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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박근혜, MBC 본사는 놔두고 아랑사또전 방문?

사람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영향을 받습니다. 요즘 제가 일하는 곳이 서울에서도 강남구에 속하다보니 주변 여론이 박근혜 후보에게 쏠려 있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고 있습니다. 


작년 오세훈 시장의 황당했던 무상급식 투표 전날에는 점심 먹고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점잖은 차림의 화사한 웃음을 머금은 동네 아주머니께서 손수 찾아와서 "내일 투표 꼭 참석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길래 얼떨결에 "네 저는 내일 절대 투표 안합니다"  라고 답변을 했다가 그 친절한 아주머니의 순간 얼어붙었던 얼굴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오고가면서 즐겁게 인사할 수 있는 산책길에서, 잘못한 것도 없이 서로가 불편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서울 시장 한번 잘못 뽑아서, 이웃끼리 서로 난처하고 반목하게 되는 것이 바로 정치의 피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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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국민희망캠프 출처]




▲ 유력한 대통령 가능성 후보 


박근혜 후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주변 여러 사람들이 이러다 그냥 '박근혜가 대통령 되겠어' 라는 말이 떠돌았고,  신문과 방송을 봐도 이런 예상이 허무맹랑하다는 근거는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하였던 상황이 갑자기 박 후보의 역사관 문제가 불거지고, 홍사덕, 송영선 등 친박의 핵심 맴버들이 줄줄이 구설수에 오르며 내리막을 걷더니, 문재인 후보의 13연승 야권 후보 선출,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완전히 풀이 죽고 말았습니다. 지금 같아서는 후보가 누가될지가 궁금할 뿐, 단일화만 된다면 야권의 승리는 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박 후보 대선 행선지도 빈축


박근혜 후보의 '입'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다면 이제는 그의 '방문지 행보'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대통합 행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 지난 9월 20일 오후 MBC 드라미아라는 곳을 방문하였다고 합니다. 용인에 있는 MBC 드라미아는 얼마 전 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MBC 조합원들에게 보복성 인사 발령지로 언급이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문지애 아나운서의 남편인 전종환 기자가 파업을 마치고 업무 복귀 후 발령 받은 곳이 용인의 드라미아 였습니다. 아나운서에서 기자로 보직을 변경하고 열심히 취재를 다녀할 인원을 드라마 세트장 관리로 보내버린 MBC 경영진에 대해 많은 비난의 여론이 있었던 곳입니다. 




[문지애 아나운서, 전종환 기자 커플 출처 : bnt뉴스]




이렇듯 MBC는 170여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은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파업 때보다 더 심각한 문제와 앙금이 남아있습니다. 파업 복귀 조건이었다는 김재철 사장 퇴진은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고, 시사보도를 주로 하던 시사교양국은 기능을 상실하여 <PD수첩>은 방송에서 볼 수 없게 되었으며, 파업 참여 조합원들에게는 징계를 넘어 이제는 업무 복귀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교육장에 잡아두고 있다 합니다. 


그래서 요즘 MBC를 보면 전혀 생소한 기자들이 뉴스를 실어 나르고, 친근하고 제대로된 아나운서들은 방송에서 얼굴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아마도 이런 상태로 대선까지 끌고 가자는 속셈이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그 깊고도 한량 없는 마음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통합 행보를 원한다면 드라마 세트장이 아니라 MBC 본사를 방문하는 것이 적절


이와같이 진실을 다루는 공공의 언론사에서, 사장은 직원을 미워하고, 직원들은 사장의 퇴진만을 원하며, 방송이 사실을 이야기하기보다 사실이길 바라는 내용을 사실처럼 가공한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어, 서로간에 고소고발이 이루어지는 분쟁의 사각지대에 대통합을 외치는 대선 후보가 방문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당연히 누구보다도 박근혜 후보는 MBC 본사를 방문했어야 하며 아직 안했다면 꼭 통합의 물꼬를 터야할 곳 1순위가 MBC인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 국민희망캠프 출처]




그런데 난데없이 MBC 본사는 놔두고, <아랑사또전> 드라마 세트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은 좀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 측 '국민행복캠프'에 보면, 박 후보가 용인 MBC 드라미아를 방문한 이유는 외주드라마제작진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드라마 외주 제작의 문제점과 고용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정도가 이슈였을 것 같은데 서울 여의도에 가깝게 있는 MBC 본사를 뛰어넘어 멀리 있는 용인 MBC 드라미아 세트장까지 방문한 것은 시간적으로나 효율성에서 매우 뒤떨어지는 행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열악한  우리 상황에서의 드라마 외주 제작도 문제이고, 아랑사또전의 초반 인기몰이로 한류 열풍의 주역감으로 일찌감치 뜨고 있다는 것이 고려되었겠지만, 용인 드라미아 세트장은 현재 여의도 MBC 본사의 언론의 공정성을 위해 싸우고 있는 갈등의 현장만큼의 비중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 3명의 선의 경쟁, 제 1 정당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


정말로 통합과 화해가 필요한 곳을 찾지 않고 자꾸 주변만 맴돌다 보면 아직도 90여일 이상 남은 대선 레이스에서 '진정성'은 바닥을 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후보도 자신의 생각과 정책을 선명히하고 문재인 안철수 후보와 선의 경쟁을 해 나갈 때 더 많은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가 바뀌면 내 삶도 달라지는구나"를 느낄 수 있는 대선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명의 선의 경쟁을 통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대선판이 되길 바랍니다. 박 후보 측에서 '통합'을 선취했다면 무엇보다도 사회의 통합 만큼은 확실히 만들어가면서 선거에 임했으면 합니다. 제 1 정당의 대선 후보라면 이 정도는 해 주어야 자격이 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