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는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변에 언변 좋고, 글 잘 쓰고 똑똑한 학생들에게 '너 나중에 커서 기자나 아나운서 되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영어는 기본이고 상식, 전공, 논술 등 언론사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준비하는 학생들을 언론고시생이라고 부르고, 그만큼 경쟁도 심하고,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직업군에 속합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제 주변에도 실제로 언론인이 된 친구도 있고, 열심히 준비 하다가 여러번의 낙방을 거치고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벗들도 있습니다. 간만에 동창회라도 할라면 TV에 얼굴이 나왔던 한때 모 방송국 앵커 친구가 나타나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그리로 쏠리고, 철 없는 후배들은 존경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평범한 직장 생활하는 동기들보다 세상 돌아가는 정보가 빠르기 때문에 모두들 귀를 쫑긋하게 됩니다. 물론 그 정보의 질이 훌륭하거나 양질의 것은 아닙니다. 어디가 개발을 하여 땅값이 오를거다. 연예인 누구는 어떻더라, 정치인 누가 훌륭하다 등 신문과 방송에서 얻기 힘든 내용을 뉴스처럼 이야기를 하니 재미있고,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MBC노동조합이 언론고시생을 위해 준비한 방송대학. 출처 : 오마이뉴스]



▲ 언론인에 대한 사회적 호감도는 높다


하지만 저는 별로 그 언론인 친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 그 녀석이 학교 다닐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잘 알고,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어느 정도 알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언론인으로서는 별로 적당치 않은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입니다. 친구로서는 재미있고, 좋은 우정을 가질 수 있어도 사회인으로서 그 친구는 부적합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대단히 이기적이고, 거만하고, 좋은 집안의 백그라운드를 잘 이용하는 친구라는 것입니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그런 성향은 변함이 없었고, 어려운 친구가 찾아갔는데 가르치려하고, 비아냥거리는 등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친구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그 친구가 얼굴을 내밀고 뉴스를 전할 때면 한참 웃음이 나왔던 때가 있습니다. '내 친구이기는 하지만 정말 어처구니 없다. 저 진지한 표정하며 무엇인가 권위를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멘트를 날리고 있지만 나는 너의 과거 행적을 다 알고 있다. 무슨 뉴스가 코미디더냐' 하고 속으로 되니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고 그의 과거를 아는 친구 몇몇이 동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인지 그 잘나가는 앵커출신의 동기는 언제부터인가 동창회 모임에서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의 우리랑 뒹굴면서 놀았던 철없던 과거가 지금의 명성과 지위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뉴스를 전한다고 인격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누구나 원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직업에는 업무수행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과 자격을 물을 수 있고,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시험을 보거나 통과의례를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누구나 자유롭게 될 수 있다고 하여 아무나 특정 직업에 종사해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적 영향과 인간의 생명과 양심에 관련된 직업은 철저한 자기 검증과 인격적 수양이 따라야 합니다. 


법조인, 의사, 교사, 정치인 그리고 언론인 등은 사회에서 원하는 학력과 지식만으로 그 자리를 꿰찬다면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직업입니다. 법조인이 사사로움으로 판결을 내린다면 중대한 위법이고, 의사가 오진을 밥먹듯한다면 사람의 생명이 위험하고, 교사가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없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며, 언론인이 바로서지 않으면 그 사회는 거짓과 비리로 물들 것입니다. 



▲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언론인


특히 요즘과 같이 언론사가 초유의 장기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화에서는 언론인으로서의 자세와 자질에 대해서 우리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언론은 사회의 주요한 감시 기구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실어나르는 매체가 아니라 정보를 분석하고 비판하여 과거의 잘못을 밝혀내고, 미래에 생길 위험을 막아내야 합니다. 그런 중차대한 업무를 직업으로 가지는 것이 언론인입니다. 


현재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이번 MBC 파업은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은 화려함을 쫓았고, 예능과 언론이 구분이 안될 정도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MBC노동조합이 언론고시생을 위해 준비한 방송대학.무한도전 김태호 PD, 출처 : 오마이뉴스]



▲ 언론인은 스스로 겸손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언제나 '갑'이기 때문.


예전에 저 역시 선배한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직업이 가장 좋아요?' 라는 질문에 그 선배의 답은 모든 관계에서 '갑'인 직업이 최고라고 말했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우월한 위치의 '갑'과 낮은 위치의 '을'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흔히 '영업직'을 기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영업직은 어디를 가서든지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고 부탁을 해야 하는 절대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하여 '기자'와 같은 언론인은 어디를 가나 대접을 받고 '갑'의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직업적으로 겸손해지기 가장 어려운 자리가 언론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언론인들이 있으니 이들은 정말로 실력과 인격 모두를 겸비한 훌륭한 사람으로서 존경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 좋은 언론인이 되려하지 않고 그저 언론인이 되려한다


그러므로 가장 교만해지기 쉬운 자리에 있으면서 정도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균형감과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실력 모두를 겸비해야 좋은 언론인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균형감과 실력을 모두 갖추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좋은 언론인'이 되려는 사람들은 적고, '언론인' 되려는 지망생만 몰리는 것 같습니다. 



