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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민간인 불법 사찰, 워터게이트 사건과 비교되는 이유

닉슨 대통령은 미국의  37대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탄핵 당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상대 정당이었던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도청기를 설치하였다가 발각된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뒤숭숭했던 시기였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scandal)은 1972년부터 1974년까지 2년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각종 일련의 사건들을 지칭하는 말로서, 미국의 닉슨 행정부가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민주당을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권력 남용으로 말미암은 정치 스캔들이었다. 사건의 이름은 당시 민주당 선거운동 지휘 본부(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Headquaters)가 있었던 워싱턴 D. C.의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유래한다. 처음 닉슨과 백악관 측은 ‘침입사건과 정권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1974년 8월, "스모킹 건"이라 불리는 테이프가 공개됨에 따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측근들도 그를 떠나게 되었다.

닉슨은 미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지 4일 뒤인 1974년 8월 9일, 대통령직을 사퇴하였다. 이로써 그는 미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임기 중 사퇴한 대통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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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 출처]

실제로 실업자 사무엘 비크라는 사람은 경찰을 죽이고 비행기를 납치해 닉슨을 암살하려 하다가 진압되어 자살까지 했다고 하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난장판이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미국 같은 강대국도 지도자가 물의를 일으키면 사회가 극도로 혼란에 빠지고 어수선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우리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은 닉슨이 상대 진영의 선거 캠프를 도청했다는 것보다, 그 이후에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거짓말로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했다는 점이 더 큰 잘못이었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되돌려 보면, 민주당 선거운동본부에 대한 도청은 자신의 선거 캠프 관계자가 주도했다고(한국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흡사하죠) 하면 대통령 '탄핵'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CIA 를 이용하여 FBI 수사를 방해하라는 자신의 부하와 나눈 녹취 내용이 폭로되면서 결정적인 '탄핵' 사유가 된 것입니다.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그것을 인정 안하고 버티는 사람은 두가지 부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초범자들이 이 경우에 해당되는데 인간으로서 '양심'이 있다면 죄를 짓고서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죄를 고백하기 보다 어설픈 변명과 거짓말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는 교만한 자입니다. 교만한 자는 '양심'과 상관없이 행동합니다. 거의 전지적이며 자신이 절대 선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잘못이라 인정하기 보다 남의 탓으로 돌리며 모면할 수 있는 여러가지 궁리를 합니다.

닉슨 대통령이 어느 경우에 해당되는지는 제가 미국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당시 닉슨의 사임을 알리는 신문, 출처 : 뉴욕타임즈] 

2012년 한국에서는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민간인 사찰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은 2008년 중소기업 대표로 있던 김종익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쥐코' 동영상을 올려놓은데서 부터 시작합니다. 쥐코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를 패러디한 동영상으로 광우병 촛불 시위 정국에서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공직자와 공기업 임원의 비리를 감시하는 기구에서 
민간인 김종익씨를 사찰하고 수사하여 압력을 행사,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의 지분을 포기하고 사표를 낸 후, 일본으로 가게 되었던 사건입니다.

일반인은 그 존재도 알지 못했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곳에서 정부 비판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감시하고 사찰을 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었고, 이에 김종익씨가 국가를 상대로 헌법 소원을 내고 MBC PD 수첩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겪어야 했던 김종익씨의 고통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러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은 국무총리실이 지휘했던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라는 의혹이 있었는데 관련 하드디스크 삭제 등 중요 증거가 인멸되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칠 수 없었습니다.

[김종익씨 민간인 사찰 문제를 다룬 PD수첩 캡처] 

그러나 며칠 전 이렇게 묻혀 버리나 싶었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장진수 전 주무관의 청와대 돈 상납 폭로로 다시금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국무총리실에서 왜 청와대에 돈을 상납했는지가 가장 큰 의문점이며, 그렇다면 민간인을 사찰한 이유과 정보를 청와대와 공유했는지 여부, 그리고 당시 증거 인멸을 지시한 주체가 누구냐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정치인들의 각종 비리와 의혹들로 뉴스가 도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왠만한 것에는 놀라거나 새롭지 않은 쌍방 도덕 불감증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비리를 저지르는 당사자도 별로 죄책감 없고, 바라보는 국민들도 별로 단죄할 가치조차 못 느끼는 그런 상태말입니다. 

이런 경우 손해 보는 것은 100% 국민입니다. 나쁜 정치인들이 바라고 가장 즐기는 통치 방법이 '정치는 너무 더러운 것이니 깨끗하고 바쁜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조차 두지 않기를 바라는 것' 입니다. 선거날 더러운 정치판에 한표 던지느니 산과 들로 나가 아름다운 자연과 신선한 공기를 마시라는 메세지를 계속해서 보내는 것이 나쁜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시그널입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처음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단순히 상대 진영에 대한 도청도 문제였지만 이후에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를 방해한 것이 더 큰 범죄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번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 역시 권력을 가진 기관이 저지를 수 있는 만행이지만 발각되었을 때 인정했으면 4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다시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민간인 불법 사찰이 비교되는 이유는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감시를 하고 발각된 후에는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공통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것을 지시한 주체가 누구냐의 문제가 또다른 비교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간인 불법 사찰은 다른 비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우리 자신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의 감시와 사찰을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나 자신이 김종익씨와 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디 이번만은 진실의 문이 열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