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한국 아나운서 협회가 국회를 항의 방문했다고 합니다.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에게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제명을 거듭 요구하기 위한 방문이랍니다. 7.28 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함량미달 국회의원에 대한 이슈가 덮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점에 언론인들이 연합하여 다시금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국회를 방문한 아나운서협회 회장단 : 오마이 뉴스, 남소연 기자]
그런데 이왕 이렇게 단결된 모습을 보인다면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복인사를 당한 아나운서에 대한 동료의식은 왜 발휘되지 않는지 궁금해집니다.
강용석의원으로부터 당한 '아나운서' 전체의 명예 실추는 당사자들에게는 치욕적이었겠죠. 아나운서라는 언론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히 높고, 미디어가 권력이 된 세상에서 사회적 지위 역시 상위권인 직업입니다. 그러니 상대가 국회의원이라도 분연히 들고 일어나 맞서 싸우는 모습이 멋져 보입니다.
그러나 동료 아나운서가 아나운서 이전에 노동자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파업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축출 당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이 없는 것 같습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맡았던 프로그램에서 의자를 빼 버린다면 무서워서 어디 파업 하겠습니까? 이렇게 본보기와 뒤끝을 작렬시키는 이유는 공포의 선례를 남기겠자는 것이겠죠.
[김윤지 아나운서 출처 : 민중의 소리]
특히 주말 9시 뉴스 김윤지 아나운서의 하차는 많이 아쉽습니다. 김윤지 아나운서는 현재 파문이 되고 있는 아나운서 성비하 사건의 원조 피해자였습니다.
KBS아나운서 비대위, 조선일보 기자 고소 - 2004년 12월 24일 한겨레 신문
조선일보 모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당시 시사투나잇을 진행하던 김윤지 아나운서에 대해 '술집 접대부' 발언으로 큰 마음의 상처를 입혔고 이에 KBS 아나운서가 들고 일어나 법적 대응까지 하여 약식기소까지 받아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 당시 함께 했던 동료 아나운서들은 이번 아나운서 보복 인사에 대해서는 왜 가만히 있는 것일까요? 아나운서의 명예는 지켜져야 하지만 노동자로서의 권익은 무관심한 것일까요?
'다 줄 각오를 하라'는 비하 발언만큼이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복인사를 당한다는 것은 아나운서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도 적법하지도 않으며 굴욕적이며 억울한 처사입니다.
물론 불이익을 당한 사람이 아나운서 2명, 기자 1명의 소수이기에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식의 이기적 생각'이라면 생각을 다시 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KBS파업으로 보복인사를 당한 사람은 3명이지만 이 3명에 대한 회사측의 경고는 엄중한 것입니다.
아나운서는 방송국의 얼굴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파업을 일삼으면, 얼굴도 바꿔버릴 수 있으니, 나머지는 자중하라는 경고 메세지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
2004년 조선일보 기자, 시사투나잇 접대부 발언 사건 , 강용석 아나운서 성비하 발언, 파업 참여 조합원 보복 인사, 이 세가지 사건을 정리해 보면, 해당 피해자와 주위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쳤을 때는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2004년 접대부 발언 시는 KBS 아나운서 비대위가 꾸려져 조직적인 대응을 하였고, 이번 강용석 의원 성비하 발언에 대해서도 아나운서 협회가 나서서 명예 회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복 인사 문제는 함께 해 주는 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것입니다.
2004년 술집 접대부라 비하를 받으며 아나운서로서 피해자가 되었던 김윤지 아나운서는 2010년 보복인사로 자리를 내주고 이번에는 국회의원 '성비하' 발언에 아나운서 협회가 나서 항의를 하고 있으니 김윤지 아나운서 이 모든 상황 가운데 인간적인 고뇌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KBS 새노조 2010년 8월 2일 성명서]
아나운서 동료들이 해주지 않는다면 같이 파업에 참여했던 KBS 새노조에서 함께 해 주어야 겠죠. 위의 성명서가 단순 엄포용이 아니길 바랍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합의는 유효하지 않은 것이며, 적법하며 신념을 가지고 공영방송 사수를 하겠다고 일어섰다면 그 목표를 이루어 내길 바랍니다. 하지만 소수의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잃지 않고, 모두가 함께 가는 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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