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대학 신입생 시절, 동기가 약간 어눌하게 말하거나 실수를 하면 우스개소리로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너 학교에 건물 하나 세우고 입학했냐?"
이와같은 말을 하면서 서로들 까르르 웃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버전을 달리하며 화단, 학생회관, 진입로, 학교 동상 등등 대학 캠퍼스 모든 지형지물을 기부입학의 전용물로 만들어 버리고는 했지요. 물론 웃으면서 이야기는 했지만 '돈 많은 집안이 당시 들어가기 힘들다는 대학에 건물 하나 세우고 쉽게(?) 입학할 지도 모른다는 나름대로 세상에 대한 비아냥이 담겨있는 농담들이었습니다
▲ 사회적 배려보다 차라리 기부입학이 낫다?
그 이후 우리 사회에서 '기부입학제'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있어 왔지만 근원도 모를 말 '국민정서'에 막혀 시행이 늦추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라리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에 대한 국제중 사회적 배려 입학이 합법이라면 '기부입학제'가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기서도 '국민정서'는 고려의 대상이 아닌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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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국제중학교 홈페이지]
삼성 이재용 부회장 아들이 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 대상으로 특별전형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영훈국제중학교는 이른 바 '귀족학교'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좋은 교육 환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해외 명문 학교의 원서를 가지고 원어민 강의를 하고, 축구, 야구, 골프, 테니스 등 전문 트레이너로 부터 1인 1기 교육까지 받게 됩니다. 또한 음악 분야에서도 바이올린, 첼로, 기타, 해금 등 악기 전공자로부터 1인 1기 교육을 받습니다.
이 정도 교육 과정을 실시하려면 학비가 대강 얼마가 되어야 할지 추측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부유층 자녀들만 다닌다는 꼬리표가 붙었었는데 이와 같은 여론을 의식해서 만들어진 것이 '사회적 배려자' 입학 전형 제도라고 합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경제적 배려 대상과 비경제적 배려 대상으로 나뉘는데 이번 삼성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경우 비경제적 배려 대상의 한부모 가정 자녀에 해당되어 합격이 된 것입니다.
▲ 사람을 비교하게 만드는 천박한 자본주의 교육
먼저 부모로서의 자식 잘되라는 마음 이해합니다. 요즘 한국의 교육열을 보면 좋은 학교 보내기가 '절대 선'으로 인식되어지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용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은 사람을 바르고 훌륭하게 자라나게 하는 과정인데 그것을 위해 다소 극성스럽고 편법이 동원되는 것 또한 사회가 너그럽게 용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들면서 '자식의 학교, 학업 성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비뚫어진 생각이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부녀회, 동창회, 여러 모임에서 대화의 내용은 '자랑거리'가 주된 화제가 되고, 돈 자랑, 집 자랑, 옷 자랑 그리고 나중에는 '자식 자랑'으로 결정타를 날리게 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식 마저도 비교하며 자신의 탐욕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되어버리게 만드는 자본주의 천박함을 인간의 고귀한 정신이 이겨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출처 : 한겨례]
▲ 교육열 과잉의 문제가 아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문제
그런데 이 부회장 아들의 특별 전형 입학은 단순히 좋은 학교 보내기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에 무척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용훈국제중에 그렇게 들어가고 싶었다면 떳떳하게 일반전형으로 지원을 했어야 하지, 국민들에는 명칭도 생소한 '사회적 배려자(사배자)' 제도를 이용하여 매우 쉽게 합격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애시당초부터 '사배자' 전형에 지원조차도 하지 않았겠죠.
일반전형은 추첨 선발 방식이기에 '돈으로도 어쩔 수 없는 떨어질 확율'이 존재하고 특별전형은 서류전형만으로 이루어져 '행운'을 바라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우리나라 재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두가 평등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추첨' 방식 조차도 피해가려 한다는 것과 그러면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국민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타이틀을 주저없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 합법이라고 당당해 하지 마라
물론 법적으로 하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과 같은 재벌은 사회적으로 책임의식을 가졌어야 합니다. 미디어 공익 광고를 내보내면서 자신들이 어떤 선한 일을 하고 있는지 홍보하기 보다는 정말로 바르고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국민이 삼성을 알고 있고, 기업에 프렌들리한 대통령은 언제나 대기업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고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대기업이 해외 나가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국내 물가가 비싸지는 것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국산품 애용하기가 애국이라는 교육을 통해 비싼 가격이지만 한국 제품을 애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재벌은 국민의 희생을 통해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고, 도리어 자신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출처 : 한겨례]
▲ 진정한 사회적 배려가 무엇인지 고민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교장 선생님이 '법'을 잘못 정해서 100미터 달리기에서 이기는 사람에게 푸짐한 선물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격 조건이 아이들과 학부형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어른과 초등아이가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당연히 어른이 이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물에 눈이 어두워 초등학생과 같은 출발 선상에 서서 아이를 이기기위해 죽어라고 달리는 어른의 모습이 아름다울까요? 일반적인 어른이라면 그 경기를 포기하거나 달리더라도 아이에게 져 주었겠죠? 저는 이런 것이 진정한 사회적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회적 배려를 베풀어야 하는 대기업 재벌이 도리어 '사회적 배려'를 이용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정신'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로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도록 계획하고 방관하고 무관심했던 어른들은 매우 많은 반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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