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지하철 버스 요금 인상, 물가 상승으로 삶의 질은 인하

아침에 출근을 하기 위해 대중 교통을 이용하셨다면 교통카드에 찍히는 숫자를 자세히 보셨나요? 저번주만 해도 세자리 숫자가 찍히던 기본료가 네자리로 변했다는 것을 알아 차리셨나요?

아침 출근길은 너무 분주합니다. 특히 월요일날 출근길은 더욱 복잡하고 마음 또한 무겁죠. 이것이 우리네 일상이고 습관적으로 교통카드를 대고 회사를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우리의 일상에 조금은 불편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추천 꾹>  <손바닥 꾹> 

서울시는 2월 25일 4시부터 서울 지하철과 버스 기본 요금을 900원에서 1050원으로 150원 인상하였습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물가 인상에 따른 대중교통 운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는데 이번 인상이 여느 때와 다른 것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표이사 인건비 한도 금액을 설정하는 등 후속책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항상 적자라고 요금 인상만이 살길이라고 아우성 치는 버스 회사가 실제로는 회사만 적자이지 오너는 외제차에 잘 먹고 잘 사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나온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대중 교통 요금 인상은 서민들에게 좀 많이 아픈 결정인 것 같습니다. 물가 인상은 서울시 대중 교통 관련 회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 역시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물가 고공 행진은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탓도 있지만 현 정권의 대기업 위주의 환율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정권 초기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환율을 유지하였고, 지금쯤 환율의 수혜를 입은 대기업이 참고 견뎌내었던 국민을 위해 자사 제품의 이익을 줄인다던가, 하청 업체의 마진을 높여 준다거나 하는 낙수 혜택을 주어야 하는데 우리 나라 대기업은 시치미 딱 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시민의 발인 대중 교통 요금이 오르기 시작하니 본격적인 물가 상승의 전조인 것 같아 안 좋다는 것입니다. 시장 장바구니야 좀 덜 먹고, 안 사면 되지만 교통 요금은 안 타고, 장거리를 걸어다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꼼수인지, 주말 이틀 동안 시행하고 월요일에 첫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3일째되는 요금 인상이라 비판의 화살도 적게 나올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중 교통 요금은 좋은 서비스에 적정한 가격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양질의 대중 교통 요금이 인상을 한다고 하니 또 하나의 좋은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몰려드는 동경 시민들]

대중 교통 요금 하면 일본의 비싼 지하철을 많이들 이야기 합니다. 일본 지하철은 국영과 민영이 혼재되어 있어 요금 체제도 복잡하고 비싸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기본 요금이 정말로 최저 기본 요금이고 몇 정거장 차이로 과금이 되어 올라가니 어떤 거리는 한국의 택시 요금과 비슷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최저 임금이 높습니다. 우리에게 일본 지하철이 비싼 것이지 일본에서 일하는 급여 생활자에게는 적정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 중 일 지하철 기본료 비교-
 구분  한국 (서울)  일본 (동경)  중국 (상해)
 지하철 기본료  1,050원  2,238.77원(160엔)  537.12원 (3위안)
 최저 임금 시급  4,320원  11,487.68원 (821엔)  1,969.44원 (11위안)
 시급 대비 기본료 비율   24%  19%  27%
[2011년 한중일 최저 임금, 지하철 기본료]

위의 표를 보시면 최저 임금 시급 대비 지하철 기본료 비율을 보면 일본 보다 한국이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상해는 우리보다 더 큰 비율을 보입니다. 결국 우리가 상해 가서 지하철은 타면 무척 싸게 느껴지지만 상해 시민들에게는 비싼 것이고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에게는 한국의 지하철이 저렴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서울 시민들에게는 저렴하지 않은 것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숨은 진실은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나라에서 위의 수치는 왜곡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수치는 평균이 아니라 기준이 되는 숫자들입니다. 지하철 기본료가 모든 대중 교통 요금의 평균을 잡아 설정한 가격이 아니고, 최저 임금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 나라 국민의 절대 다수가 최저 임금 시급에 잡혀 있다면 지하철 기본료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비싼 금액이라는 것이고, 최저 임금 이상 받는 급여자가 많으면 기본료의 저항이 크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한국 관광객에는 저렴하지만 상해 시민들에게는 비싼 지하철]

요즘 중국의 부자들이 한국에 와서 면세점과 백화점을 싹쓸이 한다고 해도 상해에 가면 지하철 조차 타기 버거운 극빈층 들이 많습니다. 소득 대비 지하철 요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최저 임금 이상의 생활을 하느냐가 그 나라가 잘사는지를 나타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오랫동안 경제 성장이 멈추면서 물가 상승율 또한 제자리에 있습니다. 일본 동경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급여가 삭감 당하지만 않으면 지하철 요금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생활력이 유지되고, 그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더 발전도 후퇴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가파른 물가 상승에 있습니다. 그 원인은 논외로 하고,  급여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질 소득이 줄어 든다는 것이고, 교통비 상승과 같은 공공 요금 인상까지 계속된다면 아까 말한 최저 임금에 수준으로 떨어지는 서민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서울이 그래도 교통비는 저렴하고 잘 되어 있다는 자화자찬은 조만간 사라지게 될 것이고, 결국 물가는 상승하고 삶의 질은 인하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중 교통비 인상에 관한 자료를 모으려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셨더군요 '물가 오른다고 불평 말고, 절약 방법 알아봐서 똑똑한 소비를 하자'고 말입니다. 물론 이 말도 맞는 말입니다. 세상에 절약 보다 더한 미덕이 있을까요?

하지만 물가 상승과 부의 불균형이 구조적인 문제라면 한번 사회를 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주거, 교육, 물가 등 전반적인 것에 널리 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한 개인의 좋은 습관과 행동만으로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뀌기에는 돌이킬 수 없는 먼 길을 와버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