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집권 초기, 개혁의 대상이었던 검찰을 데리고 대화를 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 놓고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순수했던 의도는 그 후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검사와의 대화 출처 : MBC PD수첩]
▲ 사람에는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도리가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도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태어나는 생명에 대한 배려와 돌아가신 고인에 대한 예의 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배를 통해 소중한 생명으로 태어나 연약함 가운데 어른으로 성장하였고, 언젠가는 한줌 재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모두가 축하를 해주고, 죽음을 맞이한 분의 장례식장을 찾아가 조의를 표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이 정권은 돌아가신 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일까요? 돌아가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너무나 욕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해 평가 절하를 일관해 오는 정부였지만 자신들의 실정에 대해 노무현 정부를 끌어들이는 식의 행태는 더이상 눈뜨고 봐주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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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적 저항이 생길 때마다 끌어들이는 이름 '노무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사태 때도 이미 노무현 정부가 수입하기로 했다고 책임을 돌렸고, 내곡동 사태 때도 본질을 벗어나 봉하마을을 들먹였고,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원전 등 굴직한 사건이 있을 때 마다 참여정부가 동의한 일이라며,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어왔던 문제였다고 책임을 전가해왔습니다.
[KBS 뉴스 보도 캡처]
그리고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서도 역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의 80%는 노무현 정부 때 일어난 일이고, 현 정권 들어 작성한 문서는 120건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 문제가 되는 것은 김종익씨 관련 2개 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현 정권
저는 청와대의 이런 주장을 보면서 이것이 현 정권의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노무현 정부 때 벌어진 일을 우리가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으로 보이지만, 이번에는 그 프레임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이 '탄핵' 이나 '하야' 까지 나오며 극한 비난을 받는 것은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것을 넘어서 사찰 사실을 관의 주도하에 은폐하고 당사자를 돈으로 회유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은 지금까지 국민을 속였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서 중요한 몇가지 사실을 시간대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은 원래 공직자에 대한 사찰 기구입니다. 그들이 공직자에 대한 사찰을 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입니다.
2. 2008년 KB한마음 대표 김종익씨는 공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한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불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사찰을 받았고, 이어 보복성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3. 2010년 김종익씨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MBC PD 수첩에 공개,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사찰한 것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4. 2010년 국무총리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었는데 사찰 자료는 이미 모두 폐기되었고, 청와대 관계설이 유력했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국무총리실 단독 행동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5. 2012년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주무관이 청와대 인사들과의 녹취 내용을 세상에 폭로함으로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되었다는 증거가 포착되었습니다.
6. 2012년 3월 30일 KBS 새노조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 2,600여개를 확보, 세상에 폭로하였습니다.
7.2012년 3월 31일 청와대는 2,600건의 사찰 문서 중 80%는 노무현 정부 때 일어난 일이라고 반박하였습니다.
▲ 사건의 본질은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를 돈으로 회유했다는 의혹
위의 정리 내용을 보시고 아래 표를 꼼꼼히 봐주시기 바랍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서 혹시라도 참여정부가 사찰을 했더라도 그것은 사건의 본질이 될 수 없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정권이 나서서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돈으로 회유했다는 부분입니다.
▲ 미국 워터게이트의 교훈
여론에서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하는데 여기서 올바른 교훈을 얻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방법은 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워터게이트 사건 역시 상대 민주당 진영에 대한 불법도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미국 국민들의 화나게 만들고 탄핵까지 가게 했던 원인은 닉슨 대통령이 CIA를 통해 증거를 은폐하려 하고, 국민을 속였다는 것입니다.
아마 당시 닉슨이 불법도청 사실을 깨끗이 인정하고 국민에게 잘못을 빌었다면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있었던 치욕의 '탄핵'사건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시 닉슨의 사임을 알리는 신문, 출처 : 뉴욕타임즈]
▲ 어설픈 반박 속에 인정해 버린 사실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왜 분노하는지 모르는 위정자는 헛다리를 짚을 수 밖에 없습니다. 청와대의 노무현 정부 사찰 문건 80% 작성 발표는 스스로 중대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총리실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민간이 사찰을 인정하는 행간의 뜻이 숨겨져 있다고 보입니다. 총리실 차원의 사찰이었다면 한명숙 총리만 말하면 되지 굳이 노무현 대통령 이름을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구태여 노무현 대통령을 말한 것은 스스로 중요한 사실을 인정해 버린 꼴이 됩니다.
▲ 돌아가신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너무나 치졸합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는 못할 망정,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건마다 끌어들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 석자가 너무나 안스럽고 비통합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분에게는 아직도 씻지 못할 슬픔과 상처로 삶을 지켜내고 있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더 이상 정치 논쟁에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민간인 불법사찰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그렇게 많은 증거와 증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묵묵무답이었던 정부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엄정히 조사하여 책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제 민간인 불법사찰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습니다. 두눈 똑바로 뜨고 조사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앞으로 이 땅에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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