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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숲속의참치가 국정원 여직원? 대북 심리전의 정석

2월의 첫날은 주룩주룩 비로 시작합니다. 어제 같았던 새해 첫날이 지나서 벌써 달력 한장을 넘기게 되었고, 그렇게 추웠던 동장군은 하염없이 내리는 비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시간은 가고 날을 따뜻해지는데 우리네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세상 인심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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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 숲속의참치가 국정원 여직원


작년 대선 때부터 시끄러웠던 국정원 여직원의 정체(?) 이제 거의 드러난 듯 합니다. 정보 활동을 했다고 하더니 국내 유머 사이트에서 활동했고, 정치글을 안 올렸다고 하더니 아이디 11개를 만들어서 자기가 글 올리고 추천하는 셀프반응 놀이까지 즐겼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추천만줘, 오늘의뭐, 봐봐라, 이지듀, 봄날은오는중, 장고끝악수, 아이리쉬블루, 숲속의참치 등등 모두 국정원 여직원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활동했던 아이디 들입니다. 그 중에 인상 깊은 것은 단연 '숲속의참치' 인 듯 합니다. 숲속에는 뭐가 살길 래, 참치가 있다는 것인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웃기고 또 웃깁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국정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들만 뽑는다는 곳인데 이와같은 기가막힌 아이디까지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녀가 남긴 글을 살펴보면 단지 '야당 후보'의 이름만 거론하지 않았지 호불호가 드러나고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48번째 해외순방? 진짜 대단한 듯" 이라는 제목으로 '이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순방한다고 한다, 자그만치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 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 정말 대단한 것 같다"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국정원은 여직원의 정치글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해외 아이피를 통해 들어오는 북한 정보 요원을 유인하기 위해 '미끼'를 던지는 대북 심리전을 펼친 것이라고 말입니다. (관련기사).




▲ MB 찬양이 대북심리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해외 순방 찬사는 국내 네티즌들의 분노를 만들어낼 뿐, 북한정보요원에게 던진 미끼라고 보기에 힘듭니다. 어떤 할일 없는 북한정보요원이 철부지처럼 보이는 네티즌의 MB 해외 순방 칭찬글에 반응하겠느냔 말입니다. 


임기 말까지 죄질 나쁜 측근 범죄자를 사면시키는 대통령은 국민들이 싫어하고 거부해야하는 것이지,  국정원 여직원과 북한 정보 요원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만나 서로 팽팽한 정보전을 펼친다고 하여 그 명성이 달라는 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유머에 등장한 '숲속의참치' 출처 : 민중의 소리]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인터넷에 들어와 이명박 대통령은 칭찬하고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는 것이 대선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는 경찰과 일부 언론의 주장 또한 이해하기 힘듭니다. 우리 나라에 정당이 여러개 있는 것도 아니고 새누리와 민주당의 2파전 양상에서 현재 대통령을 탄생시킨 집권당의 정책을 옹호하고 정권을 되찾으려는 민주당의 정치인을 비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인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숨기려는 것인지 계속해서 말을 바꾸는 국정원과 축소 은폐 의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수사기관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 대북심리전을 하려거든 북한 주민 상대로 


대북심리전을 하려거든 북한 주민을 상대로, 북한의 썩어빠진 정치인을 비판하면 되는 것이지 국내의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같은 사이트에 들어와 찬반 놀이나 하고 셀프 추천이나 하는 것을 보면 국민이 내는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존재한다는 북한사이버요원의 아이피가 확인되었다면 추적하여 잡거나 막아버리면 되는 것이지 그들이 활동하는 사이트에 마주앉아 찬반 표시를 통해 그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려고 했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입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찬양해마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이전에 잘나가던 '정보통신부'를 없애버리고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켰으니 북한 사이버 요원을 잡을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취약해진 것은 아닌가요?



▲ 국가정보원 본연의 업무


국가정보원과 같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중차대한 업무를 가지고 있는 기관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북한정보요원이 국내 사이트에 접근을 한다면 아이피를 추적해서 근원적으로 막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진정한 대북심리전을 하려거든 국내 사이트가 아니라 북한 사이트에 침투하여 기아와 독재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전했으면 합니다. 


국정원여직원 정치글 사건, 그리 단순한 문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녀가 오스피스텔 안에서 문 잠그고 했던 행동들이 지금 밝혀지는 정치글 활동과 여기에 대한 찬반 표시가 맞다면 이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다음 주 중에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하니 분명히 지켜볼 것이며, 만일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현 정부와 국정원이 당선시키려 했던 새로운 정부 또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