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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

오늘은 근로자에게 하루 보너스 날입니다. 다행이도 주변의 상당수 직장인들이 오늘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휴무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달력에 빨간 표시가 없음에도 하루 놀 수 있다는 것은 샐러리맨에는 무척이나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자영업자나 규모가 작은 기업은 근로자의 날과 상관없이 출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고 봅니다. 그런 분들은 사장님을 잘 설득하셔서 내년부터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꼭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자본주의 노동의 소외 현상을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 중에서 캡처]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는 '근로자', '직장인', '노동자'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사장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동자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우리는 노동을 통해 우리의 삶을 유지해 나갑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권리는 헌법으로 보장되며, 법으로 보장되는 것 이상의 중요한 삶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1년에 한번 '근로자의 날'을 정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디어를 통해 보시면 느끼셨겠지만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부르는 명칭 또한 여러가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노동절은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함


'May Day"(메이 데이), "노동절'  등으로도 불리는 근로자의 날은 어쩌면 '노동절'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합당할 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노동절이 생겨난 이유가 처음에 말한 것처럼 수고하는 근로자에서 휴식을 주기 위한 반듯하고 착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피를 흘리고', '잘못된 자본가 권력'에 맞서 싸운 투쟁의 역사에서 생겨난 진지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절의 의미 


노동절(勞動節)은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고 안정된 삶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한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과시한다. 1886년 5월 1일 미국의 총파업을 노동절의 시초로 본다. 2차 인터내셔널에서 5월 1일을 미국 노동운동을 기념하는 날로 정하였고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메이 데이(영어: May Day)'나 '근로자의 날'로도 불린다.



노동절의 역사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는 8만 명의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미시건 거리에서 파업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집회를 연 이유는 노동력 착취에 대항하여 8시간 노동을 보장받기 위해서였지만, 경찰의 발포로 노동자 여섯 명이 사망했다. 이후 노동자들의 파업이 얼마나 영향력이 강한지 깨달은 자본가들은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었다.

당시 시카고 데일리 뉴스에서는 공산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들을 공산주의자 취급했으나 사실 이들의 노동운동은 사회주의와 무관했다. 단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시위를 가진 것뿐이었으나 미국 노동운동은 자본가, 정부, 우익 언론들의 탄압과 색깔론을 주장하는 왜곡보도로 주저앉고 말았다.

21세기 초부터 미국 정부가 매년 5월 1일이 사회주의의 냄새를 풍긴다는 이유로 엉뚱하게도 9월 첫 번째 월요일로 노동절을 바꿔 놓았다.

                                

- 위키백과-

 

노동절의 의미와 역사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내용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어쩌면 노동절은 하루 놀자고 있는 날이기보다는, 8시간 노동권 보장을 위해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던 파업 집회에서 죽음을 당한 6명의 노동자를 추모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하루 8시간 노동이 기본적인 권리로 정해졌고, 그들이 있었기에 5월 1일이 휴일이 된 것입니다. 



▲ 노동은 종북 좌파의 이미지를 연상, 근로자는 반듯하고 착함?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이런 '노동절'을 노동절이라 부르지 않고 '근로자의 날'이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느끼시겠지만 '노동자'하면 왠지 종북스럽고, 좌익같은 이미지가 풍겨나옵니다. 그래서 나라를 다스리고, 회사를 경영하시는 분들이 꺼려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근로자'라는 왠지 말 잘 들을 것 같고 깔끔한 이미지의 단어를 사용하기 권장한 것 같습니다. 


영어로 굳이 뜻을 구분하자면 노동은 'Labor' 이고 근로는 'work'가 됩니다. 노동의 의미는 광범위합니다. 단순히 '일'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사전에서는 '생산활동'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산이란 상품을 생산하는 것도 있지만 '수단'에 대한 생산도 포함합니다. 이에 비하여 근로는 단순히 일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다소 나쁘게 말한다면 그냥 시키는 일을 하면 되는 현재 진행형의 일입니다. 노동과 근로는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굳이 따지고 든다면 이렇게 미묘한 의미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 노동자의 삶, 근로자의 삶은 스스로 결정


그래서 자신의 노동을 통해 재화를 생산하며 사회 생산 수단까지 생산해낼 수 있는 주제성을 가진 노동자의 의미보다는 말 잘듣고 반듯한 근로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이 사회가 더 푸르게 푸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랏님들이 의도가 물씬 담겨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노동자인지 근로자인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노동자라고 생각하면 노동자의 삶을 사는 것이고, 근로자라 생각하는 것이 편하면 근로자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선택입니다. 



[대한민국 고용노동부]



▲ 정부 직재에서 위엄을 자랑하는 노동부는 왜 근로부라 부르지 않을까?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말씀드리면 그렇게 '노동'이라는 단어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정권도 스스로 노동이라는 단어를 즐겨쓰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 직재인 '고용노동부'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장관을 수장으로 두고 정부의 주요한 부서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를 '고용근로부'라고 부르면 갑자기 이미지가 확 떨어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부 장관 누구누구 하면 좀 있어 보이는데 , 근로부 장관 누구누구 하면 벌써 저 지방의 한직 부서장처럼 들립니다. 이것은 왜 그럴까요?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노동'이라는 뜻과 어감이 가지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 우리는 소중한 자신만의 삶을 역사로 써내려가는 노동자

 

왜냐하면 우리 한명 한명은 모두 중요하고 비중있는 노동자의 삶을 살면서 한 개인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시키는 일에 파묻히고, 월급 몇푼에 찌질할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의 진정한 주인이며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 둘도 없는 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힘내라,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