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파업 콘서트 '으랏차차 MBC'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도 나오고, 빨간 띠 두르고, 무서운 얼굴로 하는 파업이 아니라 '콘서트' 형식의 공연 집회를 한다고 하니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17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에 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있었던 '으랏차차 MBC'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해 지난 30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노동조합의 파업 의지를 알리는 집회이며, 파업 홍보가 두절된 상황에서 파업의 의미와 당위성을 시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시간이었습니다.
탁현민 교수가 총연출을 맡았고, 위 포스터에 소개된 가수와 유명 인들이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오늘은 잘 찍지 못하는 카메라 기술이지만 사진 위주로 포스팅을 해 볼까 합니다.
저는 시간을 딱 맞추어서 갔는데 이미 1층석은 만석이었고, 2층석 역시 양쪽 사이드를 제외하고는 많은 분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출입구 앞에는 여자 아나운서분이 입장하는 분들께 안내를 해주고 계셨습니다. (제가 카메라 싸인을 보내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주셨답니다)
문 앞에서는 김완태 아나운서가 일반 시민들과 한명 한명 사진을 함께 찍고 있었고,
문 안에서도 최현정 아나운서가 일반 시민들과 프리허그도 하며 사진을 함께 찍어주었습니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방송인들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함께 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mbc노조가 이번 파업에 임하는 자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바로 시작된 첫 무대는 전국 최고의 오프닝 밴드라고 스스로 자부했던 '밴드 커피머신
'이 나와서 추운 실내 공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고,
이어서 '입담'의 달인 김제동 씨가 나왔습니다. 그는 며칠 전 MBC 방송국을 갔는데 아는 방송 작가가 '여기 왜 왔냐'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대답해놓고 생각해 보니 '본인이 방송인인데 MBC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곳이라고 그 방송작가도 심지어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더라는 현상황을 한탄하며, 입담의 포문을 열었고, 이어서 아주 즐겁게 MBC파업의 필요성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었습니다.
그리고 '수퍼스타'의 가수 이한철씨가 나와서 MBC 노조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격려를 보냈습니다. 심지어는 무대에 드러눕는 퍼포먼스까지 보이며 아낌없이 MBC 노조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아침 뉴스를 진행했던 박성호 기자와 PD수첩의 최승호 피디가 나와서 MBC파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박성호 기자는 이번 파업을 처음 시작했던 보도국 기자회장직을 맡고 있는 분으로 이번 파업을 용기 내어 시작하고 끝까지 하겠노라 다짐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따뜻한 지지와 애뜻한 정이 있었다는 말했습니다. 박성호 기자의 부인은 파업이 시작되었을 때, 이번 파업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그러면 당신이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며, 꺼내든 생활비 통장 이야기를 하며, 가족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결코 멈추지 않겠노라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리고 보도국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공정보도가 사라진, 부당한 상황에 대해 증언해 주었습니다. 본인의 에피소드로 반값 등록금 당시 뉴스 마지막 클로우징 멘트로, 반값 등록금 집회를 하는 대학생에 대한 안스러움으로 언급했다고 합니다. 뉴스가 끝나고 보도국으로 들어갔더니. 윗분들의 심사가 틀려서 분위기가 남극이 되었었다는 '왜 앵커가 그런 정치적 발언을 하냐'라는 어처구니 없는 질타를 들어야만 했다고 합니다.
반값 등록금 집회를 하는 대학생들의 처지가 어찌 '정치적'이라고 낙인 찍혀야 하는 것인지 그것은 뉴스를 알리는 앵커가 당연히 말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었는데. MBC가 얼마나 부당한 권력에 짓눌려 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PD수첩 최승호 PD 역시, 자신이 맡아왔던 PD수첩에서 '4대강'에 대한 심층취재를 해서 결국 자신이 한직으로 밀려나 버렸고, 이와 같은 보복성 인사 이동은 자신 뿐만 아니라 MBC 내에서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최승호 피디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야기도 들려 주었는데, 한미 FTA 논란 당시, MBC 피디수첩은 FTA의 부당함을 알리는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셨던 고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 지시하여 PD 수첩에 전화를 걸어 한미FTA에 대해 '공개 토론'을 해보고 그것을 PD수첩에 다시 내보내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제안도 하셨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아마 지금 정권에서 한미FTA 반론 취재를 내보냈더라면 청와대가 아니라 '검찰'에서 전화왔을 것이라고 예전과 지금의 너무나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자신들이 파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박성호 기자는 요즘 광고 카피를 인용하며 MBC파업의 당위성을 설명하였습니다. "떡은 방송이 될 수 없어도 방송은 떡이 될 수 있다"
현장 기자와 PD가 전하는 MBC의 상황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고,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생길 정도로 상식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김미화씨가 남편분과 나와 새롭게 변신한 모습으로 '개그' 대신, 멋진 노래를 선보이며 MBC파업 지지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어서 나온 공지영 작가는 자신이 처음 감옥에 가게 되었던 '구로구청 부정 투표함 사건' 당시를 회상하며 '권력은 힘 없어 보이는 멈칫거리는 자를 수탈해 간다. 도리어 끝까지 저항하는 자는 건드리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로 강력한 대응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역설하였습니다.
MBC노조 음악 동아리도 나와서 멋진 음악과 춤을 보여주었고,
가사까지 따라 부르며, 파업 콘서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하나 되게 하였습니다.
MBC 파업 때만 활동을 한다는 스트라이크 전문 밴드의 락 공연도 있었고,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는 노래를 불러 주시며, 파업을 지지하셨고,
조국 교수는 영상으로 파업 지지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명진 스님
거의 자정무렵까지 진행된 이날 파업 콘서트는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뜻 깊은 이야기가 있었어 쉴사이가 없었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너무나 긴 내용이기에 부득이하게 1과 2로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으랏차차 MBC, 파업 콘서트 현장을 가다(2), 나꼼수 아나운서에게 욕을 전하다] 라이브의 여왕 이은미의 무대 이탈 사진, 최고의 히트작 나꼼수 성대 모사 퍼레이드, 정영하 노조 위원장의 마지막 멘트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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