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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MBC뉴스테스크 여자 앵커가 사라진 이유는?


구정 연휴가 끝난 1월 25일 MBC 뉴스테스크를 진행하던 여성 앵커분이 사라졌습니다.  항상 오른쪽에 앉아서 또박또박 뉴스를 전하던 배현진 아나운서는 이날 9시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신기한 것은 평소 50분 분량의 뉴스가 15분 만에 끝나버렸습니다. 9시 뉴스를 15분 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네요. 이것은 도대체 또 무슨 일인가? 하고 이유를 알아보니 MBC 기자들은 25일부터 뉴스의 공정성과 신뢰를 떨어뜨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MBC기자 비상대책위가 꾸려지고 자신들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자신들의 투쟁을 계속해 나갈거라고 밝혔다고 하네요.

[뉴스테스크 배현진 앵커는 25일 뉴스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출처 :MBC 홈피]
 
그래서 뉴스를 진행하던 여성 앵커분이 사라지고, 뉴스의 길이도 15분으로 축소된 것 같습니다. 사회를 밝히는 뉴스 보도를 싫어라 하는 분에게는 참으로 좋은 소식일 수 있겠습니다. 50분 동안 사건 사고를 다루던 뉴스가 15분으로 축쇠된다면 정말로 중요한 몇가지 외에는 세상에 알려질 일이 없을 테니까요. 그나마 뉴스 시간 15분도 자신이 이뻐라 하는 사람들이 취재하고 편집한다면 그야말로 자신만의 세상이 되겠지요.

                      [홀로 뉴스테스크를 마무리 짓는 남성 앵커 : MBC 뉴스테스크 캡처]
 

이날 뉴스테스크의 15분 방송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그것은 MBC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해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불공정과 외압으로 얼룩진 보도가 계속된다면 뉴스테스크는 앙상한 15분짜리 뉴스로 전락해 버리고 그 내용 또한 부실한 것만 남게 된다는 의미이지요. 
그리고 뉴스의 비중을 반영하는 두명의 앵커가 아니라 한명이 간단히 뉴스 읽다가 시간되면 끝내버리는 간단한 뉴스 브리핑이 될 것입니다.  
 

                                 [KBS2 스포츠타임 출처 : KBS스포츠타임 캡쳐] 

이에 비하여 국민의 방송 KBS는 정연주 사장을 내쫓고 뉴스를 새롭게 하겠다는 취지로 스포츠뉴스를 두명의 앵커가 진행하는 놀라운 편성을 단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녁 8시 뉴스타임의 대체 프로로 만들어졌으나 개편 때마다 시간이 옮겨져 지금은 오전 타임대로 이동하였습니다. 
그것을 아십니까? KBS2 프로그램은 오후 시간에 뉴스를 단 15분 방영합니다. 5시 뉴스타임 5분, 7시 뉴스타임 10분, 합이 15분 입니다. 

뉴스테스크 15분 방송은 MBC의 언론사로서의 위기를 잘 반영해 주는 대목입니다. 이런 일이 MBC기자들의 제작 거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개입하여 주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MBC의 언론사로서의 기능은 마비될 것입니다. 그때의 모습은 그냥 '나는 가수다'와 '무한도전'을 열심히 제작하는 예능 외주 제작사와 다를바가 없겠죠

[MBC기자회 피켓시위 장면 출처 : 미디어오늘 이치열기자]
 
언제부터인가 MBC 뉴스는 예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같은 예리함과 용기가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10.26 서울시장 선거, 한미FTA, BBK,등 사회적 이유에 대해 여타 다른 보수 언론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과 소극적인 비중으로 일관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내곡동 사저와 디도스 사건과 같은 대특종을 '나는 꼼수다' 같은 인터넷 방송에게 빼앗기는 거대 방송으로서 부끄러운 일을 당한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사의 공정성과 정의는 기자들이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자들이 의미있는 발제를 하여도 윗선에서 그것을 자르고 편집해 버리면 결국 세상에 나오는 정보는 가공되고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참다 못한 MBC기자들이 지금이나마 제작 거부라는 행동으로 나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지지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MBC 노동조함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사흘간의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표결과 파업이 가결되면 2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의 MBC 사태는 보도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결국 낙하산 의혹을 받았던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재철 사장 위키백과 클릭)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시사단두대에 출연한 정연주 KBS 전사장]
 
얼마전 KBS 정연주 전사장이 무죄 판결을 받으며 KBS 사장으로 원상복귀를 선언하였습니다.< 하니TV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MB정권이 들어서고 '정권이 바뀌면 알아서 물러나야지 눈치 없다고 큰소리'를 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 눈치 없는 사람이 정연주 사장이었고 말로 해서 안되니 갖은 누명을 씌어서 결국 그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입니다. 거기에 책임지겠다던 양반은 '축하한다' 한마디로 입을 씻구요. 

MBC의 경우 공정성 훼손 문제, 외압 의혹, 기자들의 제작 거부, 노조의 사장 퇴진 요구 등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은 김재철 사장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공정성이 훼손 되었다면 사장이 이것을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외압이 있었다면 그것을 안에서 막지 못했음이며, 기자들의 제작 거부를 설득하지 못했고, 노조의 사장 퇴진 요구가 나올 정도로 권위가 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KBS사장 해임과 똑같은 룰을 적용한다면 정권이 바뀌고 그만 두는 것보다 그 전에 미리 그만 두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갔습니다.  

MBC노조의 총파업 투표 결과는 27일에 난다고 합니다. 그 다음날이 무한도전하는 날인데 방송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MBC가 공정 언론사로서 거듭난다고 하면, 그까짓 무한도전 한회 정도쯤이야 참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