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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MBC 대표 아나운서 블랙시위 의미는?

MBC 오상진, 문지애, 배현진 등 대표 아나운서들이 오늘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본사 로비에서 검은색 의상을 입고 사측의 프리랜서 앵커채용에 대한 반대 입장과 항의 의사를 밝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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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아나운서 출처 : 경향신문]



주말 동안 '오상진 블랙시위' 라는 검색어로 인터넷을 달구었던 내용이 현실화되는 것입니다. MBC는 현재 공정 방송 사수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해 64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한도전은 9주째 결방이 되었고, 여전히 MBC 뉴스는 절름발이 보도를 계속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낱같던 희망이었던 방문진의 김재철 사장 해임안은 여당이 선임한 6명의 이사가 모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물건너 간 상황입니다. 



[오상진 아나운서 출처 : 뉴스엔]



이런 상황에서 MBC 사측은 노조원이 빠져나간 자리를 인턴 기자를 뽑아, 내용 없는 기사로 뉴스의 질을 떨어뜨렸고, 예능 프로는 외주 제작으로 치욕적인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관련글 :2012/03/22 - [까칠한] - 비정규직 기자가 전하는 김빠진 한미FTA 뉴스)


여기에 더하여 김재철 사장이 전부문의 외주화, 전사원의 프리랜서화를 외친 후, 뉴스 진행 앵커 5명을 프리랜서로 채용하여 낮뉴스와 마감 뉴스 등에 투입을 하였습니다. MBC 50년 역사에서 뉴스의 최후 전달자인 앵커를 외부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송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 MBC의 대표 아나운서 35명이 검정색을 옷을 입고 항의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선택한 의상이 왜 블랙일까요? 얼마전 SBS도 방송 3사 파업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뉴스 진행자들이 검정 의상을 입고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방송 3사 파업에서 새롭게 항의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블랙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죽음을 의미하는 상복의 의미


검정색은 기본적으로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장례식장에 갈 때는 검정 양복에 검정 넥타이를 메고 가지요.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예의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죽음을 애도하는 전형적인 색상이 검정색으로 대표됩니다. 이것은 아마도 사람이 죽으면 한 줌 재로 변하고 다 타고남은 재가 검정색이기 때문에 유래된 것일 수도 있고, 눈을 감으면 세상이 검정색으로 보여 사후 세계의 색상을 검정으로 짐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죽음의 의미로 현재 대한민국 언론 상황을 검정에 비유한다면 적절하지 않을까요? 공정보도는 땅에 떨어졌고, 특정 사람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이 전 국민을 상대로한 언론의 대표로 앉아 있으면서 언론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언론은 죽었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결국 대표 아나운서들이 선택한 검정 의상은 이미 죽어버린 대한민국의 언론을 조의하는 상복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세련된 세단의 의미


간혹 외국 정상들이나 해외 유명 CEO들이 타는 승용차를 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거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 데 그들의 승용차는 모두 검정색 세단 승용차라는 것입니다. 옛날 중세 왕후 귀족의 의자식 기마에서 유래되었다는 세단(sedan) 승용차는 거의 검정색차라는 등식이 있을 정도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을 의미합니다. 


물론 조폭들의 차량도 검정색 세단차인 경우가 많지요.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검정색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일종의 권력이나 힘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항의표시인 빨강띠 출처 : 오마이뉴스]



대표 아나운서들이 검정색 의상을 선택한 의미에는 예전 처럼 빨강색 머리띠를 둘러매고 무섭게 들이대는 식의 투쟁방식이 아니라 세련되지만 절제된 힘을 가지고 있는 검정색 의상으로 상대방에 대한 항의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검정의상을 입은 MBC 아나운서들, 출처 :뉴스엔]



▲ 세상을 구분 짓는 기본의 의미


지금 이글을 읽고 계신분들은 검정색 글씨를 보고 계십니다.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책들은 거의 검정색 잉크를 쓰고 있습니다. 간혹 강조할 부분이나 일러스트 위주 책들에서는 색상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활자는 압도적으로 검정색이 많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면서 받아들인 대부분의 정보가 활자로 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검정색을 가장 많이 보았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이 빛으로 가득차 있다면 빛과 빛을 구분하는 것은 물리적 구분이며 이 구분점은 어둠 곧 검정을 의미합니다. 즉 세상이 하얀색이라면 거기에 구분을 짓고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은 검정색입니다. 블랙과 화이트는 색상 이전에 세상의 기본을 의미합니다.  


블랙의상 시위는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기능은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언론사에서 굴리는 펜대에 따라 한 나라의,한 회사의, 한 인간의 흥망성쇄가 달라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론은 자기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 블랙시위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기를 


대표 아나운서들의 블랙시위가 메아리 없는 함성으로 끝나버린다면 현재 벌이고 있는 방송3사 파업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공영방송의 사장이 민주주의 꽃이며, 축제인 선거 방송을 투표율에 영향을 줄까봐 축소하자고 했다 합니다. 선거에서 투표율을 올리는 것은 이해득실을 떠나 여야할것 없이 표면적으로는 모두 독려하고 권장하는 사항입니다.  


그런데 정권은 잡고 있는 정당보다도 더 정치적인 사람이 방송사의 사장으로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이번 블랙시위만큼은 그 뜻과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