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당신의 슬픔이 우리의 기쁨입니다

4일간의 설 연휴 입니다. 꿀 같은 휴식을 만끽하고 계시나요? 좋은(?) 직장들은 앞뒤로 하루 이틀씩 더 쉴 수 있게 배려해 주어 더 많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재수 삼수를 마다않는 이유가 이와같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 '조건차이'라고 한다면 기성세대는 할말이 없습니다. 


4일의 빨간날을 다 챙길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일지 모릅니다. 아래 사진 속 회사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설 연휴 4일을 꼬박일해야 했습니다. 왜나구요? 그들의 슬픔이 누군가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 "당신의 슬픔이 우리의 기쁨이겠지요" 


싸구려 대중가요의 애절한 가사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대형마트는 동네 상권을 다 무너뜨리고는 정부의 뒤늦은 견제정책으로 한달에 2번 휴무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동네 가게, 치킨, 피자 등등을 다 전멸시키고 국민들이 죽겠다고 하니까 겨우 정부가 나서서 (자기들이 생각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월 2일 휴뮤제를 정착시킨 것입니다. 


대기업은 엄청나게 자기들의 이권을 빼앗긴 것 마냥 들고 일어났지만 정작 월 2일 휴무로 살아났다는 동네 상권을 본 적은 없습니다. 유럽의 대형마트가 저녁 5시 ~8시 사이에 문을 닫고 토요일에는 오전 근무하고 있다는 소리를 하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무슨 별나라 이야기 하는 것이냐고 갸우뚱 거릴 것입니다. 


돈 될 상품을 찾아 전 세계를 날아다니면서 정작 그 나라의 대형마트들이 지역 상권과 어떻게 공존하는지 대략 문을 언제 닫는지를 조사한 적은 없을 테지요. 그저 자본주의 천박함을 세련되게 포장하며 자신들의 경제활동이 생존을 위한 싸움 내지는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치장하기에만 바쁩니다. 






▲ 설날 단 하루도 못 쉽니까?

그러나 노동자에게 일년에 단 두번(설과 추석) 고향을 찾거나 흩어졌던 가족을 만날 수 있는 큰 명절 기간 중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모진일 입니다. 물론 해당 대기업에게 이 사실을 따진다면 대답은 뻔합니다. 


"원칙을 지켰을 뿐이라고"


언제부터인가 격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 "상식과 원칙"입니다. 하지만 잘 관찰해 보십시오! 이 두 단어를 입에 달토록 쓰는 사람들이 상식과 원칙에 더 멀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누구를 위한 원칙인가? 

대형마트는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 휴점합니다. 그래서 올해 1월과 같이 설이 다섯 번째 일요일과 겹칠 경우 쉴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조정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일요일에 휴점할 것을 1월 한달만 다섯 번째 일요일로 옮길 수 있는 것이고 설 연휴에 자신의 직원들이 잘 쉬기를 원한다면 구정 당일 하루 정도 더 쉬어도 무관하리라 생각합니다. 


일년에 단 두번 입니다. 설과 추석, 그날 당일 하루 놀게 해 준다고 하여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수익이 악화된다면 그것은 휴무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영을 잘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기 직원들이 쉬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인색한 회사가 사회적 기업이 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해당기업은 작년에 노동조합이 설립되는 것 자체를 막고 직원 사찰을 벌이다가 문제가 생긴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법적으로는 해결을 본 듯 하지만 기업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설 연휴에 쉴 수 없고 가족 친지를 만날 수 없다는 설움을 안고 명절기간 동안 일하는 것이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 누군가의 기쁨이 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오류입니다. 


이 잘못된 오류를 수정해 나가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도 기업도 오류를 오류로 인식 못하고 언제나 '상식과 원칙'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 상식과 원칙 제발 개한테나 줘버리세요, 

당신들의 기쁨이 우리의 슬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