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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배현진씨! 불쾌한 것은 우리 시청자입니다

 얼마전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노조원의 근황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120일 이상 파업을 벌이고 있으니 경제적으로 쪼들릴 수도 있고, 명분에 대해 흔들릴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피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현재 상황을 육성으로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그분은 MBC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여자 PD였는데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남몰래 사랑하면서 100일 이상 보내는 것도 힘든 일인데 누구를 미워하면서 100일이상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외형적인 어려움만 생각했던 저에게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색다른 공감을 주었고 현재의 MBC가 벌이고 있는 파업이 여러가지로 사람들을 힘들고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00일 이상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의아해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설명 들이자면 MBC는 현 정권이 들어서고 김재철 사장이 오면서부터 공정성에 심각한 훼손을 받았다고 합니다. MBC를 상징하던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이 폐지 축소되었고, 이것에 불만을 품고 표시한 사람들에게는 인사 이동으로 간접 불이익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부에 불리한 보도에 대해서는 방송 직전에 봉쇄 되었고, 경영 측면에서도 법인카드 남발과 특정인에 대한 특혜 시비까지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MBC파업의 원인은 김재철 사장


 그래서 MBC 노동조합은 이 모든 것의 문제는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기인했다고 판단, 김재철 사장 퇴진과 방송의 기본인 공정성 회복을 위해 120여일에 걸친 독한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MBC 노동조합은 김재철 사장 한명을 무던히도 미워하며 이 파업을 지탱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충분히 대의가 넘치는 파업 도중에도 대열을 이탈한 사람이 있었으니 오늘 포스팅 제목인 뉴스데스크 앵커를 맞고 있는 배현진씨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여자 아나운서는 연예인만큼이나 주목받고 관심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지는 상징성이 매우 큽니다.  파업에 MBC 수많은 노조원이 참여한 것보다 몇몇 아나운서의 참여와 탈퇴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출처 : MBC뉴스데스크]



 얼마전 MBC 노조를 탈퇴하고 뉴스데스크에 복귀한 배현진씨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바로 앞에 동료 아나운서들이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탈퇴를 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나운서인 배현진씨가 탈퇴를 한다고 하니 시기적으로 안 좋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  MBC 사내 게시판에 올렸던 복귀의 글 때문에 더 많은 비난을 자초


 그런데 배현진씨가 비난을 자초한 것이 있으니 사내 게시판에 올렸던 자기 변명의 글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정갈하게 쓰여진 그 글은 나무랄데 없는 문장력을 뽐내고는 있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단순한 자기 합리화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그냥 아무말 없이 뉴스에 복귀했으면 덜 욕 먹었을 것을, 자신의 변명을 사내 게시판에 누구든지 보라고 펼쳐놓은 본인의 행동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 글에서 나왔던 '촘촘한 경계의 사이'라는 문구는 여러 버전으로 패러디까지 되면서 배현진씨의 글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습니다. 물론 함께 했던 동료들 역시 아주 노골적으로 공격을 하니 본인의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비판을 글을 올렸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MBC파업이 승리로 끝나 대한민국의 언론이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한다는 일념에 의한 것이지 개인적 감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좀 잠잠해지려나 했더니, 배현진씨가 또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나 불쾌하여 이에 대하여 저의 생각을 몇자 보탤까 합니다. 







103일간의 파업 후, 노조 탈퇴, 


방송에 복귀한 후 동료들이 SNS상에 남긴 멘션들이 여럿 기사화 되었습니다. 


저는 분명, 개인적인 고민과 결단에 의해 현업에 복귀하겠다 밝혔을 뿐인데 제 의지보다 더 폭넓은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신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그 간의 제 고민에 대해 정직하게 밝히는 글입니다. 


말씀드리지만 일련의 상황을 낱낱이 이야기 하며 제 결정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 자체는 안타깝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엄청난 글 솜씨를 뽐내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본질이 빠져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 MBC가 언론사로서 공정하냐 안하냐의 문제입니다. 본인은 이것을 양비론적인 관점에서 균형을 찾아야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매일 뉴스데스크만 진행하다보니 MBC 노동조합에서 제작한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파워업 PD 수첩' '서늘한 간담회' 등을 전혀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무지의 소리일 뿐입니다. 








저는 뉴스 앵커로서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아이템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앵커 멘트를 직접 작성합니다. 적어도 저희가 외압에 굴복해 불공정 보도를 했다면 ‘그냥 그런 것 같다. 마음에 안 든다’ 정도가 아니라 ‘어느 날, 어느 뉴스’ 등의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 사죄드려야 합니다. 


 뉴스는 그냥 읽는다고 뉴스가 아닙니다. 배현진씨는 자신이 직접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자신의 멘트를 자기가 정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MBC 뉴스가 심히 공정성을 잃어간 것에 대한 책임을 본인도 져야할 것입니다. 



▲ 뉴스 편집회의에 참여했다면 무엇을 바로 잡았나?


 MBC에서 뉴스 관련 노조원들이 가장 굴욕감을 느꼈던 것은 반드시 기사로 나가야 하는데 자신이 선택한 주제가 무시당하고 삭제당했다는 자괴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기사에는 4대강 공사와 같이 정부를 비판하는 뉴스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참고 참고 또 참다가 마침내 파업을 선택한 것이고 이번에는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사상 초유의 120여일이 넘는 장기 파업에도 흔들리지 않고 독하게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뉴스 환경에서 자신이 직접 편집회의에 참여했다면 배현진씨는 도대체 무슨 문제제기를 했으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언론인으로서의 비판정신은 가지고 임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야당 측 국회의원과 진보 진영의 저명인사들이 차례로 초청되었고 이른바 소셜테이너로 알려지며 여러 번 정치적 성향을 밝혀온 연예인들이 방문해 파업을 독려했습니다. 초청 인사들의 말씀은 모두 지당한 말씀이었습니다. 


