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4,11총선, 언론은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줄까?

오늘 포스팅은 간단한 객관식 문제로 시작합니다. 절대 어렵지 않으니 부담없이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문제) 여러분들은 평소 신문을 어떻게 보시나요? 


1.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며 본다.


2. 그냥 훑어만 본다.


3. 제목을 보다가 관심있는 기사가 있으면 그 부분만 정독한다. 


4. 신문이 무엇인지 모른다. 




<손바닥 꾹><추천 꾹>



각자의 신문보는 방법이 있겠지만, 만약 신문을 보신다면 3번을 많이 선택하셨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제목만 훑다가 관심있는 기사가 있으면 정독하는 방법으로 신문을 봅니다. 그리고 요즘은 종이 신문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게 되는데 여기서도 같은 방법이 통합니다. 인터넷에 떠있는 제목을 보다가 관심 제목이 있으면 클릭을 해서 전문을 보게 되지요.



▲ 언론은 기사 제목을 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요즘은 특히 선거철을 맞아 관심 정치인과 지역구에 대한 정보를 신문을 통해서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아십니까? 언론사에서 신문 기사를 쓰는 시간보다 때로는 제목을 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을요? 우리가 처음에 알아보았던 신문 보는 법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보통 제목을 보고 기사를 선택하고 그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낚는 제목'을 많이 개발해야 자신들의 신문이 구독율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애플' 2주만에 반값으로 폭락 



애플 매니아들에게 이런 기사가 떳다면 당연히 클릭하고 들어가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저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사과와 배 값이 폭락했다는 기사였던 적이 있었습니다.(문제의 애플 반값 기사는 현재는 삭제되고 없습니다) 그야말로 제대로 '낚시' 기사의 대표격이죠. 저 기사가 나가고 해당 언론사는 내용에 상관없이 모든 애플 매니아들의 열화와 같은 클릭으로 페이지뷰 대박을 쳤을 것입니다. 



▲선거철을 맞이하여 주의를 요하는 기사 제목이 있다.


그런데 요즘과 같이 선거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주의를 요하는 기사 제목이 있었으니 아래와 같습니다. 





그냥 스치듯 보면 서울 종로가 초접전인지 문재인 손수조 후보가 초접전이라는 것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 문재인 손수조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구나 생각하였다가 옆에 있는 숫자를 보고서 이거 잘못된 기사구나 혼자 생각하였더랬습니다. 


그런데 차근히 기사 전문을 읽어보면, 서울 종로의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의 격차가 초접전이라는 것이고 ··· 가운데 점 3개 이후의 어절은 전혀 다른 부산 사상의 선거 여론 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기사 제목을 다시 풀이하면 문재인 손수조 후보는 격차가 꽤 있는 것이고, 서울 종로는 초접전인 것입니다. 


[제19대 국회의원선거 홈페이지, 김병만씨가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캡처]



▲ 기사 제목은 선거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정치에 관심 없는 분들은 문재인과 손수조가 어디에 출마했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서울 종로 초접전 하고 두 사람의 이름을 나열한다면 대부분 두 후보의 여론 조사가 초접전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 기사 제목은 이런 의미에서 대단히 오해를 살 수 있는 명확하지 않은 기사 제목입니다. 그렇다면 신문사에서 이 기사를 실수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제가 이미 말씀드렸지만 신문사에서는 기사 제목을 정할 때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제목이 기사를 클릭하게 만드는 유일한 얼굴이기 때문이죠.


신문사에는 데스크(신문사나 잡지사에서기자들에게 취재를 지시하고 그들에게 받은 기사를 취사선택하며 편집하는 따위의 업무를 총괄하는 직위또는 그런 사람.출처다음국어사전)라는 자리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사도 데스크가 원하지 않으면 세상에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언론사에서 데스크의 힘은 막강합니다. 그리고 이 데스크의 역할 중에는 기사의 제목을 다듬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말이 정말로 재미있는 것이 '토시' 하나 '획' 하나 수정해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초접전이길 바라는 곳이 있는가? 


위의 기사도 내용은 멀쩡합니다. 그런데 뉴스 제목만 얼핏 보는 분들에게는 자칫 문재인, 손수조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기사 제목을 정독 하였다 해도 앞뒤가 안맞어 보입니다. 그래서 기사를 읽어야만 내용을 알 수 있는 기사 제목인 것입니다. 이것이 낚는 기사 제목인지 의도를 가진 기사 제목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문재인, 손수조 후보가 맞붙은 부산 사상의 선거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상하는 글이 있으니 기사 제목이 순수하지 않아 보입니다.


전여옥 국민생각 대변인은 14일 새누리당이 부산 사상구에 손수조 후보를 공천한 것을 '꼼수'라고 표현했다.

전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은 젊은 후보를 맞서게 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 망신이라도 주려는 것이 공천의 이유라고 했다"며 "문 상임고문 같은 강력한 후보가 있다면 역시 강력한 후보로 대항하는게 꼼수부리지 않는 보수의 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손 후보를 공천한 것은 정치신인을 내세워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문 상임고문의 존재감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알려져 있다.   [한겨레신문 2012년 3월 14일 발췌]


만약 위의 기사가 사실이라면 부산 사상의 선거 결과가 초접전으로 끝났을 때 누구에게 이로울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 언론의 생명은 중립을 지키는 것, 오해살만한 기사는 실어나르지 않는다.


언론의 생명은 중립을 지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언론이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 사람들은 언론이 이끄는 데로 따라갈 수 밖에 없고, 그 막다른 골목이 천국이 될지 지옥일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공정하게 실어나르는 것이지 자신이 여론을 호도하거나 이끌어서는 안됩니다. 그럴라면 관보나 기관지를 표방할 것이지 언론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뉴스를 발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위에서 알아본 기사 제목은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열심히 기사 쓰고 제목 정했는데 왜 괜한 트집이냐고 묻는다면 저도 할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다음의 메이저 신문사들의 헤드라인 기사 제목을 보시면 제가 왜 이런 괜한 것까지 신경 쓰는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첫번째 기사는 조선닷컴 정치 분야 헤드라인 기사 제목이고 아래는 동아닷컴 메인 기사제목입니다. 저는 조국 교수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그의 정치적 행보가 정치 뉴스 헤드라인이 될 정도로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래 기사제목, 총선과 대선의 결과를 분리하고 싶어하는 곳이 어디일까요? 잘 생각해 보시면 언론이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주려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