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중국에 있습니다. 선거일인 4월 11일날 중국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물론 아침에 일찍 투표하고 공항으로 갔지요. 비행기를 타면서 내가 다시 한국에 돌아올 때는 좋은 선거 결과가 나와서 상식이 통하는 정치, 잘못한 국가 권력에 대한 심판의 서막이 열릴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
<추천 꾹>
[중국에서도 한국의 총선과 이어지는 대선에 관해 집중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 중국 출장 중에 들었던 선거결과에 "멘탈 붕괴"
그런데 중국에서 선거 결과를 전하는 아침 뉴스를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새누리당 단독 과반수 확보! 이거 중국 뉴스가 사실을 왜곡보도하나 여러번 확인하고 또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다시 확인해 보고는 정말 실망이 컸습니다. 한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온 선거 결과 문자는 '멘탈 붕괴' 그 자체 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 민심의 견제와 균형의 결과? 민심은 현명하다? NO!
어떤 신문을 보니 민심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졌다라는 신사적인 기사 제목을 보았는데 한마디로 말같지 않은 말을 써 놨더군요. 눈치보는 신문사와 기자는 그렇게 아부성 표현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제목은 항상 선거 끝나면 나오는 기사 제목이죠. 민심이 옳았다. 민심은 현명하다 등등 하지만 전 전혀 인정할 수 없는 기자 제목입니다
제가 중국에 있어서 더 많은 한국의 미디어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지 못하여 삐뜰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의 우민화 정책이 주요했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은 지금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정당입니다. 그들이 정권을 잡고 펼쳤던 정책 중에 잘한 것은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고, 실정은 태산과도 같이 높고 큽니다. 우리는 미국인들이 먹지 않는 소고기를 수입하여 먹어야 했고, 4대강은 흐르는 강이 아니라 멈춰버린 호수를 만드느라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쏟아 부었으며, 민간인을 불법사찰하고 그 증거를 인멸하였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질 나쁜 범죄였습니다.
▲ 민심은 멍청했다
이런 정당에게 과반수 의석을 주는 민심은 똑똑하지도 현명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습니다. 그냥 멍청해진 민심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선거를 안한 분들을 생각해 볼까요? 저는 민주주의 선거에서 기권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처럼 많은 이슈와 관심을 끌었던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다면 기권은 곧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니까 선거는 안드로메다 저 먼 곳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분들이겠죠.
이번 선거에서도 분명 투표율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런 분들은 한마디로 밥인 것이죠. 그냥 다루기 쉽고, 밥처럼 좋은 반찬 있을 때는 존재가치가 없지만 배고플 때는 밥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그런 밥 말입니다. 정권을 잡는 자들의 우민화 대상들은 선거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선거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은 절대로 이해 못하는 것, 그것은 그냥 멍청한 것입니다.
현명, 견제, 균형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언론에서 민심이 절묘한 선거 결과를 낳았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멍청한 민심이 쭉~ 지속되기 바라는 전형적인 꼼수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문제의식이 없다면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 선거한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했을까?
다음으로 선거를 하신분들을 생각해 볼까요? 물론 선거 결과는 과반석 의석을 확보하여 새누리당이 승리한 것 처럼 떠들고 있지만 득표수는 야권연대가 새누리당보다 많았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재미있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올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는 총득표수 싸움이지 지역별 1인자를 뽑는 선거가 아닙니다. 이래서 민심이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 ? 천만에 말씀이지요
대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선에서 야권 연대가 승리를 해야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치루지도 않은 선거를 겨냥하여 득표수는 야권연대가 많으니 민심이 현명한 선거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이야기 입니다.
문제는 지금 현안이 너무나 많고 그것을 처리해야 하는 곳은 국회라는 것입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청문회를 해야하고, 한미 FTA도 수정 보완해야하며, 4대강은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이것 말고도 현 정권의 실정을 빨리 회복할 만한 국회의 활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데 그런 국회를 다시 새누리당이 과반석을 확보했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실정이 실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게 현명한 민심일까요?
▲ 민심의 우민화, 언론사 낙하산 인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민심은 우민화된 것입니다. 방송사는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졌고, 불공정과 편파보도가 얼마나 많이 저질러 졌는가는 파업을 벌이고 있는 방송노조들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지내온 것이 4년이었고, 이번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그나마 제대로된 기자와 아나운서는 다 빠져나간 김빠진 뉴스를 방송사가 앵무새처럼 틀어댔습니다.
그래서 민간인 불법사찰 보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이 더 큰 이슈가 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생긴 것이죠.
거대 언론은 멍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매우 지능적이고 야비하고 승리를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대담함까지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신사적이면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은 우왕좌왕, 갈 곳 몰라 하였습니다. 선거 투표 독려 인터뷰와 현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트위터에는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다, 이것은 자신의 개인적인 친분이며 결정이다라고 말한 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 덕분에 현실 목표가 흐트러졌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헛갈리겠습니까? 분명 집권 세력이 싫다고 했는데 정작 지역구 투표는 집권여당에게 투표를 한다고 말하니 그를 멘토라고 여기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투표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꿰뚫어 보아야 하는데 우민화 정책은 치명적으로 민심의 판단력을 수준이하로 끌어내린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표 안한 사람들보다 더 지능적인 우민화에 걸려든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뭔가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투표는 예상외로 간단합니다. 자신이 내는 세금을 줄여주고, 대학 등록금을 싸게 만들어주고, 비싼 집값을 내려줘서 주거에 대한 안정을 줄 수 있는 자기 삶에 밀접한 문제에 도움이 되도록 투표하면 됩니다. 이것보다 더 명백한 투표의 판단 기준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현재 새누리당은 철저히 부자와 재벌을 위한 정당입니다. 이런 새누리당이 집권하여 현실의 삶이 좋아질 사람들은 우리나라 상위 계층 5% 도 안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에게 표를 준 사람들은 43%, 우리나라 국민 중 구백만명 정도가 찍어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밀접한 삶과 무관하게 투표한 사람들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기 되겠지요,
▲ 411총선은 민심 우민화가 성공한 투표결과
411총선은 민심 우민화가 성공한 투표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흐리고 판단 능력을 떨어뜨린 지금의 사태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빨리 언론사들의 파업이 성과를 이루어 올바른 정보, 건강한 의견이 오고가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안 언론이 아무리 주옥같은 뉴스와 정보를 실어 날라도 그것을 향유하는 계층은 사실은 설득이 필요없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자신의 카타르시스용 뉴스이지 널리 퍼져 정작 보고 느끼고 깨우쳐야할 분들은 전혀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제 총선은 끝났습니다. 이런 우민화가 지속된다면 대선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세계 최악의 총리로 명성을 날렸던 이태리의 베를루스코니도 결국 미디어를 장악하고서는 재집권에 성공했던 예가 있습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했음에 상관없이 맨날 바보 상자만 들여다 보게된 이태리 국민들은 또한번의 악수를 두었던 것입니다.
선거 결과를 생각하면 지금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오늘도 중국 사람들을 만나서 한국은 아주 좋은 나라라고 설명을 해야하는데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제 마음이 이것을 동의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가슴에 큰 눈깔 사탕 하나 걸린 것 같은 울먹함이 있습니다.
점점 위력을 더해가는 대국민 우민화 정책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이것에 대해 심도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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