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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원세훈 개인비리 혐의 포착?,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가 먼저다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는 것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능력은 '집중력'인 듯 하다는 것입니다. 회사, 학교, 놀이 집단 등에서 개인이 두각을 발휘하는 경우 지식, 아이큐, 기억력, 사교성이 좋아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면접 시험의 단골 채점 메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의 모든 것을 가졌다 하더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재능은 모두 허사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나왔던 명대사 '나는 한 X만 때린다'가 요즘들어 새삼스럽게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예전에는 집착증의 이상한 행동이라 웃어 넘겼지만 어쩌면 이것이 복잡한 세상에서 '일 잘하는 노하우'가 아닐까 싶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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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 출처 : 연합뉴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개인비리 혐의 포착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조사하고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한지  40여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치 개입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고 있으며 (뉴스타파 국정원 직원 트위터 계정 확인), 압수수색, 관련자 소환조사가 이루어지지고 있지만 이렇다할 수사 결과는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 비리 혐의가 포착되었고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흘러들었습니다.(관련기사) 기사의 내용으로 보아 언론이 먼저 정황을 포착하여 터뜨린 것이 아니라 '인용보도'의 필체로서 수사 기관에서 내용을 어느정도 가감하여 알려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검찰이 건설업체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선물 리스트가 발견되었고 거기에 고가명품 가방, 의류, 순금 등 수천만원 상당의 물품이 10여차례 원 전 원장에게 넘어간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즉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겨냥하여 수사하는 도중 밝혀진 사실이 아니라 다른 수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개인 비리 혐의'로서 언론이 이 리스트를 먼저 발견했을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 마감시한 6월19일, 국정원 정치 개입 수사에 집중하길

그런데 처음에 이 기사를 접하고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면서 든 느낌은 도리어 국정원 수사가 복잡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말했지만 복잡해지면 집중력을 발휘하기 힘들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수사를 진행하는 사람도 복잡하고 바라보는 사람은 더더군다나 복잡하여 그 핵심을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냥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비리 따위 나중을 기약하고, 작년에 그가 국내 정치에 어떻게 개입했고 그것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가 누구를 위해서 그토록 충성을 바쳤느냐를 발본색원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국정원 정치개입 수사는 6월 19일 선거법에 의한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마감시한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6월 19일까지는 16일 정도 남았습니다. 4월 18일 무혐의 경찰 수사가 나오고 검찰마저 선거법 처벌 마감시한에 즈음하여 '무혐의'라고 발표한다면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범법자가 나오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법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시간이 촉박한 즈음에 원세훈 전 원장의 개인 비리는 사족에 불과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다른 문제에 있어서 '공명정대하고 정의'로웠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국정원 문제는 빠르게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여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할 것입니다. 


6월 19일이라는 마감시한을 앞둔 수사 막판에 개인비리까지 포착하여 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수사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에 말했지만 일을 잘하는 것의 첫번째 덕목은 '집중력'이지 이것저것 멀티적 능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참여연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고발 출처 : 오마이뉴스]





▲ 국정원은 작년에 도대체 무슨 일을 벌였던 것인가?

그리고 원세훈 전 원장 개인비리 혐의 포착 기사를 접하면서 걱정되었던 것은 개인비리 혐의는 인정되나 국정원 정치개입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는 발표가 나올까 하는 점입니다. 경찰은 무혐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참으로 무능하다는 것이었죠, 


검찰이 경찰이 걸었던 길을 똑같이 걷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정원 정치개입은 무혐의이지만 개인비리는 혐의를 인정한다는 식의 물타기 수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도대체 국정원이 작년 선거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거기에 따른 제대로된 수사 결과가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온전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말입니다.



2013/06/04 - [까칠한] - 법체계에 대한 회의, 모범시민 불량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