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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과다노출 범칙금이 '유신부활'로 오해받는 이유

어제는 하루종일 '과다노출'이 과다하게 인터넷에 노출되어 떠돌았습니다. 일단 인터넷 상의 낚시성 기사의 대표적인 단어가 '노출'이기 때문에 뭇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정부가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내용을 따져보게 되었고, 그 안에는 놀랍게도 과다노출을 하면 범칙금 5만원을 물린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출처 : 연합뉴스]




▲ 과다노출 범칙금 부과가 오바?

여기에 대해서 사람들은 과거 70년대 통기타 시대를 떠올리며 남자는 장발족을 단속하고 여자는 미니스커트를 검열하던 '유신으로의 회귀'가 아니냐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그럴 수 있는 것이 시대가 변하여 자유분방하고 센스 넘치는 패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과다노출'로 범칙금을 물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황당하고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 동대문=전민조 전 동아일보 기자]




그리고 과다노출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의문점도 갖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경찰관이 자를 들고 서 있다가 짧은 미니스커트 아가씨를 보면 무릅에서 부터 치마밑단까지 길이를 재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과다노출에 대한 경찰의 해명

그러나 11일 발표된 경범죄 처벌법 시행령 '과다노출'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경찰에서 다음과 같은 해명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과다노출 조항은 새로 신설된 것이 아니라 1963년부터 있었던 것을 '처벌 완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1963년 당시 조문

제1조제44호 공중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신체의 전부를 로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게 한 자

 



그동안은 과다노출로 적발괴면 즉결심판 회부 대상이 되어 법원에 출석하여 판사의 판결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었는데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이제는 처벌을 완화하여 법원 출석 없이 금융기관에 범칙금만 납부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예전에는 판결문을 받아야 하는 중범죄(?)에서 이제는 교통법규 신호위반처럼 어기면 딱지 떼고 은행에 벌금내는 것처럼 손쉬운 범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다노출의 범위도 이번에 많이 축소되었다고 합니다 .




[씨스루룩 논란에 섰었던 박은지씨, 예전 법대로라면 박은지씨도 범칙금 대상? 출처 : MBC 손바닥TV]




예전 법에서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되었지만 새로운 법에서는 이 문구가 삭제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씨스루룩' 열풍을 반영한 법 개정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패션에 민감한 여성들이 속 비치는 옷을 유행처럼 입고 다니는데 예전 법이 그대로 였다면 길에서 범칙금 내야할 여성분들이 참으로 많았겠습니다. 




구법('13.3.22 이전)

신법('13.3.22 이후)

41.(과다노출)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 또는 가려야

     할 곳을 내어 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

33.(과다노출)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

 [출처 : 경찰청]




그러나 이제껏 살면서 과다노출로 즉결심판 받았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과다노출'의 수준은 사회통념상 일반인들이 수치심을 느끼는 수준으로 알몸을 노출하는 것을 말하며, 미니스커트, 배꼽티 착용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관련기사)




[예술가 낸시 랭씨는 오만원권 신사임당 하체에 비키니 사진을 합성하였습니다, 출처:낸시랭 페이스북]




이와같이 차분히 설명듣고 이해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던 '과다노출 범칙금'이 왜 우리에게는 그토록 민감하게 다가왔을까요? 낸시랭씨는 트위터를 통해 오만원권 신사임당에 자신을 합성하면서 '나 잡아봐~라~앙!'을 외치며 과다노출 범칙금을 재미있게 풍자하기도 했습니다. 




▲ 과다노출 범칙금에 민감한 여론

왜 사람들은 과다노출 범칙금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유신의 그림자가 세대를 뛰어넘어 다시금 드리우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여전히 꾸려지지 못한 정부조직에 있어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국정원장 모두가 육군 출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방장관까지 인선이 마무리된다면 한 국가의 안보라인이 육군 출신으로만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소신을 가지고 일해야하는 장관들이 516 군사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부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무슨 유신독재 시대도 아닌데 정직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 유신을 떠올리게 하는 징후, 육군 인사, 516 쿠데타 그리고 새마을운동

그리고 '제2의 새마을운동' 운운하며 군사독재 개발 방식을 첨단 스마트 시대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관련기사) 새로운 정부라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옛것과의 어느정도 단절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새마을운동의 좋은 점도 기억하고 있지만 그 시대 유신 독재의 아픔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처를 가리기 위해 잠시 추억하고 싶은 과거는 덮어두는 것이 현명한 정치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급격한 역사적 후퇴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그 느낌은  점점 자라나서 '우려'가 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으로까지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과다노출 범칙금' 이야기다 터져나오니 사람들은 바로 '유신의 부활' , '유신으로의 회귀' 같은 발상을 하게되는 것입니다. 


이것의 책임은 소심한(?)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방향을 잘못잡고 있는 정치에 있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밀치고 있는데 지금의 정치는 자꾸만 뒤를 바라보며 거꾸로 달려가려는듯 합니다. 




[당시 공권력은 지나가는 사람의 머리를 자를 수 있었다 그때가 그리도 좋은가? 1976-06-07 동아일보]




▲ 그때가 그리도 좋은가? 

1970년대 유신독재 권력은 지나가는 청년의 머리를 가위로 자를 수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왜 군부독재는 청년들의 머리를 잘랐을까요? 단지 보기 싫어서요? 아니면 청결하지 못해서일까요? 


그 당시에는 청바지, 통기타, 청년이라는 시대정신을 가진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격한 독재 개발 에 반대하는 저항 정신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군사 정권은 이것이 보기 싫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저항'이 아닌 '반항아'로 낙인찍고 자존심과 기가 서린 머리카락을 잘라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그 시대를 통과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그리도 좋았던 것인가요? 요즘 정치판을 보면 다시금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쌍하게도 말입니다.


2013/03/13 - [까칠한] - 기자의 생명은 비판정신, 그러나 돌아온 것은 징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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