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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공익광고가 애국심을 강요하는 불편한 진실

요즘 TV를 보다보면 몸과 마음을 아주 불편하게 만드는 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상업 광고가 아니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 이하 코바코)에서 제작한 공익 광고인데 도대체 뭐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그래서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여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코바코 홈페이지에는 공익 광고에 대한 개념 정리까지 해 놓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코바코 홈페이지 캡처]




▲ 공익광고의 의미, 국민 의식 개혁


저는 공익광고의 정의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이 '의식개혁'이라는 단어였습니다.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의식개혁을 목표로 공익광고가 제작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이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공동체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국민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공익 광고를 만들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 정의를 찬찬히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신뢰가 없고, 국민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치부됩니다. 그러니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익 광고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같습니다. 


어쩐지 현 정부 들어와서 이런 식의 공익광고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코바코 홈페이지에 게재된 방송 공익광고 숫자를 보면 2008년 이전에는 한 해 5~6편 정도 제작되던 것이 이후에는 8~10편식 제작되었던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 공익광고가 많은 나라, 건강하지 못한 나라


공익광고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과 일맥 상통합니다. 알아서 잘하는 국민이 있는데 일부러 의식 개혁이 목적인 공익 광고를 세상에 뿌릴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G20 정상 회의, 핵안보 회의, 동계 올림픽 개최 등등 국가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의식은 한참 저 밑에 있다는 생각이 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정부의 국민에 대한 생각을 잘 반영한 것이 요즘 공익 광고로 나오는 '나라 사랑 -  애국하는 시간' 편입니다. 




[출처 : 코바코 홈페이지 캡처]



내용은 간단하지만 가지고 있는 메세지는 아주 강력합니다. 말로는 나라 사랑한다고 하지만 '너희들이 정작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가지고나 있니?' 라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의 당사자가 국민 스스로면 상관이 없지만 공기업이 제작하는 공익 광고가 제기할 내용으로는 적당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것은 국민을 모욕 주는 행위일 뿐, 공익을 위한 광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광고를 보고 '나는 정말로 가식적인 애국자였어,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해야지' 라고 느끼실 분이 있을까요? 국가 기념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은 애국심의 표현이고, 축구를 보면서 한국을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현충일에 순국 선열에 대해 예를 갖추는 것은 고마운 분에 대한 예의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애국자라 여겨질 수 있고, 진정한 애국자라고 따로 또 해야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 365일 애국해야 애국자?


이 광고대로라면 1년 365일, 나라 사랑만 하면서 살라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주장인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은 열심히 일하고, 가족 부양하고, 세금 잘 내면 충분한 애국자입니다. 전쟁이 나거나 국가 비상 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국민으로서 애국할 수 있는 일이 별다르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공익광고가 마치 국민들의 애국심에 문제가 있는 듯이 국민이 부끄러워할 메세지를 담고 있다면, 이것을 만든 사람들은 무척이나 국민에게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불만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소설을 써 본다면 나라에 온통 종북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현실 판단과, 국가가 하는 일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반대만 하는 반정부 인간들이 너무 많고, 나는 매일 같이 나라를 위해 일하는 데, 일도 열심히 안하면서 월급만 올려달라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있고, 나태한 인간들이 나라에 손을 벌리며 복지 확대하는 주장만 한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샤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앞에서 말했던 '나라사랑 - 애국하는 시간'과 같은 공익 광고를 국민들에게 두려움없이 의식 개혁을 목표로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 애국심을 강요받아야 하는 불편한 진실?


국가 기념일에 태극기 게양을 하고도, 축구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에 열광하고서, 현충일 사이렌에 묵념을 했다는 것을, 가식적인 애국이라 비난 받을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나라를 망치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선량한 국민들까지 애국심을 강요받아야 하는 슬픈 현실에 있다는 것입니다.  


코바코의 이런 공익광고는 무슨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는지 관찰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며, 반드시 그 진위를 파악해야 겠지요. 그리고 아무 대답도 못한다면 '니들 보기에는 국민들이 그렇게 우습게 보였더냐' 하고 한마디 쏘아 붙여야 속이 시원할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공익광고 정말로 불편하고 보기 좋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것을 만든 곳이 일반 사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출자하는 공기업이라는 것이 더욱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듭니다. 




▲ 공익광고 만드는 코바코는 어떤 곳인가?


'나라사랑 - 애국하는 시간' 공익광고를 제작한 코바코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휘하고 사장을 선임하고 있습니다. 코바코는 올해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법에 따라 5월 23일 새롭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하게 되었고 초대사장으로 이원창 씨가 선임되었습니다. 


그런데 초대 사장인 이원창씨는 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전신인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이었고, 방통위가 이원창 사장을 연임시킨 것이나 다름 없게 되었습니다. 이원창씨는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한나라당(새누리) 국회의원을 지냈고 코바코 노조원들이 사장 선임에 반대하여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던 인사입니다. 그리고 출근 저지 당시 취재를 하던 언론노보 사진 기자에게 막말을 해 파문의 당사자가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나라사랑 - 애국하는 시간' 마지막 장면 , 출처 : 코바코]




▲ 정말 애국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저는 이 시대의 애국은 성실히 자신의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조금 더한다면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자각이 있어서 주위를 둘러보고 남을 돕는 마음 정도 입니다. 이것은 일반 국민에 해당되는 것이고 정말로 애국심이 필요한 사람은 나라의 지도자와 리더쉽들입니다. 정치를 하고 큰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제대로된 애국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부동산 투기, 뇌물 수뢰, 비자금 조성, 세금 탈루 등 모두 나라에 내야할 돈을 안 내고, 자기의 사리사욕을 위해 저지른 범죄들 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나라 사랑 - 애국하는 시간' 과 같은 공익광고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정말로 나라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것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지 국민들이 아닙니다. 나라가 망할 때 국민들이 애국심이 부족하여 망하는 경우보다는 사회 지도층의 타락으로 끝은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번지수를 잘못 맞춘 공익 광고가 버젓이 공중파 방송에 흘러다닌다는 것은 참으로 불편하고 언짢은 일입니다.


공익광고의 마지막 카피 "당신의 나라 사랑은 어떻습니까"는 국가가 국민에게 물어야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추궁해야할 질문입니다. '나라 사랑'은 그들에게 너무나 거창한 것이고 제발 인간으로서 기본만이라도 지켜주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