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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방송 낙하산 동반 퇴임쇼' 파업콘서트에 DJ DOC가 늦은 이유

너무 추운 하루였습니다. 오후 들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졌는데 저녁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내린 빗방울에 차가운 겨울 바람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방송 3사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6일 '방송 낙하산 동반 퇴임쇼'가 열린 여의도 하늘도 빗방울이 전하는 추운 날씨에 위축되고 움추러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고 바라본 여의도 광장의 모습은 '단합'과 '축제' 그 자체였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비오는 날씨에도 시민들은 우비를 입고 대열의 흐트러짐 없이 파업콘서트를 즐기기 위해 자리를 빼곡히 채웠습니다.


이내
 '방송 낙하산 동반 퇴임쇼' 파업콘서트는 시작하였고, 가수 이승환이 나와 추운 날씨를 날려버릴 후끈한 라이브를 선보였습니다. 어린 왕자필의 이승환이 나중에 나올 이은미와 동갑이라는 멘트에 모였던 관객들은 모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이날 파업콘서트는 공정보도 사수를 위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 KBS, YTN 방송 3사가 기획한 행사로 낙하산 사장 퇴임, 해고자 복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동조합의 자기 표현의 일환이었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MBC 노동조합의 '으랏차차 MBC' 파업콘서트(관련글
으랏차차 MBC, 파업 콘서트 현장을 가다(1)의 후편의 성격을 가진 이날 행사는 방송 3사가 결합했다는 것과 전편에 비해 엄청난 인파(언론사 추정 : 2만명)가 몰렸다는 것으로 봐서 성공적인 파업 행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비오는 추운 날씨에 자리를 뜨지 않는 시민들도 훌륭했지만 노동조합의 유명 아나운서와 기자들 역시 시민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대열에 합류해 있었다는 것은 참 보기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파업콘서트에 나와준 출연자들의 의로움과 용기는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현재 방송사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고는 있지만 방송국을 장악하고 있는 장본인은 회사측입니다. 현재 기자 없이 뉴스가 나가고 있고, PD 없이 방송을 틀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국 파업에 연기자나 가수가 지지 발언과 공연을 한다는 것은 후에 있을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날 파업 지지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른 가수 '이적'은 현재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하고 있는 있습니다.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방송국 사장님 퇴임을 바라는 콘서트를 가장한 집회(?)에 나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이미 출연 포기를 각오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행동을 '희생'이라고 말하고 싶고,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재 방송 3사의 모든 성원들 역시 
공정 방송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의 월급과 자신의 일자리를 걸고 '희생'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개인들의 희생이 각오가 되어 있기에 이번 파업이 예전과는 다르며, 정당성과 승리의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나는 꼼수다 팀은 저번에 으랏차차 MBC 파업콘서트에 이어 이번 
'방송 낙하산 동반 퇴임쇼'에도 참석하였구요. 이제 국회의원 출마자된 김용민 피디는 총선 출마와 아랑곳 없이 예전의 익살과 재치로 시민들을 즐겁게 하였습니다. 

 
이날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DJ DOC 였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 DJ DOC 는 달랑 두명이었습니다. 첫곡이 끝나고 이하늘은 창렬이가 눈치보는라 안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두명의 맴버보다 잘 나가고 있는 김창렬이 이날 파업콘서트 참석에 가장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은 당연합니다. 이하늘은 스스로 말하기를 자신은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파업콘서트 나와도 전혀 문제 없는 반면에 활발한 방송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창렬에게는 어지간한 부담이 되었겠지요.

그러나 김창렬씨가 콘서트에 참석 안하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에게는 지켜야할 가정이 있고, 본인의 생각이 있는데 말입니다. 아하

그런데 이하늘의 김창렬이 (쫄아서) 파업콘서트에 오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김창렬은 비가 와서 길이 막혔다는 핑계(?^^)를 대며 빨간 츄리닝 트리오에 합류했던 것입니다. 


3명이 된 DJ DOC는 김창렬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DJ DOC와 춤을'을 멋드러지게 불렀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구요. 저는 DJ DOC 공연까지만 보고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관람석에서 나오는데 그때까지도 많은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고, 조합원분들 역시 모금함 또는 배웅을 위해 도로 곳곳에 서서 돌아가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장내 안내를 맡았던 조합원들은 아마도 3시간 이상 그렇게 비를 맞으며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무엇이 아쉬워서 금요일 저녁 비오는 날 여의도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파업의 목표가 자신을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꼭 얻어야할 정도의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이기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쩌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조그마한 자유와 평등도 예전 사람들의 커다란 '희생'을 통해서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하루 였습니다. 파업콘서트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물론 다시는 안했으면 더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