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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연합뉴스 사장님이 노조 사무실을 점거한 이유?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이 노조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닙니다. 23년만에 파업을 벌이고 있는 연합뉴스 노조원들이 사장실로 가는 입구를 가로막자 발길을 돌려 노조 사무실 점거라는 기가막힌 행동을 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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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사무실에 있는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 ⓒ연합뉴스 노조]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자 찾아간 곳이 노조 사무실


아마도 전세계 파업 역사상 노조원이 사장실을 점거한 경우는 다수가 있어도 사장이 직접 노조 사무실을 점거한 경우는 연합뉴스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찌하여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한국의 국가기간통신사에 벌어졌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연합뉴스의 파업은 언론사 파업보다 백배 더 중요하다?


현재도 MBC, KBS, YTN 등 방송 3사가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연합뉴스 역시 올 3월 15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연합뉴스 하면 귀에 익은 언론사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 회사인지 자세히 아는 분들은 적습니다. 왜냐하면 연합뉴스는 민간 언론사가 아니라 방송과 신문, 정부, 포털 사이트 등에 기사를 공급하는 뉴스 통신사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언론사에게 뉴스와 기사를 공급하는 가장 상급 단계의 국가기간통신사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의 뉴스 검색에 들어가보면 가장 처음에 뉴스를 보도하는 곳이 대부분 연합뉴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민간 언론사 역시 연합뉴스의 기사를 가지고 재 발행 보도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합뉴스는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가기간통신사로 지정되어 국가적 자산으로 여겨질 뉴스와 정보 서비스를 위해 국내외 550여명의 기자들이 24시간 내내 현장을 누비며 취재와 보도를 하는 통신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미국의 AP, UPI, 영국의 로이터, 프랑스의 AFP 통신 같이 한국에는 연합뉴스가 국가 기간 통신사로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 23년만에 파업을 하는 연합뉴스의 파업 이유도 공정성 사수!


이처럼 연합뉴스는 민간 언론사와는 격이 다른 위치에 있으며 국내 언론사의 주요한 정보 창구로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민간 회사가 아닌 국가의 공기업과도 같은 연합뉴스가 23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고 하니 그 이유가 참으로 궁금해 집니다. 


파업의 이유는 현재 방송3사의 그것과 거의 동일합니다. '연합뉴스가 바로 서야 한국 언론이 바로 선다'는 구호 아래 박정찬 사장의 연임 저지, 노동조건 개선, 편집권 독립 등을 요구하면 파업에 돌입한 것입니다. 노조는 현 정권 하에서 청와대, 4대강, 한미 FTA 보도에 있어 공정성에 관한 많은 지적이 있었고, 그것이 현 박정찬 사장의 연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 사장 선임은 친정권 성향의 표가 좌우 


그도 그럴 것이, 현 연합뉴스의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7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2명, 여당 2명, 야당 1명, 방송협회 1명, 신문협회 1명의 몫이 배정되고 이러한 이사진에서 사장을 선임하게 됨으로써 친정권적인 사장이 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박정찬 사장 연임을 반대하고 퇴진을 요구하여 왔고, 얼마전 해외 특파원으로는 유일하게 파업에 참여했던 멕시코 양정우 특파원에 대한 징계성 소환 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항의 시위 중인 연합뉴스 노조원들 ⓒ연합뉴스 노조]



그런 가운데 박정찬 사장은 아침 출근길에 노조원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그럼 '내가 노조 사무실로 가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스스로 제공하고, 노조 사무실 셀프 점거라는 역사의 길이 남을 행동을 한 것입니다. 



▲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한없이 약해져야만 만족하는 사회


요즘 보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과 회사의 관계에서 결사의 자유와 단체 행동을 인정하는 것은 힘의 균형상 노동조합이 극히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억울함을 바로 잡고, 원하는 것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이 모여 노동조합을 이루고 그  조합의 대표와 사측의 대표가 만나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참된 노사간의 관계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언론사 파업과 같이 직업인으로서의 기본적 태도, 언론인이라면 공정한 보도를 해야한다는 책임감과 직업 정신이 훼손되었을 시에는 그것에 대한 원인과 개선을 위해서 당당히 파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직 노동조합은 노동조건에 대해서만 파업하라는 강요는 노조원을 대단히 저속한 인격으로 몰아가는 저급한 사회의 증거이고, 공정 보도를 위해 파업하는 노조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관여하지 않겠다는 정부 여당의 발언은 정의를 가장한 직무유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 국가기간통신망으로서 연합뉴스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


연합뉴스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왜냐하면 국가기간통신망으로  모든 정보를 최초 보도 또는 독점 발행하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팩트가 어떤 형태냐에 따라 그것을 가공하는 언론사의 논지와 방향은 천향지차가 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연합뉴스의 공정성은 그 어떤 언론사의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꼭 지켜져야 하는 원칙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사장님이 노조원의 출근 저지에 맞서 노조 사무실에 가서 버티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소통의 문화와는 거리가 먼 분 같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나름대로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아까도 말한 것처럼 사측을 대표하는 사장님의 태도로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연합뉴스 건물]



▲ 노동조합의 파업은 유쾌하게, 사측의 대응은 악랄하게, 누가 이길까?


요즘 방송사의 파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예전보다 많이 세련되어졌다는 것입니다. 천편일률적으로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주먹을 움켜쥐고 무시무시한 구호를 외치는 모습보다 많이 웃고, 시민들과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파업이 승리에 가까와지고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측의 파업에 대처하는 모습은 너무나 투박하고 황당합니다. 회사를 떠나 구름을 벗삼아 여기저기 배회하고, 파업으로 비운 자리를 임시직을 뽑아 대체한다고 면접을 보고, 손해 배상 청구를 일삼아 직업적 자존심이 아니라 경제적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무시무시하고 악랄한 방식들입니다. 그리고 오늘 여기에 더하여 노조 사무실 점거라는 새로운 금자탑이 쌓아올려졌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사 사장님들은 도대체 누가 뽑았길래 이렇게 기상천외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게 다 거짓말'이길 정말이지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