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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월드컵으로 보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




부자가 모두다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가난은 불행한 것이다. 제 아는 분이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입니다. 

한국이 점점 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지속된다는 여러가지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것의 증거를 대라고 하면 약간 난감해 집니다. 잘사는 사람들이야 그것 자체가 화제가 되어 언론 매체에 가끔씩 노출되기도 하지만 못사는 것이 자랑도 아니고 텔레비젼에 나오긴 하지만 가난 그 자체를 주제로 나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근거 없는 희망만이 전파되기를 바라는 오만한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기도 하겠지요. 


                                                             [사진출처 : 위클리 경향]


요번 월드컵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현실의 고민과 걱정거리를 한순간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월드컵 소식에 기뻐하고 또는 슬퍼하고, 월드컵이 열리는 날에 버스 속에서 풍겨져 오는 치킨 냄새가 우리 서민들의 소소한 행복의 향기로 맡아집니다. 

                                                [월드컵 최대의 화두어로 떠오른 '치맥']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경험했던 사람에게 현재 2010년 월드컵은 마냥 즐거워하기에는 너무나 거슬리는 것들이 많습니다. 2002년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기쁨과 나눔의 주체가 모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붉은 악마 티셔츠를 만들어서 돈을 번 사람도 소규모 상인들이었고, 주변의 식당과 가게 등등 그냥 우리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즐기면서 경제적 이익이 생겼고 그것을 또 주변 사람들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닭집 주인이 이겼다고 술과 안주 공짜 파티를 열었고 길거리의 여타 다른 가게 주인들도 기쁨을 함께 하려고 자기 집에 파는 물건을 그냥 길에다 뿌리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었지요. 정말로 순수하고 진심으로 기뻐했던 것입니다. 

                   [2002년 거리응원 :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지요? 출처 : http://english.seoul.go.kr] 

그래서 머리 속 계산기를 튕기기보다 먼저 마음을 베풀었기 때문에 그런 순수함이 흐름이 되어 물결이 되었고 세계를 놀라게 한 거리 응원과 잔치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남아공 월드컵, 한마디로 가관입니다.

지상파 4개 방송중에서 EBS 빼고 나머지 4개 채널을 돌려보면 MBC, KBS 눈물 납니다. 아 저런게 불쌍한 거구나. 무슨 도둑 방송도 아니고 찔끔찔끔 월드컵 화면 보여주면서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는 멘트 처리, 하지만 방송을 독점하고 있는 SBS는 넘쳐나게 풍성합니다. 풍성하다 못해 지나치지요. 뉴스도 월드컵, 쇼프로도 월드컵 아주 월드컵으로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방송을 지휘 감독하는 상위기관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종합편성을 해야 하는 지상파가 모든 것을 월드컵으로 몰아가는데 그 법이 어떤지야 모르겠지만 조용한 주의나 경고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푸른색이 스포츠 비율입니다. 우리와는 많이 비교됩니다 -영국 지상파 5개 채널의 장르별 방송 편성(야간 피크타임)]

그리고 또 하나는 광고의 쏠림현상입니다. 광고를 보고 있으면 대기업들만 월드컵 광고를 합니다. 그리고 대기업 광고의 모델들 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입니다. 업계의 상위 1,2 위를 제외하고는 아예 명함조차 내밀 수 없게 만든 것이 월드컵 광고 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하고 얼마나 높은 지위를 가져야 할 수 있는 광고인지 모르겠지만, 월드컵을 보려면 같은 채널의 비스므리한 같은 회사의 광고만 주구장창 봐야 하는 이 안목의 쏠림현상 아주 불편합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경기가 끝나면 바로 타 방송으로 돌린다지만 타 방송의 그 앙상한 월드컵 소식 전하기, 카메라와 마이크가 있어도 월드컵을 월드컵으라 부를 수 없는 그 빈곤한 방송을 보고 있으면 측은함이 더욱 배가 됩니다.

대~한민국 

임금과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해방 이후에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인지 항상 하는 말은 똑같습니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안 좋으니 조그만 인내하면 서민들도 경제발전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번에는 아주 콕 찍어서 올 연말에는 서민들도 체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별로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이미 물가는 오를 데로 올랐고 지금 극적으로 월급 조금 올려준다 한들 예전보다 생활이 나아질 리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생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그나마 잠시 현실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 여가생활의 한 분야인 스포츠와 방송에서마져 만연하다면 세상이 너무 강팍해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체온이 떨어지면 죽습니다. 그래서 적정한 수준의 온도를 유지해야죠. 그런데 그 온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따뜻합니다. 우리는 모두다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마음도 따뜻해야 사람다운 것입니다. 

우리의 따뜻한 마음을 돈과 탐욕이 갉아 먹을 때 우리는 '냉열한' 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고 그것을 붉은 티셔츠를 입히고 '대~한민국' 이라는 외침으로 자신들을 포장한다 한들 그 속의 냉열함은 감출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http://assoc-football.com]

축구는 축구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냥 전후반 90분 열심히 골차는 선수들을 응원하며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무것도 아닌 축구를 둘러싼 주변의 것들이 축구자체를 즐기는 것을 너무나 거슬리게 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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