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때 히트곡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이라는 노래가 있다. '다섯손가락'이 부른 노래로서 당시 사랑고백의 대표곡이었다. 오늘은 금요일이니 마음 편하게 노래 한 곡 듣고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이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들은 당시에 괜시리 수요일에 빨간 장미를 들고 사랑 고백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2000년 대에 이르러서는 금요일마다 흑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 불리한 정치적 내용 발표는 언제나 금요일
파렴치한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금요일 정오 발표가 관행이 되었다고 한다. 공직에 있으면서 나라가 주는 봉급으로 재산을 부린게 아니라 땅 투기, 뇌물 등으로 배를 채운 자들이 유독 많았던 시기였다. 그들의 치부를 조금이라도 세상에 덜 알기기 위한 방법은 금요일 오후가 제격이라고 판단 했던가 보다
금요일은 한 주의 마지막으로 주말 휴식기 바로 전 날이기도 하다. 토요일에는 신문이 발행되지 않으므로 정치 시사 문제가 부각되지 않는다. 한 주를 힘들게 보낸 대다수 사람들이 금요일 퇴근 후 부터는 세상 소식을 접어두고 개인적 행복을 추구하는 시간이다. 당연히 세상 문제에 무관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례로 나비오의 쿨한 무위도식 블로그에도 토요일 일요일은 방문자 수가 급감한다.
금요일 발표 관행은 현 정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검찰 발표도 금요일이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도 금요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법원 발표도 금요일이었다.
▲ 이명박 정부의 그림자는 여전
그런데 이와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금요일에 발표하는 꼼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는 시기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일가 내곡동 땅 헐값 매입 사건, 한상률 국세청장 의혹 사건 모두가 금요일에 발표되었고 월요일 아침 조간이 김이 한참 빠진 채 보도되었다. 뉴스의 생명은 '스피드' 인데 3일이나 울궈먹은 뉴스가 월요일날 특종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금요일) 오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을 발표한다고 한다. 왜 하필 금요일 오후란 말인가? 월요일 오전에 발표하여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자리에 오르게 하지 않고 모두가 무관심하여 묻혀버리기까지 하는 금요일이란 말인가? 이것이 국민을 배려하는 것인가? 아니면 귀찮아하는 것인가?
한국 인권실태 발표하는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출처 : 연합뉴스
▲ 국민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
국민에게는 '알 권리'라는 게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언제부터인가 너무나 어렵고 힘든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런 하나하나의 것들이 모두 민주주의 업적인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세상 돌아가는 문제에 대해서 정확히 보고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만 민주주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금요일 발표가 시기적 당위였다면 모를까, 관행처럼 언제나 그날이 선택되어지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꼼수'처럼 느껴진다.
선량한 국민들은 금요일을 '불금'이라 부르며 즐겁게만 여기는데 한 쪽에서는 국민들이 제대로 알아야할 민감한 내용들을 흘려버리는 좋은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 미래가 암담하다.
'꼼수'가 아닌 '진심'으로 정치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면 시간과 장소 따지지 않고 말해줄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 있었는데 우리가 너무 모른 척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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