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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정치인들의 '사퇴'와 '사죄'의 차이

411 총선을 앞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선거 철새라고 하나요? 평소에는 자신들의 업무 보기 바쁘던 정치인들이 선거가 다가오니 마치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 목숨 바치겠다는 결의를 보이며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저마다 과거를 지우기 위해 당명을 바꾸고, 사람을 교체하고, 정책을 손질한다고 하지만 외형이 바뀐다고 본질을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411 총선의 중요한 과정인 최종 후보자 결정을 위한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공천에 합격한 사람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고, 떨어진 사람은 불의에 맞서는 투사처럼 '지도부가 타락했다'하며 항의와 자기 살길을 찾아 헤메고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잘못하고 무능하고 부패해서가 아니라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유체이탈 자아도취 시점는 정치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인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천 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자신의 비리에 대해 선거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사퇴' 또는 '불출마' 선언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뭐가 어디서 부터 잘못된 일인지,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할 것을 달랑 '사퇴' 또는 '불출마' 선언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신을 희생해서 대의를 살리겠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죄를 지으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스포츠동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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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해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공천 과정에서 사퇴 하는 분들은 정치인의 너저분하고 관대한 도덕적 기준으로조차 용납이 안되기 때문에 그만두는 분들이 많습니다. 

즉 반성이 앞서는 것이 아니라 계산기를 두들겨 봐서 자신이 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총선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비겁하게 '사퇴' 선언을 하며 자신의 행동이 희생과도 같은 거룩한 것이라고 말하며 한편으로는 억울하다고 쇼를 하는 것같이 보입니다.

물론 공천이 시작되기도 전에 불출마 선언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정치인들은 조금은 낫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그 잘못이 완전 명백하기에 관둔 분들도 있습니다 

[출처 : 일간스포츠]
 
얼마전 한 야구선수가 승부 조작으로 구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놀란 것은 프로야구 선수가 승부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것이 아니라 조사 받기 위해 출두한 야구선수의 모습이 너무 떳떳하고 뻔뻔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텔레비젼으로 범죄자가 붙잡혔을 때 고개를 숙이고 외투로 덮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얼굴이 알려질까봐 하는 행동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 죄를 짓고 끌려가는 범죄자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눈동자 하나 흔들림 없이 자랑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사회가 뻔뻔해지고 죄를 짓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게 된 것은 정치인들의 탓이 큽니다. '사죄'를 해야할 자리에 나와서 '사퇴'를 한다고 말하고 자신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적반하장의 뻔뻔스러운 정치판이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의 도덕, 양심 지수를 점점 더 바닥을 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