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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이상득과 노건평, 언론의 공정성은 이런 것이다?

뉴스에는 꼭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꼭지하면 '수도 꼭지'가 가장 먼저 생각나겠지만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뉴스꼭지'가 더 익숙할 것입니다. 


꼭지는 우리나라 말로는 그릇이나 가구 따위에 붙은 볼록한 손잡이, 식물의 잎이나 열매가 가지에 달려 있게 하는 짧은 줄기 등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뉴스에 쓰이면 한 가지 주제 있어서 소주제의  제목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가장 구분하기 쉬운 것은 그것을 취재하는 기자가 달라진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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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상득 구속'에 대한 뉴스를 살펴보겠습니다. 

 


○ 7월11일- 이상득 구속    - 뉴스 제목

   1. ‘상왕’ 이상득 구속…“국회 안에서 돈 받아” 김건우 기자 - 뉴스 꼭지 1

   2. 민주, 대통령 사과 요구…이 대통령 ‘침묵’ 최영철 기자 - 뉴스 꼭지 2 

[출처 : KBS 새노조 게시판]





ⓒ오마이뉴스 




▲ 뉴스 꼭지 , 큰 뉴스의 소주제 


주 제목은 이상득 구속이 되지만 이와 관련된 소주제로 위와 같이 2가지로 나뉘어지는데 이것들을 뉴스의 꼭지라고 부릅니다. 기자들만 쓰는 특수 용어여서 근원을 알 수도 없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야마'라는 일본어도 쓰는데 '기사에 있어서 핵심 논지' 라고 보시면 됩니다. 언론인은 올바른 표준말을 써야하는데 정작 자신들만 쓰는 언어생활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자들이나 쓰는 단어인 '꼭지'를 설명하는 이유는 뉴스가 공정한지 안한지는 이 꼭지를 세보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방송에서 뉴스 시간, 신문에서 지면 할애를 보면 어떤 것을 비중 있게 다루는지 금세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 꼭지를 통한 공정성 비교 또한 흥미로운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




▲ 이상득, 노건평 구속 수감에 대한 꼭지 비교 


최근에 있었던 사건 중에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씨 구속 수감이 있었습니다. 현직 대통령 친형이 구속된 사건으로 언론이 나름대로 시간을 할애하여 보도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형이 구속된 사건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 전기환씨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도 있었습니다. 이상득씨가 주목 받는 것은 동생이 현직에 있을 때 구속되었다는 점이 다를 뿐 친형이 구속된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우리의 기억에서 가물가물해지고 있지만 노건평씨가 구속될 때와 이상득씨가 수감될 때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노건평씨는 검찰 소환 후 4일만에 구속되었고, 이상득씨는 9일만에 구속수감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언론은 이들에 대한 내용을 집중보도 하였고, 이것을 뉴스 꼭지와 관련하여 비교해 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참고1> 2008년 12월 노건평 씨 구속 당시


 ○ 2008년 12월1일 – 노건평 검찰 소환 조사

   1. 노건평 “금품수수는 없었다” 확고히 밝혀 정윤섭

    2. 노건평, 구체적인 혐의·형사 처벌 수위는? 노윤정

   3. 되풀이되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어디까지? 강민수

   4. 盧 후원자 박연차 회장, 이번엔 구속될까? 김준범

 ○ 12월 2일-노건평 구속영장 청구

   1. 검찰, 노건평 ‘30억 수수 공범’ 사전영장 청구 노윤정

   2. 과거 전직 대통령 수사 비해 ‘속전속결’ 진행 김귀수  

   3. 盧 전 대통령, 심기 불편…퇴임 후 ‘큰 시련’ 박상현

   4. 농협회장이 어떤 자리기에?…50억원 ‘꿀꺽’ 정윤섭

 ○ 12월 3일-

   1. 검찰, 박연차 회장 비자금 사용처 수사 강민수

   2. 노건평 영장실질심사 쟁점은 ‘물증’ 김준범

   3. 국회,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경위 추궁 이경진

  ○ 12월 4일 –노건평 구속

   1. 검찰, 노건평씨 ‘알선수재’ 혐의 구속 최서희

   2. 검찰 “노건평씨, 사실상 로비 주도 판단” 김귀수

   3. 노건평씨, 말 많고 탈 많았던 ‘5년 행적’ 노윤정

   4. 봉하마을 ‘큰 충격’…盧 전 대통령 ‘착잡’ 손원혁

   5. 盧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탄력 받나? 강민수

   6. [심층취재] ‘대통령 친인척 비리’ 근절대책은? 김명주

   7. 박연차 회장 “비자금 조성·전달한 적 없다” 공웅조

   8. 이 대통령 “농협, 정치 이권 개입” 질타 이춘호

 

