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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그리스 국민은 복지 욕심쟁이들이 아니다

그리스 국민투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결과에 따라 세계 금융 시장이 또 한번 요동칠 것입니다. 돈 빌려 준 자들은 그리스 정부가 긴축재정을 받아들이길 원하지만 그리스 국민들은 자신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세계 금융 권력의 요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가 금융 위기에 처한 이유를 전 세계 언론의 진단과 다르게 유독 한국에서는 복지 과잉과 그리스 국민의 나태함에 두고 있습니다. 복지를 언급하면 억지와 공산당 취급하는 한국 언론의 천박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연세가 70 넘으신 우리 아버지도 그리스 사태에 대해서는 정확한 세계관을 보이십니다. 


"거 말이다 국민들이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요구하다 그리스가 그렇게 되었단다' 



▲ OECD 국가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 출처:OECD, www.statista.com




우리 아버지는 그리스의 수도가 아테네이고 유럽연합에 가장 마지막으로 참여했으며 그리스 국민들이 OECD 국가들 중에서 노동시간이 한국보다 약간 적은 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을 모르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디서 들으셨는지 그리스가 망해가는 이유는 과다한 복지비 지출이었다고 너무나 확신하고 계십니다. 


외국인 친구 할아버지가 계셨다면 꽤나 논쟁거리가 되셨겠지만 비슷한 할아버지 할머니 틈에 계셔서 그런지 복지비 과다지출 = 그리스 경제 위기의 결과를 전혀 의심치 않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연간연금지출액. 출처:유로스타트,WSJ




위 도표는 유럽 국가들의 복지비 지출 데이타 중에 하나입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지출액인데 그리스가 유럽국가들에 비해 결코 많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 국민들은 일도 많이하고 연금 수령액도 그리 많지 않은데 도대체 그리스가 국민들의 복지비 때문에 망해가고 있다는 유언비어는 누가 퍼뜨린 헛소문일까요? 물론 그리스가 재정 위기를 맞게된 많은 이유들 중에 복지비 지출 부분도 추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여론처럼 모든 이유가 복지비 하나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주장은 대단히 의도적이며 불쾌한 상상입니다. 



▲ 그리스가 망가진 이유 복지가 아니라 부패 때문이다

그리스가 망가진 이유를 굳이 꼽는다면 무리한 유럽연합 가입과 그 과정에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의 밑지는 대량 통화거래, 그리고 상류층의 부정부패에 기인합니다. 그리스 국민들은 유럽의 여느 국민들처럼 열심히 일하고 거기에 따른 댓가를 받아왔던것 뿐입니다. 


그런데 유독 복지 후진국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그리스 국민들은 복지 과잉, 게으름 등의 질타를 받으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참 이상합니다. 처지로 보나 심정적으로나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들은 그리스 국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텐데 그들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도되고 권력지향적인 왜곡된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스 재정 위기는 복지 과잉이 아니라 욕심의 과잉이 불러온 재난입니다. 


대한민국은 복지 때문에 망할 일 없습니다. 왜냐구요? 우리는 아직 제대로된 복지를 시작도 안했기 때문입니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복지'가 만악의 근본처럼 선전해대는 부패한 권력과 타락한 언론은 복지제도 없이도 충분히 먹고 살만 한가 봅니다. 


이들의 말만 믿고 있다가는 우리에게 당연히 주어질 혜택까지 잃어버리게 됩니다. 7월 5일 그리스 국민투표가 우리에게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