▲ MBC파업으로 언론인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번 MBC파업으로 방송이라는 화려한 은막과 높은 연봉의 언론인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들이 한 없이 높게 보이고, 멋져 보였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정당한 언론인이 되고자 의지를 불태우면 여러가지 사회적 불이익과 어려움에 빠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예인들과 몰려다니며 사교자리를 갖고, 때론 그들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뒤를 봐줄수도 있고, 어디를  가도 싫은 소리 하나 듣지 않고 주변 사람 모두가 굽실거리는 미디어의 힘을 가진 언론인의 모습이 아니라 힘든 사장 만나면 추운날 거리에 서서 시민들에게 방송이나 지면이 아닌 육성으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파업하면 월급이 몇달째 나오질 않고, 잘못 노조 활동 하다가는 재산에 대한 압류가 들어오고 고소고발을 당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이런 것에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다는 각오와 신념이 없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 무책임한 언론은 전쟁 범죄의 동조자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회사원이 잘못하면 자기 부서 또는 회사에만 문제를 일으키지만 언론인이 펜대를 잘못 굴리면 사회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있지도 않은 화학 공장이 마치 있는 것처럼 떠들어 대서 미국은 이라크를 양심의 가책 없이 침공 하였고, 거기서 죽어나간 수많은 어린아이들과 부녀자들의 생명의 댓가는 분명 전쟁을 부추기고 방조한 미국언론이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교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기에 죄책감도 양심의 가책 따위는 받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들은 성조기를 바라보며 자신들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여길 것이며, 유체 이탈 필법을 통해 글을 쓰는 자아와 자신의 자아를 구별하지 못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언론의 힘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지하철에서도 계속하여 새롭게 만들어지는 정보를 섭취하며 살아가고 있고, 거기에는 미디어라는 매체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더욱더 많은 언론고시생을 배출해낼 것 같습니다. 화려함과 사회적 힘을 가지는 미디어의 매력을 안다면 당연 최고의 직업은 언론인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화려함과 막강한 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자질과 올바른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마치 백화점 쇼윈도에 걸려 있는 옷처럼 내가 그냥 좋으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자기 자신이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윤리와 신념을 지켜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언론고시생들에게 너무나 좋은 교과서,  MBC파업


그런면에서 언론고시생들은 이번 MBC파업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진행 결과를 예측해보며 차분히 기사를 스크랩하여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는 이것보다 더 좋은 언론고시생을 위한 교과서는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언론인은 기능적인면보다 신념적인 것이 더 중요한 자리이며, 시중에 나와있는 참고서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언론인으로서의 신념에 관한 현실적이며 생생한 기록이 지금 여의도 MBC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나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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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eblogger.tistory.com BlogIcon 71년생 권진검 2012.05.20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C파업...정말..이젠 무뎌집니다~~

  2. 하긴... 2012.05.20 2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한 일부 정치세력에 악용당하는 파업에는 소신을 가지고 참여하면 안된다는것도 배울듯?? ㅋ

  3. 마음전문가 2012.05.21 0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김재철이 물러나기는 커녕 어제 보니 경력직 기자 채용광고가 대대적으로 나가고 있더군요. 총선결과가 너무나 아쉽습니다. 사람들은 하나씩 다 잃어버리고 좋아하는 무도 같은 방송프로그램 하나도 투표장에 찾아가는 작은 수고가 없으면 결국 못지킨다는 걸 이번에는 배울까요.

  4. Favicon of https://whiteink.tistory.com BlogIcon 하얀잉크 2012.05.21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인 직업이 최고라는 말씀 격하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7년간 갑에 있다가 처음으로
    을인 직업을 가져보니 쉽지 않네요 ^^

  5. 재처리 2012.06.17 0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기자친구분의 얘기. 저도 격하게 공감하네요. 제 친구중에 하나도 기자하는 녀석이 있거든요.
    가끔 TV도 나와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얘기하던데. 우습더군요. 저도 그 친구의 과거를 알거든요.
    그런건 어째 공통적인가 봅니다. 갑을의 관계도 공감하구요. 제 지인은 공무원인데 갑을 얘기부터 하더군요. 돈 적게받고 많이 받고를 떠나서 갑의 위치있을때가 많아서 일은 편하다구요.

  6. 일일 2012.08.20 0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과 을... 하나 배워갑니다.

  7. Favicon of http://www.passres.com/nike-hyperdunk-x-2012-c-36.html BlogIcon Nike Hyperdunk X 2012 2012.12.18 15: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발행인으로 있는 '주간 미디어워치'라는 매체를 통해 "낡은 386세대의 몸에 입혀놓은 신세대 옷"이라며 그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