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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시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대한 단상


사람은 정말로 변하기 힘들까요?


얼마전에 친구로 부터 들은 말입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보통 이런 문장이 인용될 때는 삶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들추어질 때가 많습니다. 나쁜 사고 방식이나 습관 등이 나타났을 때 순간적으로 '잘 해보겠다' '고쳐나가겠다' 이런 다짐을 하는 상대방에게 '사람은 변하지 않아' 라고 말한다면 할말이 없어집니다. 

[사람의 뇌구조는 성곽구조물처럼 변화되기 힘듭니다. 출처 ;드림씨어터 표지]

저도 어는 정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사람은 참 변하기 힘든 동물이죠. 자신이 살아온 배경과 지식, 환경에 따라 자신의 고집으로 똘똘뭉쳐 있는 아집 덩어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사회적 언어나 매너 등으로 가려지긴 하지만 끝내는 자신의 본질적 습관은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관계에서 '변하지 않을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고통과 인내를 감수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서 상급자의 성격을 변화시키겠어!

내가 내 와이프의 성격을 고쳐보겠어!

내가 우리 부모닝의 뜻을 바꿔보겠어!

말은 쉽지만 쉽지 않은 결정과 주장들로 보입니다. 


그러면 정말로 사람은 변하지 않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 개인적인 경험에 미루어 볼 때 제 스스로가 많이 변했고, 남들도 달라지게 변했다고 하니 '사람은 변하지 않은다'라는 말에 동의는 하지만 전 반대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첫째 변화는 재수생 시절이었습니다. 

한 반에 남학생이 25명, 여학생이 5명인 재수학원에 다녔습니다. 그 반에는 순옥(가명)이라는 아이가 있었고, 가수 이선희를 빼닮은 얼굴이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가수 '이선희'씨와 같은 얼굴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우리반 남학생 상당수가 순옥이한테 사랑고백을 하고 눈물짓고 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참 수준이 낫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순옥이의 콧대도 상당히 마음에 안들었구요. 하여튼 저는 맘에 안드는 사람과는 말을 안하는 스타일이라 1학기 내내 순옥이와는 말 한마디 안했습니다. 

그런데 계절이 가을로 바뀌고, 자리 이동이 있었는데 순옥이가 제 대각선 옆자리로 오게되었습니다. 어느날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데 순옥이가 지나가면서 '비오야 참 공부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말을 건네고 가는데 그날 저는 놀랍게도 제 마음을 빼앗겨 버렸답니다. (이게 사랑인가 하고 그 당시 많이 고민했습니다)

젊은 시절에 참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탐탁지 않고, 재수 없었던 순옥이가 제 마음에 그렇게 쉽게 둥지를 틀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때 제가 했던 결심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절대로'라는 말은 해서는 안되겠구나. 언제든지 우리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생각들은 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재수생 때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사회생활 하면서 였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고등학교 3년 같은반에 3년 짝이었습니다)와 벌였던 첫 사업에서 우정과  돈과 건강 모두를 잃어버렸습니다. 급기야 탈진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고 아마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밤마다 이렇게 사람이 죽는구나를 느끼며 악몽같은 몇달을 보냈던 적이 있지요.

그러는 가운데 저는 종교를 알게 되었고, 제 자신을 그곳에 철저히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만하고, 직선적이며, 방탕했던 저의 삶이 180도 변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붙잡아 준 것은 처음에는 신의 나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었지만 제가 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제 안에 신에 대한 사랑이 싹트면서 였습니다. 

제 안에 신이 주셨던 사랑이 있었기에 제가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예전에 사업할 때 친구들이 지금의 저를 보면 얼굴은 그대로 인데 사람이 달라졌다고 많이 놀랍니다. 저는 친구들의 그런 반응에 무덤덤하구요.


[서정주 시인의 늙은 아내 :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도, 변하지 않게도 합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하는 친구는 아마도 그런 경우를 옆에서 보거나 아니면 변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더 각인되어졌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신봉하기 까지 어쩌면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라는 명제가 가지는 참과 거짓과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상처받거나 상처를 준 경험이 생각을 고착화 시켰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저의 경우를 보면 사람이 변화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나 스스로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이 변화의 원동력은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인생 첫번째 변화에서의 순옥이에 대한 사랑은 전혀 저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들었고, 두번째 변화에서의 저의 주장과 아집으로만 똘똘 뭉쳐 있었던 젊은 시절의 좌충우돌의 성격은 신에 대한 사랑으로 완전히 변화되었습니다. 결국 사랑이 제 안에 들어오면서 변화가 된 것이죠

이 외에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에 반증은 많습니다. 아이를 임심하고 낳게된 어머니는 여성과는 다른 새로운 존재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목사, 신부, 수녀, 스님 등등 사실 평소에 그럴 듯한 분들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전혀 아닌 것 같은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돌변하여 자신의 삶에 대한 일대 수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 죽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요. 하지만 사람 안에 '사랑'이 있으면 사람은 변화될 수 있고, 새롭게 거듭 납니다. 

물론 그 사랑이 영원하느냐라는 질문에 또한번의 고민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랑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고 기대하고 노력하는 것이기에 영원은 아니더라도 사람의 생명만큼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