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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KBS가 푸드채널이냐? 시사보다는 맛집



요즘은 맛집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조금 규모있는 식당에 가면 한 켠에 붙어 있는 '방송 출연 포스터'를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방송 출연이 맛집 타이틀을 붙이기에 충분 조건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방송 출연 맛집이 정작 중요한 '맛'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글쎄 올시다' 입니다. 즉 방송에 나왔다고 다 맛있는 집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지금도 방송에서는 쉴 새 없이 맛집이 소개됩니다. 무슨 특공대부터 시작해서 맛 여행, 기행, 탐방 등등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은 너무나 넘쳐납니다. 아울러 요리사가 '주방장'이라고 불렸던 시대가 지나고 '쉐프'라는 요상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제 먹고 입고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무분별하게 정보가 범람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인 것입니다.  




▲ 넘쳐나는 맛집 프로그램, 그런데 진짜 맛있을까?


맛집 범람의 신기원을 이룬 것은 미디어입니다. 유명 연예인의 자주 가는 맛집 소개, 일반인들이 줄 서서 먹는 식당 등, 입소문으로 알려졌던 유명한 맛집이 방송에 노출되고 홍보되면서 문전 성시를 이루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일단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소수(?)만이 즐기는 맛의 즐거움을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말입니다. 




[피케팅 시위, 출처 : KBS 새노조]




요즘 KBS에서는 아침마다 위와 같은 피케팅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방송 3사의 파업은 이미 예전에 종료되었는데 흡사 모습은 파업 시위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내용인 즉슨, KBS 새노조가 사측과 파업 종료의 협상 조건으로 합의했던 '시사보도 프로그램' 부활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라고 합니다. 






[피케팅 시위, 출처 : KBS 새노조]




▲ KBS가 푸드채널이냐?


KBS는 폐지되었던 시사투나잇과 같은 일일(데일리) 시사프로그램 부활 논의를 무산시키는 대신 요리프로그램 신설 움직임에 대해 새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서며 "KBS가 푸드채널이냐"라는 반발을 낳게된 것입니다. 


'KBS가 푸드채널이냐' 라는 질문에 KBS 사측 한 간부는 "음식도 중요하다, 사람은 세끼 밥먹고 살지 않느냐?"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KBS새노조가 파업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파업을 푸는 협상의 조건들이 사측에 의해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시사보다는 맛집


실종된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당연히 생겨나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피케팅 시위까지 벌여야 하고, 넘쳐나는 맛집 프로그램은 새롭게 KBS2 전파를 탈 것 같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국민방송,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의 현주소라는 것이 답답할 뿐입니다. 


그냥 전 국민이 맛집이나 찾아다니면서 세상을 즐기라는 방송 편성의 메세지인 것 같은데,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실종에, 세금 낭비에, 잘못된 정치로 식재료의 질은 떨어지고, 밥값 오르는 문제를 오직 '맛'으로만 승부하겠다는 단세포적인 발상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KBS가 사랑받는 '국민의 방송'이기 보다는 정부의 사랑만 바라보는 '관영 방송'이라 비판 받는 것 같습니다. 




[피케팅 시위를 뒤로하고 출근하는 KBS 경영진 출처 : KBS 새노조]



파업을 벌였던 KBS,MBC 모두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약속 받았다던 MBC 노동조합은 새누리당의 오리발에 아연실색하고 있는 것 같고, 이거저거 새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주겠으며 '잘해보자' 손짓했던 KBS 사측 역시 차일피일 미루더니 본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방송의 공정성, 세상을 보는 눈


방송의 공정성이 담보가 되어야 우리는 사소한 식당을 가더라도 제대로된 맛집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방송에 소개된 집이 다 맛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실제보다 부풀려지고 포장된 식당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맛집을 찾는 것도 이렇게 공정성이 필요한 데 하물며 세상 돌아가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이야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KBS는 아예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필요성 조차 느끼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인간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성인의 말씀이 진리였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맛집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민을 일깨우고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맛깔나는 '시사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