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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KBS 노사 잠정 합의, 절반의 성공과 실패

93일째 파업을 벌여오던 KBS새노조가 사측과의 업무 복귀를 위한 잠정 합의를 이루어냈다고 합니다.  93일이라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게는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기에 이정도에서 멈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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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노조 총파업투쟁 잠정 타결에 대한 기자회견]



▲ 파업의 성과 ; 공정성 제도화


이들이 파업을 통해 얻어낸 것은 대선을 공정하게 치루어낼 공정방송위원회를 설치하고, 탐사보도팀 부활, 대통령 주례 라디오 연설 폐지 등에 관한 가합의안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아쉽게도 공정 방송 훼손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었던 김인규 KBS 사장 퇴임이라는 주된 목표는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실망하는 분들도 있고, 심하게는 배신감 마저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S새노조가 이루어낸 성과는 여타 다른 노조가 이루낸 것보다 더 값지고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KBS 새노조는 회사 내에 소수 노조로서 1200여명의 파업 동력을 가지고 93일 동안 이끌어왔고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고 잠정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파업의 힘은 단결력에 있습니다. 회사와 자금을 쥐고 있는 사측에 맞서 힘 없는 개인이 맞설 수 있는 방식은 오직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힘을 합치는 단결력 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라의 법으로도 노동자들의 단결권은 보장되는 것입니다. 



▲ 두개로 분열된 KBS 노동조합, 그래서 어려운 싸움


그런데 KBS는 단결이 우선 시 되는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서 두개로 분열되어 있었고, 새노조와 구분되는 KBS노동조합은 이번 파업에 가담하지도 않았고, 돕는 시늉만 하다가 끝내버림으로, 형식적인 노동조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명색이 방송사에 근무하는 분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가장 민감하고 학식 또한 높을 텐데, 비판 정신은 어디다 저당잡히고 이 노조, 저 노조 분열되어 대의를 그르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KBS새노조는 혼자서 힘들게 싸운 것이 사실입니다. MBC 처럼 뉴스와 예능이 파행을 겪지도 않았고 대체인력을 뽑는다고 광고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존재감이 미비할 수 밖에 없었던 파업을 통해서도 위와 같은 사측의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는 것은 이들의 결의와 행동이 위력적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싸움이 그렇듯이 처음에 우습게 보이면 결과는 뻔한 것입니다. 돈 몇푼 더 달라고 파업에 들어간다면 정말 몇푼 안되는 돈으로 회유하여 파업을 접게 하고, 비굴하게 처우 개선 해달라고 하면 정말 티나지 않게 처우개선 해주고서는 파업을 접게 하는 것이 파업을 해결하는 방법 중에 하나였습니다.



▲ 단호한 의지로 사측에 맞섰던 KBS 새노조


자신의 것을 분명히 요구하고, 잘못된 것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파업은 사측에서도 그렇게 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행동과 말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KBS 새노조의 파업도 예전과는 다르게 예사롭지 않았고 싸움의 방식도 '리셋 KBS'라는 구호처럼 새롭고 전략적이었습니다. 



[KBS새노조가 만들었던 세련되 티져영상 아이파업 2] 



리셋KBS 뉴스9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내용을 특종으로 던졌고, MBC,YTN과 함께 공동 파업을 통해 시민들을 만나 갔으며, 여의도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투쟁을 벌이는 등 예전과는 다른 파업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아니면 파업을 접지 않으리라는 단호한 의지를 계속해서 밝혀왔습니다. 


결국 사측이 KBS 새노조와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잠정 합의안이 도출되어 오늘 대의원대회 표결에 붙여 확정되면 다음주 부터 업무에 복귀하게 된 것입니다. 



▲ 김인규 사장 퇴진을 이루지 못한 실패 


가장 중요한 김인규 사장 퇴진이라는 목표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언론사 파업의 문제는 정권으로부터 낙점 받은 인사가 사장이 되면서부터 터져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KBS 사장을 퇴진시키지 못한 체, 공정방송위원회를 만들던, 탐사보도팀이 부활한다고 하여 KBS의 땅에 떨어진 공정성이 회복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예전에도 역시 낙하산 사장이 왔을 때, 여타 이유로 파업을 접고, 믿어 보겠다고 온 것이 결국 2012년 동토의 언론을 만든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공정하지 못한 방송의 궁극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 체, 몇가지 제도적인 것에 만족하여 오랫동안 끌어왔던 파업을 접는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듯 합니다.



▲ 파업 기간 중 징계자 처리도 중요한 이슈

 

그리고 최경영 기자와 같이 파업 도중 해고와 징계를 당한 분들에 대한 해결도 중요한 이슈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측이 잠점 합의를 했다는 것은 파업의 이유를 어느정도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파업 도중 있었던 징계는 철회되어야 할 것입니다. 새노조는 이 문제에 대해서 교감이 있었다고 하지만 정작 사측에서는 밝힐 수 없다고 하여 또다른 불씨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KBS 새노조의 파업 종료가 완전한 성공이 아니라 절반의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새노조가 얻어낸 결과는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는 당연히 공정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이고, 탐사보도팀은 언론사에서 특공대 처럼 운영했어야 하는 것이고, 대통령의 주례 연설은 애시당초 없어야 했던 것입니다. 



▲ 너무나 퇴보해 버린 대한민국의 언론 상황, 당연한 것에도 감사해야 하는가


너무나 열악한 상황까지 몰려버리면서, 당연한 것을 얻기까지 93일이라는 이렇게 힘든 파업 투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탄스럽고, 당연한 것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잘했다고 격려'를 해주어야 하는 한국의 언론 상황이 참으로 암울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긍정 하나는 방송 3사의 파업으로 TV 뉴스를 볼 맛도, 가치도 없었는데, KBS 새노조가 복귀하여 무너져버린 뉴스의 공정성을 조금이나마 회복시키고, 특히 언론인의 상황은 언론인이 더 잘안다고, 주변 MBC,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의 파업 소식을 자세하고 심도 있게 다뤄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언론사 파업이 왜 일어났고 현재 이슈가 무엇이며 떠나야할 자가 누구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길 바랍니다. 그것을 못한다면 이번에도 역시 KBS한테 속았다는 시청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 회사로 들어가는 KBS새노조에 대한 기대, 공정 보도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대선을 맞이하여 후보 검증 시스템을 확실히 하여 411총선과 같이 여론몰이식 선거전이 없도록 하여야 겠습니다. 현재의 방송사 보도 형태로는 후보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오직 종북과 진보라는 프레임 속에 가두어두고 원칙과 상식을 매몰시키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것 역시도 혼자 파업을 접는 KBS 새노조가 뛰어넘어야할 과제입니다. 


만약 KBS 새노조가 합의안 처럼 공정 방송의 기틀을 어느정도 확보하고 균형잡힌 보도를 하기 시작한다면 나머지 MBC, YTN 노조는 엄청난 힘을 얻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지금과 똑같은 방송이 계속된다면 그나마 방송 노조의 파업 동력에 심각한 먹구름이 몰려올 것입니다. 


KBS 새노조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부디 회사 안에서도 승리하길 바랍니다.그것이 진정으로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