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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근로자의날>에 생각하는 <노동절>의 의미

어제 거래처 부장님과 전화를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수요일날 회의가 있는데 내일이 노동절이니 휴무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부장님은 오늘이 노동절인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저의 '노동절에 쉬느냐'라는 질문에 '근로자의 날'에 우리가 쉬어야 하나요? 라고 단어까지 정정하며 답변했습니다.


아마도 저의 '노동절'이라는 어감이 평소 '보수'를 신념으로 삶았던 부장님에게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일손이 딸리는 회사 사정 상, <근로자의 날>에 꼭 놀아야하냐는 짜증도 섞여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하루종일 '근로자의날'은 유급 휴무가 가능하고 일을 할 경우 50%의 추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순위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근로자의날 시상식 출처 : 연합뉴스]



▲ 근로자의날 X,  노동절 0

근로자의 삶은 고단한 것입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찌질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루 더 쉴 수 있고, 50%의 추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민감한 것이 우리 근로자의 삶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근로자'는 매우 수동적 의미의 노동이고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의미를 찾는 참된 일꾼은 '노동자'입니다. 


그래서 5월 1일은 전 세계 노동자가 함께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휴식을 취하는 '노동절'이지 한국에서 통용되는 '근로자의날'이 아닌 것입니다. 


다음은 노동절의 원래 의미입니다. 작년 5월1일에 올렸던 글을 다시 인용합니다. 



'May Day"(메이 데이), "세계노동절'  등으로도 불리는 근로자의 날은 어쩌면 '노동절'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합당할 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노동절이 생겨난 이유가 처음에 말한 것처럼 수고하는 근로자에서 휴식을 주기 위한 반듯하고 착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피를 흘리고', '잘못된 자본가 권력'에 맞서 싸운 투쟁의 역사에서 생겨난 진지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절의 의미 


노동절(勞動節)은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고 안정된 삶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한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과시한다. 1886년 5월 1일 미국의 총파업을 노동절의 시초로 본다. 2차 인터내셔널에서 5월 1일을 미국 노동운동을 기념하는 날로 정하였고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메이 데이(영어: May Day)'나 '근로자의 날'로도 불린다.



노동절의 역사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는 8만 명의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미시건 거리에서 파업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집회를 연 이유는 노동력 착취에 대항하여 8시간 노동을 보장받기 위해서였지만, 경찰의 발포로 노동자 여섯 명이 사망했다. 이후 노동자들의 파업이 얼마나 영향력이 강한지 깨달은 자본가들은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었다.

당시 시카고 데일리 뉴스에서는 공산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들을 공산주의자 취급했으나 사실 이들의 노동운동은 사회주의와 무관했다. 단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시위를 가진 것뿐이었으나 미국 노동운동은 자본가, 정부, 우익 언론들의 탄압과 색깔론을 주장하는 왜곡보도로 주저앉고 말았다.

21세기 초부터 미국 정부가 매년 5월 1일이 사회주의의 냄새를 풍긴다는 이유로 엉뚱하게도 9월 첫 번째 월요일로 노동절을 바꿔 놓았다.

                                

- 위키백과-

 

노동절의 의미와 역사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내용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어쩌면 노동절은 하루 놀자고 있는 날이기보다는, 8시간 노동권 보장을 위해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던 파업 집회에서 죽음을 당한 6명의 노동자를 추모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하루 8시간 노동이 기본적인 권리로 정해졌고, 그들이 있었기에 5월 1일이 휴일이 된 것입니다.     



'노동'이라는 단어에 반감을 가지는 세력은 '노동절' 이라는 순수한 명칭마저 빼앗아버리면서 '근로자의 날'로 바꿔치기 했습니다. 예전에는 5월 1일 노동절 조차도 3월 10일 한국노총 창립일로 변경하면서까지 노동절의 원래 의미를 무력화시켰지만 이것은 세계적 흐름에 반하는 것이었고 한마디로 창피한 짓이었습니다.  




▲ 근로와 노동의 차이점

'근로'와 '노동'은 국어사전을 찾아보아도 묘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근로'는 힘을 들여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고, 노동은 육체와 정신을 써서 일하는 의식적 행위를 강조합니다. 한마디로 '근로'는 관리 감독하는 입장에서 나온 단어이고, '노동'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보입니다. 물론 일은 열심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일만 하는 것은 기계와 다름 없고 의식하며 움직이는 주체로서의 인간의 노동이 중요한 것입니다. 




[기계처럼 일만하는 노동의 소외 현상을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 중에서 캡처]



하지만 처음에 언급했던 거래처 부장님들처럼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단한 반감을 가진 분들에게 달력에 빨간 날도 아닌 데, 휴무를 한다는 것이 마땅할 리 없습니다. 회사의 관리자로서 딴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일만 해야하는 인간 부품들이 쉰다고 하니 마음이 상하는 것입니다.  결국 스스로가 '근로자'라고 생각하면 5월 1일 휴무는 윗사람 눈치보면서 겨우 쉴 수 있는 하루가 되지만 '노동자'라고 마음 먹으면 당당하게 쉴 수 있는 하루가 되는 것입니다. 




▲ 노동절 휴무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노동절 휴무는 법으로도 정해져 있습니다 


§ 근로자의날 제정에 관한 법률

[ 일부개정 1994.3.9 법률 제4738호 ]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한다.

   

 

§ 근로기준법

2조(정의) ①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3.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

 

 

자신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속해 있고 정신, 육체 노동을 하고 있다면 모두 노동자가 되어 세계노동절 5월 1일은 당당하게 쉬어도 됩니다.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망각한 사업장이 있다면 '사실을 인식시키고' 피치 못하게 근무를 한다면 50%의 추가임금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노동법이 참으로 이상한 것은 여기에 '공무원'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무원은 정신과 육체를 벗어난 새로운 경지의 노동을 하는 사람들인가요? 공무원을 근로기준법에 해당되지 않는 제 3지대로  분류하는 법 체계가 참으로 신비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현실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마도 일터에서 노동절 휴무에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 이 땅의 노동자로서 휴식하고, 사색하고, 연대하라

이처럼 혼란스러운 법체계, '노동'이라는 단어의 기득권 반감 등으로 노동절은 재수 좋아 하루 쉬는 날 정도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일을 하면서 물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 생활을 영위합니다. 즉 인간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인정해가는 과정이 '노동'의 역사인 것입니다. 


그만큼 고귀하고 소중한 '노동'의 날에 자기 삶을 돌아보고 자신이 누구인지 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휴식이 필요하고 이 땅의 노동자라면 당당하게 휴무해도 좋은 것입니다. 


오늘은 123주년 세계노동절입니다. '근로자의날'에게 빼앗겨버린 '노동절' 참 의미를 되찾아오고 노동자로서 휴식하고 사색하고 연대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