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KBS파업이 티 나지 않는 이유

KBS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국민의 방송 KBS가 파업을 했는지 안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이 되며 국가 방송인 KBS가 파업을 했는데 전혀 티가 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뉴스를 보아도 MBC 파업 때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KBS 9시 뉴스 캡처]
 

[홀로 뉴스를 진행하는 MBC 9시 뉴스 캡처] 

<추천 꾹>  <손바닥 꾹> 

KBS는 뉴스를 보아도 파업의 흔적을 볼 수 없고, 다른 프로그램 역시 평상시와 동일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파업을 하고 안하고는 개인의 자유이며 이것 때문에 누구를 비난하거나 욕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KBS는 노동조합이 두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노동조합이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게 조합원으로서의 마땅한 처신입니다. 그래서 KBS는 파업 참여 여부에 따라 뭐라 말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KBS 개그콘서트 '애정남' 코너에 의뢰를 해야 할 정도로 KBS 노동자는 어떤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는지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요.

이에 비해서 3월6일 MBC 아나운서 협회는 이번 파업 참여자들에 내려진 징계 철회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하나의 목소리로 외치고자 한다.

 



납득할 수 없는 해고와 징계의 칼날이 MBC를 휘감고 있다. 박성호 기자회장에 이어 이용마 홍보국장에게는 해고라는 사형 선고를, 김정근 교육문화국장에게는 정직 2개월의 중징계 등 8명에게 징계의 칼날이 또 날아왔다.

 

우리 아나운서들은 MBC의 얼굴이자 목소리로 사명감을 갖고 방송의 최전선에서 시청자와 만나왔다. 시청자들은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MBC의 목소리로 여겨 왔으며 이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아나운서들은 작은 발언 하나에도 신중함을 기했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의 대응을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마이크를 놓은 지 37일 째, 이제는 결단할 시간이며 다시 목소리를 낼 시간이다. 이 목소리는 MBC의 미래를 위한 걱정의 목소리며 자성의 목소리고 희망을 찾기 위한 목소리다.

 

지금 MBC의 상황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이다. 경영진이 부당한 징계의 칼날을 거두고 책임을 지지 않는 한 친절하고 따뜻한 MBC 아나운서의 모습은 더 이상 기대할 수 도 볼 수 도 없을 것이다.

 

MBC 아나운서 협회는 쓴 눈물을 삼키며 목소리가 아닌 마음의 소리로 말한다.

 

하나. 어떤 명분도 없는 현재까지의 부당한 징계를 모두 철회하라.

 

하나. 공정 방송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는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MBC의 조속한 정상화와 공정 방송 회복을 위해 MBC 아나운서들은 변함 없이 한목소리로 우리의 바람과 생각을 이야기 할 것이다.

 

2012년 3월 6일

 

MBC 아나운서 협회

 

조일수 한광섭 변창립 홍은철 이윤재 강재형 황선숙 최율미 김범도 김상호 하지은 김완태 이주연 신동진 박경추 방현주 박소현 김경화 차미연 박혜진 최대현 이정민 한준호 류수민 김정근 나경은 오상진 최현정 허일후 손정은 문지애 서 인 김나진 구은영 양승은 이성배 배현진 강다솜 이 진 김대호 오승훈 김초롱

[출처 : 오마이뉴스]
 
아나운서 개인의 실명까지 공개하며 강력하게 이 파업에 대한 정당성과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명 이름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나운서의 이름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KBS는 갈라진 노동조합의 반쪽자리 파업으로 시작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으며 회사측의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kbs민주광장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장면 출처: KBS 새노조 홈피]

3월 6일 KBS 새노조는 민주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가지려고 했는데 현장으로 가는 곳곳을 회사측이 봉쇄하여 가지도 못하고 장소를 옮겨 '하모니광장'에서 출정식을 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하모니 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있는 KBS노조, 출처: KBS 새노조 홈피]

지금 한국에서는 양대 방송사가 언론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공동 파업에 들어가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뉴스채널 YTN까지 가세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KBS는 파업 참여가 저조하고, 사측의 강력한 대응으로 그 빛을 못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업은 시작되었고, 주말부터는 KBS 역시 간판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너무 늦은 파업이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따뜻한 마음으로 KBS 파업에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소수이고, 파업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예전처럼 징계와 불이익을 당하게 되면 KBS는 영영 부당한 것에 대해 일어날 수 없는 관영방송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