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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MBC 파업 중단, 잠정적이지 않길 바란다

오늘은 MBC 파업 170일 째, 그리고 MBC 노동조합의 파업 중단 여부를 결정할 조합원 총회가 예정되어 있는 날입니다. (이 포스팅은 17일 아침에 작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전 11시 조합원 총회의 결과와 기자 회견이 있을 오후보다 이전 버전입니다.) 


그런데 오늘 있을  조합원 총회의 안건이 파업 중단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이는 것보다는 이미 대의원회에서 결정된 안(파업 중단)에 대해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 언론에서는 파업 중단을 이미 기정 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MBC 노동조합 대의원회에서는 파업 잠정중단을 통과시켰습니다]



▲ MBC 파업 중단, 무한도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저의 예상으로도 파업 잠정중단에 무게가 실리며 이번 주 중으로 파업은 종료되리라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오래된 파업으로 조합원들의 피로감이 극심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 오는 경제적 어려움 또한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말이 170일지 멀쩡한 회사가 눈 앞에 있는데 일 못하고, 월급 못 받는다는 것은 직장인으로서 쉽지 않은 인내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파업을 중단하는 노동조합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 이해합니다. 물론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겠지만 조합의 원칙이 민주적이어하기 때문에 대의원들이 결정하고 총회에서 승인하면 그 안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제대로된 파업 중단이길...


그래서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면 제대로된 파업 중단이 되길 바랍니다. MBC 노동조합은 파업 기간 중에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잘못된 뉴스가 아니라 제대로된 뉴스의 전형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파업 중단도 제대로된 협상과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로서는 파업 중단에 대한 생각들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MBC 노동조합은 파업 중단의 근거로 김재철 사장 퇴진에 대한 여야 합의를 들고 있습니다.(관련글). 그러나 믿지 못할 것이 정치인들의 마음이라고 너무 해바라기식의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그리고 MBC 파업 기간 동안에 모든 책임을 김재철 사장 개인에게로 돌리고 그만 사라지면 언론의 공정성이 회복될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싸움에서 대상을 집중화하여 공격하는 방법은 효과적이거나 불가피한 전술이 될 수 있었습니다.  


MBC 파업은 1월 30일 시작할 때부터 환영받지도 못했고 사람들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노조 스스로도 놀랐을 것이고 관심 갖는 시민들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떻게 국가의 공영방송이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 않을까? 초반의 무관심을 극복하는 방법 중에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었지만 김재철 사장 개인에 대한 공격이 일부 주요하였다고 봅니다. 덕분에 김재철 사장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여러번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고, 길에 다니는 시민들도 이제는 김재철 사장의 이름 석자는 알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뉴스데스크 처럼 제대로 파업 잠정중단이길...]



▲ 김재철 사장이 파업의 목표는 아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말씀드리지만 김재철 사장은 이번 파업의 궁극의 목표가 되어서는 아니 되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낙하산 사장일 뿐, 현재 MBC에 정권 편향적인 인사가 사장으로 올 수 있는 시스템이 잘못된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었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알아버린 김재철 사장이 8월에 실제로 퇴진을 한다면 MBC 노동조합은 다시 파업을 재개할 당위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MBC 사장 선임 방식으로는 김재철 사장보다 더한 인사가 충분히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때, '이 사람은 적격자가 아니요, 김재철 사장 보다 더 나쁜 사장이다'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는 170일의 파업일로는 모자랄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민들의 귀에는 '김재철 사장만 퇴진하면 노조가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라는 도식이 성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후에 새로운 사장에 대해 시민들이 검증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이번 장기 파업보다 더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입니다 .


저는 이번 MBC 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간 노조 간부들이 이런 내용에 대해서 이미 충분히 검토하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뜻을 같이 하는 소수의 몇사람이 아니라 700 여명이 넘는 조합원을 170일 동안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면 이 파업은 성패의 관계 없이 의미있고 성공한 파업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부디 다른 언론과 일반 시민은 접근할 수 없는 파업 잠정 중단에 따른 안전 장치가 확실하게 마련 되어있기 바랄 뿐입니다. 




▲ MBC 파업이 마라톤이라면


저는 MBC 파업을 보면서 마라톤 생각이 났습니다. 미디어의 최선봉이라는 방송사가 파업을 하는데 170일 동안 한다는 것은 단거리 육상이 아니라 이것은 분명히 마라톤과 같은 최장거리 경주에 비교될만 합니다. 그런데 마라톤은 힘들고 어려운 레이스를 펼치는 데 한가지 불문율이 있습니다. 그것은 중간에 한번 멈추게되면 페이스 잃고 완주를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결정될 MBC 파업 중단이 마라톤 레이스에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경기 종료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뛰다가 중간에 멈추어버린 상황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라면  다시 뛰기 쉽지 않다는 것은 누가봐도 명확합니다.   


MBC 노동조합, 독하고 당당하고 끈질기게잘 싸워왔습니다.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