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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핵안보회의? 교통통제보다 고리원전을 해결하라

  3월 22일 서울 도심은 교통 정체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강남역을 지나는 데 엄청난 차량 정체에 라디오를 들으니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대비하기 위해 종합 기동훈련을 한다더군요. 무슨 대단한 회의를 한다고 주요 도심을 막고 교통 통제까지 하는지 당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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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도심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 파란색 현수막이 나붙어 있습니다. 모두 핵안보정상회의를 알리는 홍보로 공기업, 대기업을 중심으로 모두 일심동체가 된 듯 빌딩 앞에 내걸어 놨습니다. 이런 나부끼는 현수막을 보며 이동 중이었는데 너무나 차가 막혀서 지하철로 옮겨 탔더니 거기에도 핵안보회의를 알리는 광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예산은 어디서 나와 이렇게 펑펑 써대는 것인지 좀 이해가 안가더군요.

 

시민의 입장에서 해외 정상들이 한국을 찾는다는 것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 하여 자랑스러울 수 있지만 정상 회의를 하면 조용히 지정된 장소에 머물다 가면 되는 것이지 교통을 통제하고 승용차 홀짝수제를 한다고 요란을 떠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시민의 생활에 불편을 주면서 까지 이런 회의를 왜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구요.

그리고 핵안보회의라는 것 자체가 무엇을 위한 회의인지 개념도 불분명합니다. 그래서 핵안보정상회의가 뭐하는 회의인지 알아보기 위해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홈페이지는 화려하게 잘 꾸며져 있고, 인사말이 클릭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공식 홈페이지 캡처]


대통령이 직접 인사말을 전하고 있고, 다른 메뉴에서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소개하고 이것의 탄생과 이슈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공식 홈페이지 캡처]

내용을 보시면 핵안보회의는 미국 911 테러 이후에 본격적으로 대두된 핵안보에 대한 관심을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1차 회의를 개최함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미국에 의해, 미국을 위해' 만들어진 회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911테러와 핵안보가 무슨 연관 관계가 있었나요? 911 테러는 여객기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였지 핵무기는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던 사건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가제 특공대식의 아주 전 근대적인 방식의 테러를 당해놓고서는 대처 방안을 핵무기 공격을 막아내자라는 발상은 한국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와 같은 넘치는 호들갑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하튼 핵무기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옳다라고 주장한다면 이런 국제회의 돌아가면서 하는 것 인정해 주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그런 회의를 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국은 국토가 비좁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인접국인 일본은 지진 다발 국가로 작년 쓰나미 폭풍에 의해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되면서 우리나라까지 방사능 공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무리 핵발전이 주는 이로움이 크다고 할지라도 국토가 좁은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의 원자력 발전은 너무나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일본을 통해 배웠어야 합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와 같은 나라는 원전 전부 폐기라는 발표까지 했었습니다.  

[고리 원전 사고 은폐 이후 규탄 집회, 출처 한겨례]

저는 핵안보회의는 외부로부터 핵 위협이라는 거창한 주제보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부실하게 운영되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고리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은폐와 같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에서 외국 정상들 데려다가 핵안보에 대해 운운한다는 것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런 화려한 국제회의를 여는 것보다 국민의 안전과 생활에 직결된 원자력 발전소 안전에 대한 점검과 사고 대비책을 확실히 만드는 것이 백배천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에 휘날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알리는 홍보 현수막은 모두 원자력 발전소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현수막으로 바뀌어도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외국의 정상들이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전력공급 중단과 같은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핵안보정상회의에 오려고 할까 궁금합니다. 한국은 언제부터인가 대단하고 중요한 한 사건이 아무렇지도 않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는 총제적 불감증에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이것이 올해가 가기전에 고쳐져야 할텐데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