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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KBS 파업종료, 더 크고 어려운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

95일간 지속되었던 KBS파업이 노사 합의문이 통과됨에 따라 사실상 종료되었습니다. KBS새노조는 어제(6월 8일) 오전 5시부터 파업 중단을 선언하였으니 지금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리셋뉴스9을 진행하던 전임자가 징계를 당하자, 위험을 무릅쓰고 앵커를 맡았던 정세진 아나운서]



▲ 파업 '종료' 또는 '잠정중단'?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KBS 파업을 '종료'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정작 KBS 새노조의 결의문에 따르면 '잠정중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종료'는 끝난 것을 의미하고, '잠정중단'은 잠시 멈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사 양측이 합의문에 서명은 했지만 아직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실제 예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종료'라고 제목을 잡은 이유는 회사에 복귀하여 정말로 다시 파업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공정방송 사수'를 하라는 바램에서 입니다. 즉 다시는 파업 할일 없이 KBS의 언론으로서의 기능이 잘 수행되어질 바란다는 뜻입니다. 



▲ 소수 노조로서의 KBS새노조의 파업의 어려움


95일간의 파업,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회사를 떠나 어떤 대상을 증오하며 싸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에 경제적인 쪼들림도 감수해야 하고, 특히 KBS의 경우 소수 노조인 새노조만 파업을 참여했기 때문에 이러한 위기감은 더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을 견인해내어, 대선 공정방송위원회를 설치하고, 탐사보도팀을 부활시키고, 대통령 주례 라디오 방송 폐지한 것은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김인규 사장의 퇴진까지 얻어냈다면 금상첨화의 결과였겠지만 이 정도 선에서 합의한 KBS 새노조를 탓할 수 없고, 그 동안의 노고에 잘했다고 격려를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동안 Reset 뉴스9, 노조위원장 단식농성, 파업콘서트, 북페어, 텐트농성, 여의도 희망캠프, 방송대학, 광화문 1인시위 등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흔히들 파업하면 집에서 쉬는 것 아니냐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던데 어쩌면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마음으로나 몸으로나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 파업이 끝났다고 홀가분? 더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KBS새노조의 [파업잠정중단결의문] 제목을 보면 이들의 마음이 파업이 끝났다고 하여 편하고 기쁜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줍니다. 



더 크고 어려운 싸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랬던 지난 95일의 파업을 이제는 잠시 접어야 합니다특보사장 퇴진이라는 목표를 아직 이루지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아직도 파업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MBC, YTN, 연합뉴스국민일보 동지들을 남겨두고 일터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른,  어쩌면 지금까지보다 더 크고 어려운 싸움을 준비해야 합니다.

4년 동안 망가질 대로 망가진 KBS를 복원하고정권의 입이 된 방송을 바꿔야 하고무엇보다 KBS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피폐해진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합니다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95일간의 파업투쟁을 밑거름으로 삼아 일터에서 그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일부 발췌)



95일 동안 파업을 했다하여 4년간 망가져 버린 공정방송의 기틀이 하루아침에 복원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노조원이 배 이상으로 많은 보수화된 KBS 성원들 속에서 공정방송을 얻기 위해 불편한 길을 걸어야하고, 김인규 사장이 버티고 있는 사측과의 싸움 역시 쉽지 않은 가시밭길일 것입니다. 


그리고 김인규 사장이 문제가 아니라 '김인규'같은 사람이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올 수 있는 정치적 제도가 바뀌는 것 또한 커다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파업을 '잠정중단'한 짧은 기간동안 이루어내야할 목표가 된 것입니다. 파업을 통해 회사 밖에서 요구했던 것들보다 파업을 접고, 회사 안에서 쟁취해야할 과제가 더 무겁고, 힘든 싸움인 것입니다. 



[파업 기간 동안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 '안아주기' 행사를 벌이고 있는 KBS 새노조]



▲ 최우선 과제, 언론사 파업에 대한 공정한 보도


당장에 KBS 새노조가 '동지'라고 칭하는 MBC,YTN,연합뉴스, 국민일보의 파업에 대해서 자세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 첫번째 임무가 될 것입니다. 지난 4년 동안 나라가 비리에는 눈을 감고, 부패에는 너그럽게 되어 결국 국민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정치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원인은 비판 기능을 상실한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어느 시대나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집단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국민들에게 알렸던 시대는 부정과 부패과 줄어들었고, 그렇지 않았던 시대는 더욱더 기승을 부렸습니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후자의 시대이며 아주 극심한 고통의 시간인 것입니다. 


아직도 언론사가 파업 중인 것을 모르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MBC 엽기행각의 달인 김재철 사장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다수 입니다. 매일 처럼 보고 듣는 공영 방송사 사장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땅에 떨어졌는데 그 방송을 통해 국민들이 온전한 삶의 방향을 영위할 것이라는 생각은 커다란 오산입니다. 이것을 정치권에서는 이해득실에 따라 방관하고 있을 뿐입니다. 결국 해결책은 국민들에게 온전히 알리는 길 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 더 크고 어려운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 힘내라 KBS


이러한 막중한 임무와 책임을  떠 맡은 것이 KBS 새노조입니다. 정말이지 다시 방송사 파업이라는 것 없었으면 합니다. 파업 종료가 정답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더 크고 어려운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KBS 새노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