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 출연정지 요구, YTN 노조가 살아있다.

YTN은 케이블 방송에서만 볼 수 있지만 매우 비중있는 매체입니다. 왜냐하면 24시간 뉴스 채널을 지향하는 방송으로 중요 관공서, 언론사 등에서는 YTN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이 출범하면서 YTN도 낙하산 사장 논란에 휩사였고, 노조의 파업과 해고자를 낳으면서 아직도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며, 불공정 방송에 대한 파업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YTN은 올해 치열했던 MBC,KBS 방송 3사 공동 파업에 참여하면서 낙하산 사장 퇴진, 공정 방송 사수를 위해 싸웠지만 주변의 무관심과 동력 부족으로 현재는 업무에 복귀해 있는 상황입니다. 파업이 능사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사 파업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에 대해서 주변 언론과 정치권은 무관심하였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남아있던 언론인들에 의해서 행해지는 엉터리 뉴스와 보도는 파업의 당위성을 흔들리게 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불공정한 것을 공정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주변 동료와 언론인들의 파업은 애들 장난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도 현실을 성찰하려는 의지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YTN의 간판 시사 고발 코너 돌발영상 시작 화면, 출처 : YTN]

▲ 윗분들의 심기가 불편하면 프로그램이 문을 닫는다?

윗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다는 이유로, YTN의 촌천살인 '돌발영상'은 문을 닫았다가 다시 부활하는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현재 MBC PD수첩이 노조의 파업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PD와 작가들을 해고함으로 방송이 안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경우였습니다. 

심각하게 언론의 공정성은 후퇴하였고, 이제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이 정말로 중요한 것은 왜곡되고 망가진 언론의 균형감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문재인 후보는 언론과 정치의 분리를 일관되게 말하고 있고, 박근혜 후보는 아직 뭐라 이야기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을 얻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같은 새누리당이어서 그런지 올해 있었던 언론사 파업에 대해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뿐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현재 과거사 발언과 사과에 있어서 진정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의 계승자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선거 캠프의 메인 테마가 '대통합'이라는 매우 추상적인 구호만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는 현실이고 O와 X의 분명한 갈림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말뿐인 '통합' 구호 아래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착각은 스스로를 속이고 국민 또한 기만하는 일일 것입니다. 

▲ 정치평론가 인가 논객인가?

정치평론가 고성국은 이런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사람입니다. 우리는 논객과 정치평론가는 구분해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논객은 자신의 지향점이 있어서 자기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오른쪽이던 왼쪽이던 한 자리를 선택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정치평론가라고 하면 양쪽 모두를 두루 분석하고 평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토론 프로그램의 논객은 평론가가 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논객이라고 찍힌 사람은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상반된 주장에 대해 양쪽 모두를 대변해서 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주장이 확실한 사람이 사건을 나열해서 보여주어야 하는 프로그램에서 결론까지 강요해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려면 충분히 반대 측의 주장도 들어본 후에 참 거짓을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 시사 보도를 만드는 기본 원칙입니다.

그런데 고성국씨는 논객의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치평론가의 타이틀을 달고 YTN에 출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이에 대하여 YTN 노동조합은 고성국 정치평론가의 출연정지 요구를 사측에 전달하고 나선 것입니다. 

[YTN에 출연한 고성국 박사 , 출처 : YTN]

▲ 박근혜 후보에게 호의적인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는 지난 달 28일 YTN,에 출연하여 '추석민심 잡기 총력전, 승자는 누가 될까?" 에서 안철수 부인의 다운게약서를 대형 악재라고 부풀리며, 안철수 본인의 다운 계약서 의혹이 일자, '아하동문' 이 아니냐며 안 후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아냥 거린 것으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 이후에도 야권이 단일화 되어도 박근혜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전망과, 전태일 재단 방문과 관련하여 대권후보인데 원칙적으로 막아야 했냐며, 막아선 분들이 미숙하다는 비판,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사과 발언에 대해서도 상대 후보가 인정했기에 일단락되었다고 자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의 다운계약서 논란이 후보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였지만 실제로 추석 전 후 민심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미세한 숫자 변화만 있을 뿐, 큰 틀이 변한게 없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이처럼 고성국 씨의 정치 예측은 빗나가기로 유명한데, 411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는 오직 고성국 박사만이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맞춘 이유가 정치적 판단력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신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일들이 줄줄이 생겨납니다. 고성국 씨는 항상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YTN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4일 성명을 통해 "지난 달 26일 열린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노조 공추위는 사측에 현재 YTN에 고정 출연 중인 ‘정치전문가’ 고성국 씨의 출연을 정지키시커나 최소한 주의 조치라도 취할 것을 건의했다"며 "평소 박근혜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드는 발언을 자주해 정치적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인용)

▲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려거든 정치평론이 아니라 논객으로 나서라

정치평론가가 자신의 신념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고성국 씨가 박근혜 후보를 좋아할 수도 있고, 지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신념을 가진 분이라면 새누리당의 대변인을 할 것이지 정치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공정성을 담보한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대선판에 대해서 왈가왈부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점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종편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정준길, 금태섭 변호사 사건이 터졌을 때, 사회자라는 사람이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우리 친구 맞나'라는 문자를 주고 받는다며, 안철수 측 사람을 비아냥 거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할만한 언행이 아니며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지들끼리 웃고 떠드는 것을 보며 한심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제 주위에 그런 농담하는 사람도 없었고, 둘 사이가친구보다 못한 사이였다는 것을 지금쯤 그들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 막장 드라마보다 더 황당한 막장 시사 프로그램의 범람

MBC가 조중동 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고, YTN 역시 종편 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뻔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YTN 에는 살아있는 노조가 있기에 평론보다는 지지를 보내는 정치평론가의 고정 출연 정지 요구가 다행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요즘 방송에 출연하여 교수 또는 신문사 논설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 맘대로 정치평을 하고 있는 수많은 함량미달 정치 입담꿈들이 하루 빨리 사라지길 기대해 봅니다. 드라마에만 막장이 있는 것이라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에도 막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요즘 들어 느끼며  예전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던 MBC 100분 토론과 같은 방송이 그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