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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뉴스타파 9회, 진정한 언론인의 모습이란?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칼이 가지는 물리력보다 펜을 통해 전달되어지는 말의 힘이 더 세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한 시대에는 칼보다 펜의 위력이 더욱더 커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미국은 화학 무기 공장이 있다는 설로 이라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펜으로 적어 받은 미국 언론의 뉴스 전파가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전쟁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라크에서는 전쟁을 일으킬만한 화학 무기 공장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펜은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총과 칼을 뒤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세상이 발달하고 지금은 펜으로 쓰기보다 키보드를 이용하지만 '펜'이 가지는 상징성은 여전합니다.


뉴스타파 9회가 나왔습니다. 방송 3사가 파업을 하고 있고, 메이저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즐겨보았던 9시 뉴스를 접고 이제는 뉴스타파를 꼬박꼬박 보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해직 언론인 출신이 모여 만든 뉴스로 인터넷을 통해 일주일에 한번씩 발행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1회의 신선함은 9회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언제나 보고 나면 뉴스타파를 제작하시는 분들에 대한 숙연함과 존경심이 생기게 됩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이분들의 이름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출처 : 뉴스타파]

이번 뉴스타파 9회에서는 예고했던 대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지금 총선이다 핵안보정상회의다 뭐다해서 이야기거리의 홍수를 겪고 있지만 균형있는 뉴스라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는 것이 제대로된 언론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민간인 불법사찰은 그 죄질이 아주 나쁜 사건입니다. 그리고 국민 생활에 직결된 문제이이기 때문입니다. 국가 권력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것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비롯해서 제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모두를 사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찰의 이유는 단지 현 정권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찰을 했다는 것도 나쁘지만 사찰을 했다는 증거를 인멸하고, 그것을 지시한 몸통이 누구냐에 따라 범죄의 죄질을 차원을 달리하게 됩니다.

이런 국민의 인권과 법치의 근간에 관련된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다수 언론은 핵안보정상회의에 누가 오는가에 더 관심있는 척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온다고 민간인 불법사찰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결국 지금의 한국 언론은 사건의 경중을 판단할 능력도 없고, 사실에 접근하려는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이런 와중에 뉴스타파가 민간인 불법사찰을 메인으로 다루고 보도한다는 것은 동토의 땅에 내리는 한줄기 따뜻한 빛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뉴스타파가 다른 뉴스와 완전히 다른 차별성은 보도에 임하는 자세입니다.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편에서는 다른 언론이 오지 않는 곳에 오직 뉴스타파만이 가고, 여러명의 기자가 모이는 곳에서는 최전방에 서서 질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을 찾아간 자리에 언론의 마이크는 오직 뉴스타파만이 있었습니다. 

[대통령 실장에게 인터뷰를 시도하다가 떠밀려 붙잡힌 이근행 PD]

그리고 이영호 전 비서관의 기자회견장에서는 그 많은 취재진을 뚫고서 이영호 비서관의 가장 근접에서 집요하게 질문하고 추궁하는 기자 또한 뉴스타파였습니다.  이것은 언론의 호들갑이 아니었습니다. 스캔들에 휩싸인 연예인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집요함과는 다른, 잘못을 파헤치고 국민이 정말로 알아야하는 사건을 풀기 위한 진실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이었습니다

[이영호 전 비서관 기자회견장에서 가장 앞에서 질문하는 뉴스타파]
 
뉴스타파를 만드는 분들은 해직 언론인 출신들입니다. 이런 열정과 사명감을 가진 언론인들이 왜 자신의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들이 법인카드를 남용하거나 비리를 저질러 해고당한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결국 이런 진정한 언론인이 자리를 비운 언론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였고, 무딘 뉴스와 편향된 보도로 외부의 비판과 내부의 반성으로 지금은 파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해당 언론사 파업의 목표에는 해고자에 대한 복직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으랏차차 MBC 파업콘서트 중에서 스크린에 잡히 이근행 PD]
 
이런 날선 취재와 열정 있는 참 언론인들이 복직되어 뉴스타파와 같은 뉴스를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편하고 낭만적인 뉴스에 길들여져 있는 시청자들에게 뉴스타파가 너무 급진적인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을 갖는 분이 계시다면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래 뉴스라는 것은 뉴스타파 같아야 한다고, 그래야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약한 사람을 우습게 보지 않고,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인식하여 똑바로 정치하고 기업하고 행정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