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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한

'아저씨' 악마보다 더 무서웠다


아저씨, 청년의 끝을 붙잡고 있는 남성에게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아저씨일 것이다.

그러나 인격이 지워진 사람에게는 차라리 아저씨라고 불려지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외로운 아이는 깡패라는 의심과 성폭행범일 수도 있는 '아저씨'라도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영화 '아저씨'의 시작이다.   



[아역 배우 김새론은 정소미로, 원빈은 차태식으로,  나온다. 출처 : 다음영화]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은 전당포귀신, 이 전당포 귀신에게 매일 찾아오는 소미는 쓰레기통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전당포귀신과 쓰레기통이 서로를 의지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공동의 위험에 노출된다.

마약을 하는 소미의 엄마가 마약을 빼돌렸고, 악당들은 소미의 엄마에게서 훔쳐간 마약만 되찾은 것이 아니라

몸 안에 돈 될만한 장기를 모두 적출해 낸다. 


아저씨에 나오는 악당들은 마약 밀매와 인간 장기를 파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인 것이다.

 

영화 '아저씨'를 원빈을 보는 관점에서만 다룬 여러편의 영화 리뷰와, 스토리는 식상한데 시간 보내기는 좋은 영화였다고 자평하는 글들이 다수라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영화평이 모두 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저씨에서 내가 본 것은 극단의 악을 처리하는 과정이었고,  그 악이 우리 주변에 새롭게 싹트고 있는 새로운 악의 형태라는 것이었다.

 

마약과 장기밀매,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가르고 빼내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같은 악당들이 등장한다. 다소 어리숙하고 멍청하여 의리가 있어 보이는 다른 조폭 영화의 악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악당은 초지일관 용서의 여지가 없는 악당이다.



[소미와 차태식이 서로를 의지하기 시작하면서 둘은 공동의 위험에 노출된다]


우리는 이런 류의 악당들을 헐리우드를 통해서 수차례 보아왔다. 우리나라가 마약 사고가 빈번하지 않음에도 미국 영화를 보면서 마약상은 나쁜 놈이라는 간접 교육을 받았고, 공공 화장실에 써 붙여져 있는 장기이식 스티커를 보며 우리는 인간 막장들에 대해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 맞다. 우리는 너무 잔인한 세상에 살고 있고 더이상 동기 없이 사람을 죽이고, 산채로 몸안에 장기를 끄집어 내어도 범죄의 유형이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는 너무 통쾌하고 시원했다. 공권력이 처단해 주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정체도 불분명한 아저씨가 상상을 초월하는 전투력으로 두들겨 패고 사살하고 응징을 하는 것이다.


 

[어린 소미는 자신의 MP3 플레이어를 맡기며 아저씨와 소통을 한다]


그리고 이정범 감독은 많은 액션영화가 가지는 상투적인 흥행 요소를 사용하지 않았다.

 

주인공이 적에게 잡혀 고문 당하지 않는다.

반드시 탈출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공이 막바지 적에게 붙잡혀 고초를 당하는 장면 같은 것은 아예 없다. 고작 경찰에 잠시 붙들렸을 뿐이고 
적에게 입은 상처는 총상 뿐이었다. 적들에게 잡히거나 죽을 고비끝에 어처구니 없는 방법으로 탈출하고 도망가는 씬은 없었다. 오직 아저씨는 전진 뿐이다.

 

남자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없다.

또한 어떻게든 미녀 여배우와 얽혀 억지 춘향으로 함께 따라붙고 인질로 잡히는 설정조차 없다. 어린 '쓰레기통'(김새론)은 아역이다. 영화가 가지는 관능적 요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너무 어리고 불쌍하여 한없이 가여울 따름이었다. 영화의 가장 큰 흥행요소인 관능미를 어린 아이의 불쌍함과 당당히 맞바꾼 것이다.

 

[영화계의 무술인 스티븐 시걸, 마지막 결투씬에서는 언제나 총을 버리고 주먹으로 결판을 낸다. 출처 : 다음영화]


총과 격투를 적절히 배합하였다. 

저씨의 폭발적인 전투씬은 스티븐 시걸 식의 갑자기 총싸움 하다가 총 버리고 맨손으로 맞짱뜨는 무술씬과는 다른다.  감독은 마지막 상대편 최고 고수(극중 " 람로완)와의 1대 1 싸움에서는 총을 버리고 손으로 겨룰 만한 충분한 정당성을 이미 확보한다 

람로완은 이 영화 아저씨에서 나오는 유일한 용서의 여지가 있는 악당이었고, 차태식이 그렇게 찾았던 소미의 안구를 보호해 준 악당이었다. 그리고 이미 처음에 아저씨를 죽일 수 있었지만 살려 보내줄 정도로, 야비하게 상대방을 죽이는 악당이 아니라는 충분한 스토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스토리 전개가 어색하지 않았다. 헐리우드 템포로 빠르게 진행되어 지루하지 않았고,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 예술영화와는 다르게 확실한 악의 응징이 있어 좋았다.

 

[원빈의 폭팔적인 전투씬은 영화를 보는 또하나의 매력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여름이면 인기 있다는 귀신영화의 악마들보다 더 악랄하고 무서운 인간 막장들이 우리네 삶 근처에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생겼다무엇이든 빨아들인다는 진공청소기 중국이 경제 뿐만 아니라 범죄의 전파국으로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아편으로 전쟁까지 했던 나라. 사람이 넘쳐나 인간 생명을 우습게 안다는 나라. 중국의 범죄가 우리나라로 급속도로 넘어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함이 엄습했다. 


中 부녀자·어린이 인신매매 기승-2009 5월 10일 세계일보

 

영화 중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부모가 돈을 갚지 못해, 신불자가 되면 그 자식을 데려다가 범죄 운반책으로 쓴다고'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깝다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우리에게도 '아저씨'가 나타나 응징해 줄지 궁금해 졌다.

 

더운 날씨에 더위를 잊기 위해 본 영화였는데, 공포 영화보다 더 무섭고 오싹했다. 어린 아이는 다 자라지 않아 장기는 팔아 먹을 수 없고, 안구만 빼다 판다는 영화 중 내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보다 더 끔찍했다. 부디 이런 내용은 끝까지 작가의 상상적 허구이길 바랄 뿐이다.


[만석, 종석, 개미굴노파 : 극중에 악마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나온다]


간만에 괜찮은 한국영화를 본 것 같다. 얼마전 '이끼'도 약간의 지루함과 강우석감독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과 원작의 탄탄함으로 즐겁게 보았는데 


영화 '아저씨!, 아저씨라고 깔볼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원빈 이야기 없는 '아저씨' 리뷰에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 원빈의 길지 않은 대사 중에 멋있던 멘트로 끝을 맺으려 한다.

 

'너는 나한테 반드시 죽는다. 너는 내일을 사는 놈이고, 나는 오늘을 살기 때문이다'  

 

원빈이 악당 만석에게 경고하는 대목이다. 알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말이지만 영화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였다. Share/Book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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