공정방송을 지향하기 위해 언론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 이 사실에 누가 이의를 달겠습니까. 그러나 비단 ‘진보 인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정방송’과 ‘완벽한 언론 독립’을 기치로 내건 우리였기에 여야를 막론하고 한 쪽 진영의 인사들에게 무게가 실리는 듯한 모습은 다소 위태롭게 느껴졌습니다. 


위 대목을 보면 배현진씨가 아직 소녀라는 인상이 짙습니다. 마치 만화 속 여주인공이 곤경에 빠지면 멋진 왕자님이 백마를 타고 달려와서 구해줄 것을 믿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언론이 공정성을 잃게된 원인은 현정권과 집권 새누리당에게 있습니다.  


이들이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얻으려고 하는 것이 탐욕이라는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면서, 그들이 진보진영 인사와 동일하게 위기에 빠진 MBC를 구하러 와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순진하여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위태롭다 ? 그것은 만화 속 여주인공같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선배님 저 혼란스러워서 제 이름과 얼굴 걸고 당당히 참여하기 힘듦니다. 뉴스 앵커고 공명선거 홍보대사인데 정치적 색채를 가진 구호를 외치거나 그런 성격의 집회 자리에는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보에 사실확인이 명확히 되지 않은 채 실리는 내용들도 영 마음에 걸립니다. 



배현진씨는 얼마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 말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MBC파업은 정치적인 파업이라 자기들이 관여하지 않겠다" 


 참으로 기가막힌 이야기입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정치적인 파업에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궤변은 당당하게 늘어놓은 나라가 현재의 대한민국의 현주소이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뉴스로 읽어내려가는 것이 언론의 모습입니다. 공정방송 하자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 직업인으로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정신이 정치적?


 중국집 주인이 주방장에게 짜장면을 만들라 하고서는 손님들에게 짬뽕이라고 하고 팔면 주방장의 자존심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주방장이 주문을 그만 받겠다고 하고 나는 진정한 짜짱면을 만들겠노라고 하면 그것이 정치적입니까? 그것은 직업 정신에 관한 이야기이고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상식적인 사람들을 자꾸 정치적인 사람들로 몰아가는 것 참으로 위험해 보입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것에 대해 아주 경계하고 조심스러워하는 행동의 저변에는 대단히 위선적인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알런지 모르겠습니다. 



[배현진 폭로 MBC 노조가 폭력적?]







아나운서 노조원 사이에서도 투쟁 동력을 떨어뜨릴만한 행위가 이의제기가 서로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언어이던 신체적이던 노조 활동에 있어서 폭력이 있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배현진씨의 이 발언에 대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심고백이 있어야 할 것이고, 만약에 그것이 아니라면 배현진씨가 이 말에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서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니 배현진씨 옆에서 뉴스를 읽고 있는 권재홍씨입니다. 폭력에 의해 입원까지 했다고 하는 사람치고는 너무나 멀쩡하여 그말의 진위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배현진씨는 운이 별로 없는 사람 같습니다. 방송국의 대표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말에 대해서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당신이 앉아 있는 공간에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는 분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소신에 의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뜻, 존중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 신분은 비노조원인 MBC 아나운서입니다. 노조에서 나왔다고 어느 정권 편이니 사측이니 하며 편을 가르려는 시도, 그 의도 매우 불쾌합니다. 

여전히 제게 가장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뿐입니다. 

진정성 있는 대의명분과 정당한 수단을 이 두 가지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는 한 두려움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자리를 비우지 않을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여타 많은 소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배현진씨에 관해 글을 쓰게 만든 가장 마음에 안드는 것은바로 이 마지막 부분입니다. 배현진씨는 비노조원인 것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성된 글로만 봐서는 전혀 거리낄 것도 없습니다 나름대로의 논리 정연하고 명분 확고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비노조원인 것에 대해서 아주 떳떳하게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배현진씨를 지켜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뉴스가 재미있어야 하는데 뉴스데스크는 참으로 불쾌합니다. 


국민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몰라도 되는 내용은 확대하여 부풀리고, 당신들의 뉴스는 참으로 불쾌합니다. 어떤 내용이 불공정했는지 따져보자면 제 블로그의 글 차근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도 이해가 되지 않다면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별 사람이라고 치부하면 됩니다.  



▲ 왜 직업인으로서 두려운가?


그리고 배현진씨가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심경 고백글 전반에 두려움이라는 단어도 많고 실제로 두려움에 쌓여있는 듯 합니다. 전 세계인의 베스트셀러라는 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사람은 대부분 혼자 있을 때 두렵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옆에 있기를 바라고 기대는 것입니다. 


 배현진씨가 두려운 이유는 혼자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의 '혼자'는 육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포함합니다. 거기서 나오던가 계속 두려움에 쌓여있던가는 그 촘촘한 경계 사이에서 본인 스스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자꾸 시청자를 팔지 마시기 바랍니다. 보는 시청자 참으로 불쾌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