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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광우병 미국소, 소가 넘어간다

광우병 미국소 때문에 온 나라가 뒤숭숭합니다.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 아니다 전달 상의 문제였다. 검역을 중단한다, 안하다. 등등 온갖 주장과 변명이 난무하여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더 헛갈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국에서의 광우병 소 발견 이후 미디어의 보도와 내용 변화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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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광우병 미국소는 4월 25일 새벽에 보도됨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는 보도는 4월 25일 새벽에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미국서 6년만에 첫 `광우병` 사례 확인 - 2012년 4월25일 04:29 - 이데일리
농식품부, 광우병 발병 미 쇠고기 검역 중단 - 2012년 4월25일 09:26 - YTN
정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검역 중단 검토 - 2012년 4월 25일 09:32 - 조선비즈
“韓정부, ‘광우병 발생’ 美쇠고기 수입 중단” - 2012년 4월 25일 09:33 - 서울경제
美, 6년 만에 광우병 발견… 韓 소고기 검역 중단 2012년 4월 25일 09:47 - 세계일보
오늘 미국산 쇠고기 검역중단..농림부 "수입중단 검토" -2012년 4월 25일 10:06-아시아경제


▲ 광우병 소가 발견되고, 시민 단체들은 검역 중단을 넘어 수입 중단을 요구 

여기까지가 최초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고 당일 오전의 상황이었습니다. 저도 기억이 처음에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검역 중단이라는 속보는 보았던 것 같습니다. 언론의 기사 제목을 봐서는 처음에는 검역 중단 조치가 내려졌던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수입 미국소에 대한 검역이 중단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역 중단은 관계자들과 언론 모두에게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당연히 검역 중단되는 줄 알았던 미국소가 갑자기 '검역 중단 검토' 중으로 기사가 돌변합니다. 



정부, "美쇠고기 검역중단 검토중" - 4월 25일 10:50 파이낸셜뉴스
정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검역 중단 검토 - 4월 25일 11:06 SBS
정부, 미국산 쇠고기 전량 개봉검사‥검역중단은 보류 (종합) - 4월 25일 16:51 -조선비즈


▲ 검역 중단 --> 검역 중단 보류, 왜?

4월 25일 오후로 들어서면서 오전까지만 하여도 당연 시 되었던 검역 중단이 '검역 중단 보류' 로 뒤바뀌게 됩니다. 그러면서 수입 중단은 물건너가 버렸고, 오전에 검역은 물론이고 수입 중단까지 외쳤던 시민 단체와 국민들을 머슥하게 만들었습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당시, 신문 광고를 통해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 즉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광고했던 정부의 대국민 담화를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이 한마디로 '속아 넘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일 새벽에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기에 검역 중단 조치가 아니라 즉시 '수입 중단'을 해야한다고 더 강도 높은 주장을 했던 사람들에게 목표하는 바는 커녕 본전도 못찾는 결과를 안겨준 것입니다. 검역 중단 보류는 한마디로 상대방의 넋을 빼는 역발상의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습니다.

[2008년 당시 정부의 대국민 신문광고]


▲ 이번에는 '주어'가 아니라 '단서'가 생략된 대국민담화 신문 광고 

그리고는 별의별 변명과 수사가 난무합니다. 2008년 당시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 무조건 수입 금지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할때' 였다는 단서가 붙는다는 이번에는 '주어'가 아니라 '단서' 빠진 담화문 타령을 하며 거짓말이 아닌 합리적인 조치라고 정부는 둘러댑니다. 

이 정부 들어서 참으로 여러 가지 변화무쌍한 일들이 많았지만 왜 한국말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지 지하에 계신 세종대왕이 벌떡 일어나시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활자 그대로 읽어서 그 뜻 그대로 이해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될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사람 간의 약속에 있어서도 활자화된 계약서가 중요하지 계약을 위해 오고간 말들은 그 효력을 인정 받기 힘듭니다. 신문에 국민을 상대로 대국민 담화를 냈다면 그것은 일종에 국민에 대한 '계약서'와 같을지언데 거기에 '국민 건강'과 관련된 단서를 생략했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부의 이런 검역 중단 보류 소식이 나오자 국내 일부 대형마트도 처음에는 '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다가 슬며시 주어담는 진풍경을 또한 보였습니다. 든든한 자기 편이 있으니 대형마트도 소비자의 '건강' 보다는 '수익'을 우선 시하는 정부 프렌들리 정책을 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 검역 중단 재검토 기사로 분위기 반전 그러나...

그런데 생각보다 국민들의 저항이 크자, 미디어에서는 이상한 제목의 기사가 하나 나옵니다. 

청와대, 美쇠고기 검역 중단 검토 - 4월 28일 03:06 조선일보
청와대 "미 쇠고기 검역 중단설 사실무근"   - 4월 28일 10:25 연합뉴스



28일 오전에는 청와대가 미소고기 검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여당도 검역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사안 자체가 중대하다보니 국민의 요구를 들어주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반나절 지나고 나서 검역 중단 검토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며 더 이상의 검토나 의견 수렴은 없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 

▲ 검역 강화, 조사단 파견으로 일단락?

광우병 소가 처음 미국에서 발견되고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 관련하여 처음에는 검역 중단, 수입 중단, 검역 중단 보류, 검역 중단 재검토, 검역 중단 검토 없음, 검역 강화, 조사단 파견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광우병 소가 발견되고 불과 4일 동안 갈팡질팡 이리저리 국민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언론은 춤을 춰댔고, 미국소 수입에 관한 책임자들은 그 뒤에 서서 어느 때는 '정부'였다가, 저런 때는 '청와대'로 바뀌는 주체 불명의 뉴스 보도를 통해 누군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저는 왜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광우병 소가 발견되고 지금까지 뉴스 기사만 차근히 검색해 보아도 그들이 다녀왔을 때 결론은 누가봐도 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소가 태평양을 넘어 오는지, 소가 동해를 넘어가는지, 우리는 너무나 많은 소가 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제 소가 넘어가는 것도 지쳤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소가 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