 가끔 방송에 나와 세상을 향해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멋진 경전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자주,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한때는 불교에 심취하여 '법명'을 받고 멀리 프랑스까지 찾아가 틱낫한 스님 밑에서 한달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대단한 경험이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불교라는 특정 종교에 대해 반감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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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빌리지의 달팽이]
▲ 한국 사회의 문제, 타락한 종교
작년 대선을 치루면서 가장 큰 문제는 언론에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정말로 곪아터진 곳은 사실 종교 집단이었습니다. 참신앙과 광신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 함량 미달 종교인들이 교묘하게 선거 운동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특히나 영향력 있는 교회의 목사들은 선한 목자인척 인자한 모습으로 순진한 젊은 신자들에게 '복지는 나쁜 것이고 애국을 해야 한다'면서 투표를 독려하였습니다.
지지 후보의 이름만 안 알려주었을 뿐 목사가 누구를 찍으라고 하는지 은연 중에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목사들이 정말로 나쁜 이유는 모두 외국에서 공부하고 충분히 해외 선진국의 '복지'가 어느 수준인지 알면서 국내에 들어와서는 복지를 주장하는 것이 마치 불순한 세력들의 잘못된 주장인 것처럼 전파했기 때문입니다 .
죄는 모르고 짓는 죄가 있고 알고 짓는 죄가 있습니다. 어느 것이 더 나쁜 지는 누구나 압니다. 설교 시간에 영어 섞어 가면서 대단히 세련된 것처럼 굴지만 정작 국민을 위한 복지에 대해서는 문외한처럼 행동하는 목사의 행동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땅에서 묻지 못한다면 하늘에서 댓가를 치루겠죠.
저는 종교인도 정치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점잖은 종교 집단에 가보면 암묵적으로 '정치 이야기 금지'인 곳이 많습니다. 결국 신자는 정치에 대해서 논할 수 없게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 곳의 우두머리는 은연 중에 아니면 노골적으로 정치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논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개신교만의 문제는 아니고 기득권을 많이 가진 종교 집단에서는 만연한 문제 같습니다.
▲ 안철수의 멘토, 법륜스님
법륜스님, 안철수의 멘토이면서, 즉문즉답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멋진 스님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동영상을 보면서 저 역시 힘을 얻고 마음에 위안을 삼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법륜스님이 해야할 영역입니다.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를 알리고 삶을 구도자의 자세로 바라보게 하는 것,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법륜 스님의 강연을 듣고 감동을 하고 깨달음을 얻고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법륜 스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지는 한번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의 트렌드는 '강연'입니다. 팟캐스트에서 TED가 히트를 치면서 수많은 강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저마다의 삶의 경험을 감동 깊게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고귀한 인생이 써내려간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미안한 말이지만 넘쳐나고 있는 것입니다. 팟캐스트, 지상파 방송,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삶의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한 사람들의 주옥같은 이야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그런 강연만 집중적으로 보면서 자기 역시 멋진 강사가 되는 꿈을 꾸고 있더군요, 자기 삶의 진솔한 경험보다 어쩌면 많은 지식, 강연의 기술이 사람들을 집중시키고 즐거움과 감동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법륜스님의 강연 역시 비슷한 종류라 생각합니다. 지금 제 글을 읽고 계신 분들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기 삶이 누군가의 몇마디 감동적인 이야기로 뒤바뀐적이 있나요? 그런 마음은 가질 수 있어도 그것이 내것이 되고 내 삶이 되는 것은 자기의 몫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좋은 이야기, 교훈이 부족하여 우리 삶이 어렵고 힘든 것인가요? 서점을 가보면 온통 자기 계발, 지혜서, 생각 버리기 등의 영성과 지혜에 관한 책들이 넘쳐납니다. 이런 책이 넘쳐난다는 것은 반대로 우리가 지혜와 교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
[출처 : 연합뉴스]
▲ 감동적인 이야기마저 감동을 잃어가는 사회
옛날에는 구전되어 오던 인생의 교훈이, 활자화 되어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동영상으로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까지 보면서 지혜와 영성을 탐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우리는 더 많은 교훈과 감동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의 이유가 이 시대에는 진정한 삶의 구도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참다운 종교인이 없기 때문인 것입니다. 모두 세상에 나오려고 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이것은 일반인의 속성입니다. 남다른 경험과 약간의 지식으로 충분히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을만큼 지금의 시대는 가벼워진 것입니다.
깊은 자기 부정을 통한 진정한 종교인이 부재한 시대이기에 우리는 쉽게 감동하고 가볍게 좌절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진정한 종교는 우리가 찾아가는 것이지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다. 더더욱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서 쉽게 전파되고 설득되고 각인되는 것은 종교가 아닐 것입니다.
▲ '안철수가 나왔으면 이겼을 것'이라는 법륜스님의 발언
법륜스님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대선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 되었다면 지지않을 선거였다고 자평했다 합니다. 물론 여전히 정신 못차리는 민주당에 대한 날선 비판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스님이 할 이야기로는 도가 지나쳤다고 보여집니다.
법륜스님에게 바랬던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아쉬움의 멘트'가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종교인의 숙고 끝에 나오는 남다른 치유와 평안의 메세지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삼류 정치인 수준의 내용을, 스님이 그것도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말했다고 하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즉 이 정도의 생각과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안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꼭 '안철수가 나왔으면 이길 선거였다는 주장'을 누군가 했어야 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호승심 많은 정치인들이 하면 되는 것이지 종교인인 스님이 이런 멘트를 먼저 날린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법륜 스님 정도되면 정말로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깊은 성찰과 지혜로 우리를 모두 놀라게 하고 회복시킬 이야기를 하셔야지 정치인이나 내뱉을 발언을 하였다니 매우 불편한 것입니다.
[플럼빌리지의 들판]
▲ 진정한 종교인을 찾아 산으로 가야 하나
대한민국, 교회와 법당은 많고 신자는 넘쳐나지만 진정한 종교인이 없기에 이 많은 시련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라는 잘 살지만 국민이 가난한 나라. 정치가 행복을 약속하지만 사람들은 불행한 나라, 우리는 지금 어딘가 잘못된 곳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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