 

 

<참고2> 2012년 7월 이상득 씨 구속 당시


 ○ 2012년 7월 3일-이상득 검찰 소환 조사

   1. 이상득 피의자 신분 조사…이번 주 영장 청구 김희용

   2. 검찰, ‘금품수수 의혹’ 정두언 의원 5일 소환 양성모

 ○ 7월4일

   1. “이상득 대선 직전 수수 진술”…정두언 내일 소환 김시원

   2. 영일대군-봉하대군…‘형님 권력’ 닮은 꼴 몰락 김준범

 ○ 7월5일

   1. 검찰, 정두언 의원 ‘피의자’ 조사…기소 방침 김건우

 ○ 7월6일 – 이상득 구속영장 청구

   1. ‘저축은행 비리’ 이상득·정두언 구속영장 청구 김시원

 ○ 7월7일

   1. 검찰 “이상득·정두언, 금품 수수 공범 관계” 양성모

   2. [집중진단] 반복되는 측근 비리…악순환 고리 끊어야 하송연 김병용

 ○ 7월10일- 이상득 영장실질심사

   1. 이상득, ‘계란 세례’ 봉변…구속 밤늦게 결정 김시원

 ○ 7월11일- 이상득 구속

   1. ‘상왕’ 이상득 구속…“국회 안에서 돈 받아” 김건우

   2. 민주, 대통령 사과 요구…이 대통령 ‘침묵’ 최영철

[출처 : KBS 새노조 자료]




이것은 KBS9 뉴스에서 다룬 이상득씨와 노건평씨 구속에 관한 뉴스 꼭지 발췌 내용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건평씨는 4일만에 총 19 꼭지가 보도 되었고, 이상득씨는 9일 동안 12 꼭지가 방송되었습니다. 


이상득 구속에 대한 뉴스는 말로는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되었다고 대서특필하는듯 했지만 정작 뉴스의 내용과 다양성은 매우 취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뉴스 방송 시간과 내용을 함께 살펴보아야겠지만 노건평씨에 관한 뉴스 꼭지가 단연 많고 취재의 시각과 방향도 다채롭고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 KBS9 뉴스에서 다룬 뉴스 꼭지 


노건평씨 구속은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이 현직에서 물러난 상태였기에 동생이 현직에 있는 이상득 구속 뉴스보다 비중이 높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노건평씨에 대해 언론은 뉴스 도배를 하였고, 엄청난 대공포화를 쏘아올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4년이라는 시간적 공백 때문에 보는 사람들에게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S 새노조가 제공한 KBS 사내 게시판 글(위 참조1, 참조2) 을 참조해 보면 KBS9 뉴스가 얼마나 공정하지 않은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뉴스에서의 방송 시간 할애, 신문에서 지면 확보 등을 놓고 언론의 공정성을 논할 때가 많은데, 오늘 처럼 뉴스 꼭지를 보면 더 확연하게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는 최소한 꼭지를 줄여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줄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최대한으로 꼭지를 늘여 다양한 가능성과 의혹을 부풀릴 수 있습니다. 




▲ 언론의 공정성이 중요한 이유 


그래서 언론은 항상 감시 받아야 하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야기 합니다. 있는 사실만 나열하면 되지 복잡하게 언론의 공정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사실만 잘 나열되면 언론의 공정성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뉴스에 꼭지를 더하고 빼고 하면서 나쁜 범죄자가 열심히 사는 애국자로 변할 수도 있고, 선량한 시민이 새빨간 빨갱이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 타락한 언론의 모습입니다. 뉴스 꼭지를 가지고 사실이 왜곡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물론 시민들도 뉴스를 볼 때, 잘못된 꼭지가 없는가 살펴보아야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구속될 당시 뉴스 꼭지가 많이 달렸다고 해서 이상득씨보다 더 죄질이 나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죄질의 정도는 법이 결정할 텐데, 이보다 앞서 언론이 뉴스 꼭지에 따라 죄의 경중을 따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언론의 공정성 반드시 회복해야 하는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