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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나꼼수의 침묵, 정말 실망스럽다?

4.11 총선에서 야권연대 패배의 원인을 가지고 여러 가지 설이 많았습니다. 새누리당 열심히설, 야당 무능설 등등 하지만 가장 많은 관심과 설득력 있는 구도로 제시된 것은 김용민 막말 파문설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나꼼수가 올려 놓은 정권 교체의 열망이 김용민의 막말로 물거품이 되었다까지 말하더군요.  물론 주류 언론들이 내뱉는 말들이니까 별로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그러나 주요 보수 언론은 숫자의 착시현상을 이용하여 4.11 총선에서 가장 영향력을 미쳤던 이슈를 유권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김용민 막말 파문에게 영예의 1위(22.3%) 를 안기면서 나꼼수를 두번 죽이는 도발을 획책하였습니다. 


그리고 4.11 총선 결과와 관련하여 나꼼수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에사롭지가 않습니다. 


문선대가 전쟁에서 사령부 역할 - 진중권

그렇게 떠들더니 ...나꼼수 총선 결과에 침묵 - 조선일보

메시아 콤플렉스 겪는 나꼼수 - 한국일보

나꼼수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 뉴시스

나꼼수 내용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 - 경향신문



▲ 총선 패배가 어찌 나꼼수 탓이더냐?


기사 제목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올수록 온건해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은 진보논객이라는 진중권씨입니다. 나꼼수에게 콤플렉스가 있는 것인지 '나꼼수' 이야기만 나오면 전력을 다하여 비판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이전 좌충우돌 진보 최고의 논객 자리를 나꼼수에게 빼았겼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적군 아군 구별 못하며 험담을 쌓아가는 진중권씨의 발언은 참으로 재미없고 의미도 없어 보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에 하나는 피아 식별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지고한 순결주의가 마치 절대 선인 것마냥 표심을 흔든 백색 지식인들에게도 있다 봅니다. 열심히 여당 욕을 하다가 자기 지역구에서는 여당을 뽑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국민 멘토와 나꼼수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 못하고 함께 공분하며 자신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뽐내는 지적 언론인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외부의 적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들 때문에 갉아 먹은 표 또한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총선은 끝났고, 내일의 태양은 떠올랐습니다.

 

4.11 총선에서 국회의원들만 잘 뽑아놓으면 세상이 좀 좋아지나 싶었지만 여전히 대형 비리와 특혜 의혹은 현재 진행형이며 강도는 더욱 세지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한 시국에 거진 일주일마다 국민들의 눈이 되고 귀가 되었던 나꼼수는 여전히 침묵 중입니다. 총선 당일 아침 7시에 호외 5편이 발사된 이후 무려 2주 동안 감감 무소식입니다. 매번 방송 마지막에 '쫄지마!'를 외쳤던 나꼼수가 총선 이후 이렇게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방송 재개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실망스럽습니다. 


어딘가 기사를 보면 2주 정도 쉬고,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하였고, 4월 11일 서울 대학로에 오픈한 나꼼수 카페, 벙커 원이 개업 이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정작 나꼼수 봉주 12회가 녹음되었다거나 향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나꼼수가 대학로에 세운 카페 벙커원에서 파는 비비케익, 출처 : 딴지일보]



▲ 그동안 힘들었던 것은 충분히 알지만 지금은 다시 일어설 때,


그 동안 충분히 힘들었을 수 있습니다. 방송에, 선거에, 책 집필에, 카페 개업에 등등 어쩌면 너무나 많은 일들을 나꼼수 맴버 3명이 짊어지고 갔을 수 있습니다. 몰려드는 관심에, 각종 고소 고발, 협박에, 일개 개인이라면 감당하기 힘든 삶의 고통들과 함께 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꼼수는 언제나 스스로를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보다도 못한 '잡놈'들이라고 표현했고, 늘 '쫄지마!'를 외쳤댔습니다. 설마 스스로 너무나 고귀하다 생각하여 이번 총선에서 상처 입은 자존심과 자괴감으로 멘탈 붕괴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니면 선거법 위반으로, 명예 훼손으로 몰려드는 고소와 고발에 쫄아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닐테지요?


만약 침묵의 이유가 위에 것들이 아니라면 단지 다리에 힘이 풀리고, 목이 잠기고, 잠이 부족하여  생기는  육체의 피곤함일텐데. 2주 정도 쉬었으면 이제 충분히 휴식을 취한 것 아닌지요? 이제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나꼼수가 주옥같이 예고했던 정권의 비리 의혹이들이 이제 점점 더 가까이 실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진우 기자가 그렇게 좋아했던 기업, 맥쿼리는 9호선 기습 요금인상을 통해 세상 만천하에 이름을 날렸고, 자원외교의 실상도 샅살이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나꼼수가 김용민 피디를 국회에 진출시켜 해보겠다던 큰싸움의 출사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나꼼수가 지금의 힘을 갖게된 것이 현실정치 안에서가 아니라 팟캐스트라는 떠돌이 방송에서 였습니다.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을 얻지 못하였지만 이제 몸싸움에 날치기가 통할 정도로 쪽수에서 밀릴정도의 국회는 아닙니다. 



▲ 대선을 위해 나꼼수는 다시 큰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12월로 다가운 대선에서 나꼼수의 역할은 적지 않다고 봅니다. 언론사 파업으로 미디어는 공정성을 잃을 지 오래고 대안 언론 역시 총선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 중입니다. 이전 2번의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나꼼수의 능력과 선견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찌 쓰리 세판 모두 이기기를 욕심 내었겠습니까? 이번 총선은 거뜬히 넘겨주고 12월 큰판에서 되돌려 가져오면 그만입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나꼼수가 계속하여 침묵과 휴식으로 일관한다면 정말로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어제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일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때와는 다르게 이번 대선은 모든 일정이 앞당겨져 진행될 듯 합니다. 모두가 절망해 빠져 있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고, 관심을 잃었을 때, 긴 콧수염 흩날리며 우리에게 잘못된 정치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주고,  기득권자들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주었던 나꼼수의 공로를 잊지 못합니다.   



▲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 마지막 방송을 위해 봉주 12회 빨리 발사하길..


나꼼수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 그만둔다는 선언 정말 멋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는 나꼼수 이번 해가 끝이 아니라 올해하고도 5년을 더해야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려면 빨리 녹음하고 봉주 12회 발사했으면 합니다. 정말로 기대되는 봉주 12회 입니다. 어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