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지크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아이튠즈(iTunes)와 EMI 에 승소



2010년 3월 11일 영국 고등법원은 프로그레시브락 그룹 Pink Floyd의 앨범을 개별곡으로  iTunes에서 판매한 EMI 에게 벌금형과 함께 판매 금지처분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온라인에서의 음원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 같네요, 스티브 잡스의 노력으로 U2의 곡이 개별곡으로 쪼개서 iTunes에서 판매가 된 것이 현재의 iTunes를 있게한 시발점이 되었다고 하는데 U2가 열어놓은 
문을 전통의 그룹 Pink Floyd 가 다시 닫으려는 형상인 것 같습니다. 

      [핑크 플로이드 앨번 모음 출처 : http://mithya.in/blog/pink-floyd-album-art-collage/]

독일의 텔레그라프지에 따르면 핑크 플로이드의 법정대리인은 아이튠즈 및 다운로딩 서비스를 통해 핑크 플로이드의 개별곡들이 팔려나가는 것에 대한 권리를 EMI가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온라인상에서의 로열티에 대해 정확히 계산되어지지도 않았다고 했다는군요

반면 EMI는 자신들은 이미 예전에(60년~70년대) LP와 CD 형식의 음반에 대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U2와 Pink Floyd와 음악적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Pink Floyd는 프로그레시브록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60년 후반부터 70년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그룹으로 이들은 마치 클라식처럼 앨범 하나에 테마를 담는 콘셉트(Concept)형식으로 음반을 발표하였죠. 이것은 Pink Floyd만 시도했던 것이 아니라 그 당시 King Crimson [In the court of crimson King], Moody Blues [Days of future passed] 등 거의 모든 명반들이 시도한 형식이었습니다. 

클라식 스테디 명반인 비발디의 사계를 여름 하나만 뚝 때어서 듣는다면 돌아가신 비발디님이 좀 서운해 하시겠죠. 하지만 혹자는 싸구려 대중음악에게 클라식에 대한 예우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들은 클라식과 팝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보적이며 클라식에 가까운 음악적 시도와 실험을 했기에 그에 못지 않은 배려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후의 만찬을 만약 인물별로 잘라서 판다면 엄청난 전문가 집단의 저항에 이르겠죠?]

그들에게 개별곡을 잘라 파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12명의 제자와 예수님을 한사람씩 따로 잘라서 집에 걸어놓겠냐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미술도 이런 식으로 작품 파괴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죠?)

그에 비해 U2 는 테마를 가지고 음반을 만들기는 하겠지만 개별곡의 연관성이 서로 약하기에 개별곡에 의한 음원 판매가 자신들의 예술성을 파괴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타 요즘 가수들의 음악은 앨범형태 보다 디지탈 싱글형태로 음악을 발표하기 때문에 더더욱 앨범 판매냐 개별곡 판매냐 에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이 결정의 파급은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음반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과거 명반들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여전히 지속되어 질 것이며 그것에 대한 추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The Dark Side of the Moon(1972)는 빌보드 앨범 차트 200 위 안에 12년 이상을 올라 있으며 명반을 뛰어넘어 불가사의한 앨범으로 기억되어지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앨범들을 ITunes에서 취급하지 못하게 된다면 iTunes나 여타 음원다운로드 서비스업체는 불완전한 음반가게가 되는 것이겠죠.


Quella Vecchia Locanda - gatefold cover

Il tempo della gioia - gatefold cover

Banco del Mutuo Soccorso (original issue) 


Banco del Mutuo Soccorso 위의 것을 펼치면 이런 형태의 앨범이된다

                                  
  [단순한 사각 LP를 벗어나 여러형태로 변형되며 앨범자체가 예술작품이었다]   


Io sono nato libero - front cover

[역시 펼치면 앨범창이 뜬다]

Da qui messere si domina la valle - box set + booklet


음악 뿐만 아니라 앨범커버와 북렛(BOOKLET,LP안에 참조 책자)까지도 심혈을 기울였던 과거 진보 락밴드들에게 개별곡 판매는 예술적 자존심을 크게 거스르는 행위였으며 현재의 음반 프로세서로는 이해가 불가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예술가의 예술성에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에 많은 공감이 가는 바입니다.
 

[과연 이번 결정이 핑크 플로이드가 그들이 말하던 사회의 벽을 깨부순 것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벽을 쌓은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