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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세법개정안, 지하경제 양성화는 월급쟁이 호주머니 였나?

세법개정안 발표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항상 그렇죠? 워낙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에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발표한 대국민 정책들이 언론에 공개되기만 하면 국민들로부터 차가운 비난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세법개정안의 경우 봉급생활자의 소득과 지출에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회사 생활하다보면 월급 또는 연말 때가 되면 계산기를 하루종일 두드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각종 보험과 세금까지 본인이 직접 계산하여 끝에 자리 몇백원을 잡아내어 회계팀에 항의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찌질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대부분 아이들 양육비에 빠듯한 살림을 하다보니 생겨난 절약(?) 정신에 기인한 행동이라 생각하고 맙니다. 





[연말정산의 효자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5%->10% 하향조정, 체크카드는 15%->30% 상향조정 오마이뉴스]




하지만 이와같은 모습이 우리 월급쟁이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급은 받을 때만 풍성하지 각종 세금, 공과금, 마트 한번 돌고 나면 어느 새 월급 통장은 바닥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빈약한 월급의 책임이 한 개인에게 있는 것인지 높은 물가와 복지 혜택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고비용 사회여서 그런 것인지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월급 생활자에게는 동전 한 푼도 아쉬운 것이고 지출과 소득 그리고 세금에 관한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 것입니다. 





[기획재정부 세법개정안 발표 출처 : 연합뉴스]





▲ 박 대통령은 대선 전 "증세 하지 않겠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 확보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1월 18일 인천송도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없이 누락되거나 지하경제 등으로 탈루된 세금을 제대로 거두겠다" 며 "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관련기사, 조선일보) 


그런데 어제 발표된 세법개정안을 보면 중산층 봉급 생활자의 세금 부담이 년 16만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출처 동아일보]




정부는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줄였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저소득층에게 세금을 걷어봐야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조세 저항만 높아집니다. 결국 세수 확보를 위해 중점적으로 공략해야할 대상은 고소득층이 되어야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만만한 중상층이 세수 확보의 버팀목이 되었고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도 두드러진 내용은 중산층 증세에 있습니다. 




▲ 중산층 월급생활자 년 16만원 부담

연봉 4,000~7,000만원 봉급 생활자에게 년 16만원 세금을 더 걷게 되는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 봉급 생활자가 약 40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했을 경우 약 1,200만명이 이 증세에 영향을 받게되는 것이니 사회적 관심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2011년 기준 봉급생활자는 1,550만명이라고 합니다)


봉급생활자의 소득세는 직접세이기 때문에 월급을 받음과 동시에 이미 지불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 보면 조세 저항도 없이 일단 결정만 하게 되면 매우 안정적인 세수 확보처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율이 5:5의 비율이라고 합니다. 선진국이 대략 6:4로 직접세가 높고 미국의 경우 90%가 직접세라고 합니다. 직접세는 소득세와 같이 소득 격차에 따른 차등 적용이 되는 것이고 간접세는 부가가치세와 같이 누구나 천편일률적으로 지불하게 됩니다. 


부자를 위한 정부는 언제나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를 올려서 세수를 확보하려고 하고 국민 편에 있는 정부는 직접세를 높여 세수 확보를 하려 합니다. 물론 직접세를 높인다는 것은 고소득층에 대한 집중적인 증세를 말합니다. 이번 세법개정안 처럼 중산층까지 고통을 분담시키는 증세는 건강하지 못한 것입니다. 





▲ 공약을 너무 쉽게 어기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번 세법개정안은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자신의 대선 공약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많은 대선 공약을 휴지처럼 날려버리는 것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시점에 가장 민감한 세금까지 더 걷겠다고 하니 국민 불만은 생각보다 클 것입니다. 


작년 대선을 박근혜 대통령 곁에서 보좌했던 새누리당 수뇌부가 TV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앵커가 '왜 그렇게 대선 공약을 못 지키고 있냐고 질문'하니까 '대선 당시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이것도 해주세요 저것도 해주세요 하도 부탁을 하니까 연민의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 많았다' 고 답하며 '어떻게 그것을 다 지킬 수 있겠느냐' 라는 천인공로한 말을 생글생글 웃으면서 답변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 지하경제 양성화는 월급쟁이 호주머니 였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지하경제 활성화(양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는 확보하겠다던 공약은 결국 봉급쟁이 호주머니를 통해 가능하게된 것입니다. 남편의 비상금은 아내가 보기에는 '지하경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는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 놓고서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중산층 봉급쟁이 월급에서 세금을 떼어가는 것은 '정치인 거짓말'의 전형적인 예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하는 훌륭한 대통령을 원했던 것이지 '정치인' 대통령을 원했던 것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차라리 MB 시절이 더 좋았다' 라는 푸념이 떠돌아 다니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