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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2일째, 정치 개입이 아니라 불의에 대한 항거다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으로 시민과 학생들이 뿔났습니다. 각 학교와 단체마다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도심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금요일날 시작된 촛불집회에 생각보다 많은 700 여명이(주최 추산) 참석하면서 토요일 주말에 있을 광화문 촛불집회에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주말을 맞아 이것저것 집안 일을 마치고 오래간만에 카메라를 둘러매고 광화문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오후 6시 즈음이었는데 아직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는 않았습니다. 청계 광장으로 가는데 촛불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분들보다 경찰 숫자가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




집회 장은 어수선했고 쳬계적이나 질서 정연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이번 촛불 집회 역시 '배후'가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언제나 시민이 분노하여 권력을 비판하면 '비판의 대상에 대한 반성'보다는 배후를 지목하며 상식을 불법으로 바꾸는데 능한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회에 가만히 앉아있어 보면 '주체'도 없고 '조직'도 이합집산이며 진행도 미숙한 경우, 대부분 순수한 열정과 분노에 의해 거리로 나온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권력의 눈에는 이러한 자발적 집회 참여자들 역시 종북이니 좌파라는 환영이 보이는 듯 합니다.   




그리고 건너 편에는 어버이연합 소속 사람들이 푯말을 들고 '애국'을 소리치며 맞불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분들의 애국심이 극에 달해 경찰이 촛불집회 진영보다 어르신들을 진정시키느라 애 먹는 듯 하였습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파헤쳐 보고 싶습니다. 애국인지 고집인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것인지 말입니다. 


한발작 떨어져서 보면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매우 슬픈 우리네 현실입니다. 이 분들이 결국 우리의 부모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해 오셨으면 중학생 키만한 높이의 플랭카드로 폴리스 라인을 가리며 대국민 선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플랭카드의 내용이 진실인지 애국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자 춧불집회 분위기가 살아났습니다. 대략 천여명 정도의 인원이 계단과 바닥에 앉아 집회에 참여하였습니다. 여러명의 발언자와 공연이 펼쳐졌는데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카톨릭 신부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신부님 왈 " 나는 종교인으로서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항거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우리시대 타락하고 무능한 종교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언제나 거룩하고 신성한 척 하지만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금기'가 미덕인 것처럼 여기는 종교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국민에게 알량한 몇마디 말로 힐링을 선사하지만 정작 불의에 대해서는 눈을 가리게 만듭니다. 이러한 영향이 사회에도 퍼져, 국민이 정치에 왈가왈부하는것이 주제 넘거나 무의미한 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촛불집회에 나와 본질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정치에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항거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집회가 끝나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들에게 광장은 너무나 작았고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집회에 참석했던 일반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거리로 거리로 행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옆에서 보기에 숫자가 너무 적어 무척 애처로왔습니다. 



하지만 젊기에 당당할 수 있었고 두려움 없이 행진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인지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을 완전히 막아섰습니다. 학생들의 구호는 조그만 광장 안에서만 맴돌게 되었습니다.  




거리 진출을 위한 마지막 경찰과의 대치가 끝나고 한 여학생의 자유발언이 있었습니다. 밑에 동영상을 첨부하였으니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에 아직 희망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나 작은 인원이었기 때문에 경찰에게 전부 붙들려가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학생들은 충분히 고생하였고 "오늘이 끝이 아님"을 밝히며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이틀째를 정리하였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책임자를 처벌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명할 때까지 촛불집회는 같은 장소에게 계속되어질 것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에게 있어 '광장'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상에 불의가 넘치고, 사회 시스템이 그것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광장에 나와 사실을 알리고 토론하여 '공의'를 만들어갑니다. 


지금 우리에게 '광장'은 열려있는 것일까요? 촛불집회는 오늘도 계속되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