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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문재인 지지했던 김여진 방송취소, 형평에 맞지 않는다

아침에 메일을 열었는데 반갑게도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 한통 있더군요. 70 이 훌쩍 넘으신 나이에 열심히 컴퓨터 공부하시고 아들에게 메일까지 직접 보내시니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런데 메일을 열고 찬찬히 읽어보니 내용이 참 황당했습니다. 아버지가 직접 쓰신 것이 아니라 주변 친구분이 보낸 메일을 전달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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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보낸 메일]




▲ 아버지의 메일에 담긴 내용 ; 이외수는 빨갱이다 


얼마 전에 논란이 되었던 이외수씨에 대한 악플러들의 공격 내용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왜 우리 아버지가 이와 같은 글을 실어나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내용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왔습니다. 나름대로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쓴 글 같으나 결국은 이외수씨도 빨갱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외수씨에게 화천군이 지원한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이외수라는 빨갱이에게 아까운 혈세가 낭비된 것에 대한 애국지문 같은 글이었습니다. 참 사람들 뇌구조 신기합니다. 4대강에 쏟아 부은 혈세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나라 최고의 문인이 사는 곳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인색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외수씨에 대한 공격을 일삼은 자는 윤정훈 목사로서 얼마전 십알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된 인물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충성해야하는 목사가 지금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오직 신만이 아실 것 같습니다. 




▲ 목사가 빨갱이 잡는 나라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당선인은 웃는 모습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대통합을 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승리한 51%의 사람들의 마음에는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외수씨 같은 문인도 정부에 비판적이면 빨갱이라는 십자가를 드리우고 못 박아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배우 김여진 출처 : 연합뉴스]




그것 뿐인가요? 어제는 배우 김여진씨의 트위터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김여진씨는 지난 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던 소셜테이너로 유명한 분입니다. 그런데 대선 이후 방송국으로부터 출연 취소 통보를 받고서 자신의 심정을 트위터에 옮긴 것입니다. 



[배우 김여진 트위터]




▲ 정치 참여 연예인은 방송 취소 당연하다? 그럼 이분들은


이것에 대해 보수 논객 변희재씨는 '김여진씨 착각하나 본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을 때는 방송에 못 나올 것을 각오하고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 거렸다고 합니다. 


무슨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독재국가도 아니고 국민들의 시선을 끄는 연예인들이 자유롭게 선거운동 할 수 있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지 선거운동하면 배우 생활 접어야 한다는 것은 해괴망측한 생각합니다. 


김여진씨가 돌아가야 할 곳이 공중파 방송이었다면 현재 그곳이 공영성과 공정성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 있기나 한 곳인가요? 그렇다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연예인들 역시 모두 방송에 나오지 말아야 하겠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성숙한 시민이라면 선거가 끝난 이후 한 연예인이 내가 찍지 않은 후보를 지지했다 하여도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원로 배우 이순재 씨의 경우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 중이고 개인적으로 조금 실망하긴 했어도 TV 나오면 그냥 보는 중입니다. 그 외에도 최불암씨 역시 박근혜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관련기사)






▲ 방송이 정치적 편향성을 정화할 능력도, 자격도, 힘도 없다


그래서 '선거운동에 참여했으니 방송취소는 당연한 것이다'라는 논리는 잘못된 프레임이고 김여진씨에게만 가혹한 처사인 것입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김미화, 김제동 씨 등이 방송 출연에 있어서 불이익을 당한 것과 흡사한 경우이지 연예인의 정치 참여로 방송국 차원에서의 정화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국이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도, 자격도, 힘도 없다고 봅니다. 저는 김여진 씨의 방송취소 기사를 보고 어쩌면 5년 전, 현 정부가 들어서면 있었던 기피 연예인들의 방송 하차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는 심하게 분열되기 시작한 것이죠. 정부의 비판하는 배우, 바른 말하는 방송인 그들은 모두 좌파 빨갱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고 방송을 떠나 있어야 했습니다. 




▲ 김여진 방송 취소가 누구의 방침인지 꼭 알려야 ...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지 말라는 것과, 가수에게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것처럼 방송인에게 방송에 나오지 말라는 것은 인생 관두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매우 가혹한 처사이죠. 이것이 누구로부터 나온 방침인지, 진위가 파악되었으면 합니다. 정치 참여 연예인을 방송에 못 나온다 라는 말같지도 않은 이야기로 시야를 흐리지 말고 떳떳하게 배우 김여진에 대한 명백한 방송국의 입장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어쩌면 대선 이후 최초의 정치적 불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고 시작이라면 우리 사회는 또다시 이념 대립의 양극단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박근혜 당선인의 '통합'의 가치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 한번 보여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