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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어느 노인의 슬픈 밥그릇

요즘 샐러리맨들에게는 자율배식 식당이 인기랍니다. 훌쩍 올라버린 물가에 직장인들 점심가격 역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위 잘나가는 동네들은 만원 안팎이고 다른 곳도 최소한 6,000원 이상의 점심 한끼값을 지불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칠팔천원의 점심값을 써도 그다지 훌륭한 밥을 먹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양도 적고 맛도 그다지 내세울만 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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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아진 주머니, 자율배식 식당으로 몰린다

그래서 구내 또는 대형 자율식당을 찾게되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가격이 착하고 음식 양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밥 하나 추가하면 1,000원을 더 받는데 자율배식 식당의 원하는 만큼 담을 수 있는 제도는 매력인 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처럼 사람을 신뢰할 수 없는 시대에는 청결상태도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이 하는 조그만 식당의 경우 주방에서 어떻게 음식을 만드는지 알길이 없지만 자율식당의 경우 조리사가 배치되어 있고 위생조건을 지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양심적인 식당의 주방은 대형조리시설보다 더 깨끗할 수도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식당에서 폭탄(?)을 맞기 보다 맛은 평범하지만 자율배식 식당의 가격과 양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율배식 식당의 강세는 무엇보다도 샐러리맨들의 얇아진 주머니 사정 탓이 주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자율식당에는 샐러리맨 뿐만 아니라 주변에 사시는 분들 역시 와서 드시는 듯 합니다. 소규모 가정의 경우 집에서 밥과 반찬을 차리는 경우보다 매식을 하는 것이 훨씬 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대형화 되고 자본에 종속되다 보니 한두개 구입하는 가격은 비싸고 프렌차이즈 식당처럼 재료를 대량 구매했을 경우에만 가격 경쟁력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출처 : 서울경제]




▲ 시장 바구니의 낮아진 가격 경쟁력

대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했던 대통령이 있었는데 그가 주장했던 이른 바 '낙수효과'라는 경제용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차츰 드러나고 있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을 믿고 대통령을 시켰으니 국민 살림살이가 나아질 리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제가 시내에 갔다가 점심 시간을 놓쳐서 건물 안에 있던 자율배식 식당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공공기관의 자율식당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도 상당히 훌륭하였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나가고 1시 30분 정도 입장하게 되었는데 자율식당은 보통 11시~2시까지 영업을 하더군요.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생각하며 열심히 점심 식사를 즐겼습니다. 약속시간이 2시라서 기달릴 필요없이 제가 음식을 담아서 먹으니 시간도 충분하였습니다. 식당이 거의 파장 분위기가 손님은 몇명 없었습니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식당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과 남자직원이 어떤 할아버지가 식사를 하고 있는 테이블 앞에서 서서 언성이 높아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안내고 식사를 하시나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남는 음식을 담아가려고 집에서 '반찬통'을 가져왔던 것입니다. 




▲ 남는 반찬을 담아가려는 노인

부페 식당에서 간혹 비닐봉투에 음식을 싸가는 아줌마는 보았어도 할아버지가 자율배식 식당의 반찬을 싸가려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난감하고 창피한 모습이었고 식당 관리자는 '반찬통'을 빼앗아 주방에 가져다가 안에 들어 있던 음식을 처리한 다음에 빈 용기를 할아버지에게 갖다주더군요.


식당 구석에 앉아서 혼자 식사를 하던 할아버지는 빈 반찬통을 받아들고 사라졌습니다. 점심 식사나 제대로 하고 자리를 떳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보는 사람도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먹을 만큼만 자기 식판에 음식을 담아서 식사를 하는 자율식당 입장에서 보면 음식을 담아 집으로 가져가는 행위는 잘못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얼마나 할아버지의 삶이 여유롭지 못하면 남는 반찬을 싸가려고 했을까라는 측은지심이 더 앞섰습니다. 


이러한 경우 식당을 욕할 수도 없고 할아버지를 비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배가 고파서 빵을 훔친 장발장을 우리는 도둑놈이라고 무조건 욕하진 않습니다. '3일만 굶으면 성인이 없다'고 사람에게 기본적인 '밥'이 해결되지 않으면 멀쩡한 사람도 도둑이 될 수 있습니다. 







▲ 복지는 자본주의 최소한의 보험이다

그래서 최약계층에 대한 기본적인 '복지'제도가 안정되어 있어야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자율배식 식당의 할아버지는 본인 생각에 남는 음식으로 생각되어지는 반찬을 몰래 담아가려는 것이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면 남의 것을 빼앗을 수도 있고 그렇게되면 빼앗긴 '남'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질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지'는 사회를 지키는 최소한의 보험이라고 합니다. 경쟁에 촛점을 맞춤 자본주의는 낙오자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도리어 100개 가진 사람이 1개 가진 사람의 마지막 남은 것까지 빼앗아야 경쟁이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지'를 불순한 생각이라고 매도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애국자도 아니고 반공주의자도 아닌 그저 나쁘거나 멍청한 사람들입니다. 


MB 정부에서 노인 및 취약계층에 대한 예산은 삭감되었습니다. 



오늘도 어쩌면 어디선가 빈 반찬통을 가방에 숨기고서 자율배식 식당에서 남는 반찬을 담으려는 노인 분들 계실 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런 분들은 비난할 자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